송하철 목포대총장-이병운 순천대 총장(오른쪽) 맞손. 두 총장이 지난 7월 17일 순천대에서 상생발전 교류협력 협약식을 체결하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순천대학교]

[프레스존=배진희 기자] 국립 순천대가 17일 느슨한 형태로 목포대와 통합하고 이를 통해 두 지역에 두 개의 의대를 운영하는 연합의대를 제시해 귀추가 주목된다.

늦어도 이번 주 안으로 전남도 국립의대 설립 관련 구체안을 내놓아야 하는 시점에서 순천대가 새로운 구상을 밝힘으로써 꽉 막힌 물꼬를 트이게 하리란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전남 국립의대 설립 방식을 놓고 고민을 거듭해 온 순천대학교 이병운 총장이 이날 교직원들에게 드리는 글 형식을 통해 '목포대학교와 연합형 통합을 통한 연합의대'를 들고 나섰다.

이병운 순천대 총장이 17일 대학 구성원에 드리는 글

그는 먼저 “의료수요 산업기반, 교통 및 운영 여건 등 제반 상황을 고려하면 전남 동부권에 의과대학과 부속병원을 설립하는 것이 마땅하지만, 전남 전체의 열악한 의료환경 개선과 도민의 상생 화합이라는 대의도 중요하기에 이를 고려하는 것이 지역 국립대의 책무라고 생각한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동안 순천대는 지역갈등을 부추기는 상호경쟁적 공모 절차를 중단하고, 양 지역과 대학 모두가 소외받지 않는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덧붙였다.

이병운 총장은 지난 14일 순천대와 목포대가 통합에 합의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는 사실이 아니라면서도 “목포대와의 대학통합 논의는 시기의 문제일 뿐,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밝혔다.

또한, "통합의 가장 중요한 전제는 국립의대 신설이므로, 국립의대 신설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당장 성급하게 통합을 논의할 필요는 없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는 그러면서 "총장으로서 오랜 고민 끝에 대학의 미래와 국립의대 신설을 위한 대학통합의 방향으로 연합형 통합(대학)을 제시한다"고 강조했다.

연합형 통합대학은 하나의 교명을 사용하지만, 기존의 캠퍼스별로 총장을 선출하는 등 거버넌스와 인사, 재정, 학사 운영에 있어 모두 독립적 권한을 가지는 느슨한 통합 모델을 의미한다.

앞서 박병희 순천대 의대설립추진단장은 이와 관련, "순천과 목포 주민들을 위해 양 지역에 의대와 대학병원이 각각 설립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목포와 순천에 정원 100명씩 두 개의 의대(캠퍼스)를 운영하는 것으로 의대학장도 각각 별도로 둔다는 게 핵심이다.

순천대의 이러한 연합의대 구상은 전남도가 실현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해 폐기한 공동의대(두 개 대학이 통합 없이 한 개 의대를 두 개 캠퍼스에 운영) 방식과 본질적으로 비슷한 것이란 지적도 있다.

특히 전남 국립의대 설립을 위한 용역기관이 '최적안'으로 제시했던 '1개 의대·2개 대학병원 설립안'과도 거리가 먼 것으로 평가받는다.

다만, 지난 14일 이주호 교육부총리와 김영록 전남지사, 이병운 순천대 총장, 송하철 목포대 총장이 오찬 간담회를 통해 두 대학통합의 취지와 필요성에 공감을 주고받은 점에 비춰 한발 더 나아간 제안이라는 점에서 울림이 있다.

이 자리에서 두 대학이 통합에 즉각적 합의는 하지 않았더라도, 이주호 교육부총리가 느슨한 통합을 화두로 던진 데 이어 이병운 총장이 이를 고려한 구체적 통합방안을 제시함으로써 새로운 논의의 시작점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