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해상시위를 위해 해남어민들이 만호(마로)해역에 집결하고 있다. [사진 해남군]

해남어민들, 40년 어업터전 주장하며 해상시위 전개
진도어민들, 시설물철거소송 벌이며 "재산권 되찾자"
전남도 '뒤늦은 후회' ... 양측 타협점 찾기 쉽지 않아

[프레스존] 전남 해남-진도 만호(마로)해역 양식어민들이 지난 40여년을 이어 온 어업권 분쟁이 올해 들어 다시 불붙기 시작했다.

지난 2010년 법원 화해권고 당시 만호해역 하단부 1천370h에 대한 김양식어업권을 해남 어민들이 사용하기로 합의한 면허기간이 지난 6월 7일 끝나면서 갈등이 점차 확산하는 국면이다.

해남 어민들은 이 구간을 자신들이 계속 사용하도록 여러 차례 요구하고 있으나 어업권을 갖고 있는 진도군 수협측은 이를 묵살한 채 시설물 철거를 요구하는 법정 공방을 진행해 해남 어민들로부터 반발을 사고 있다.

이처럼 진도 어민들이 해남어민의 생계문제를 외면하면서 어장 반환을 요구하고 나섬에 따라 급기야 해남어민들이 지난달 30일 해상 시위를 벌인 데 이어 이달 3일에는 전남도청 앞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번에는 진도 어민들이 10일 보도자료까지 내며 이 문제를 공식화하며 여론전에 뛰어드는 격이다.

진도어민들은 이날 ‘진도 만호(마로) 해역 이제는 우리의 재산권을 되찾자’는 성명을 발표해 향후 행정적 갈등과 함께 법률적 공방으로 이어질 개연성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진도군 어민들은 해남군 어민들에게 진도해역인 만호해역을 반환해줄 것을 요구했으나 해남군 어민들은 이에 맞서 진도군의 관문인 진도대교 점거를 비롯해 온갖 물리적인 방법을 행사하며 반환을 거부해 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해남어민 면허기간 만료되는 2020년이 도래해 진도 만호해역 어업권에 대해 전라남도지사로부터 승인을 받아 진도군수가 만호해역에 대한 어업권자를 진도군수협으로 하는 처분을 했다고 덧붙였다.

해남어민들이 지난달 30일 진도 만호해역 어장 면허를 주장하며 해남군 송지면 앞바다 만호해역에서 해상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해남군]

진도 만호해역인근에서 어업권을 행사하고 있는 진도군 의신면 어촌계장 협의회 엄절용 회장은 “현재도 그렇지만 40년 전에도 해남군 어업인들이 김 양식업을 해왔던 바다는 엄연히 진도군의 바다”라고 말했다.
   
또한 “진도 만호해역은 지난 40여 년 동안 진도군 어업인이 아닌 해남군 어업인들이 사용하며 수익 창출을 해왔던 만큼 진도군 어업인들은 이를 사용하지 못해 막대한 손해를 감수하면서 오랜 기간 동안 기다려 왔다”며 “이제부터라도 진도군 어업인들이 자신들의 재산권을 행사해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전라남도와 진도·해남군에 따르면 만호해역의 진도 수역에서 김 양식을 하는 해남 어민들에 대한 10년간의 어장 면허 합의 기간이 올해 6월 7일 만료됐다.

만호해역 양식어장 면허면적은 총 1만2천여ha로 진도 수역이 80%인 1만630여 ha, 해남 수역이 20%인 1천370ha를 차지하고 있다.

문제가 된 이 곳은 1982년 해남 어민들이 최초 개발했지만 진도 어민이 진도 해상이라고 주장하며 분쟁이 발생했다.

양 측간 갈등은 1999년 어민들이 어장정리에 합의함에 따라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지만, 2010년 어업권 1차 유효기간이 끝나자 진도가 어장반환을 해남에 요구하면서 법정 다툼으로 이어졌다.

그 당시 지자체와 법원은 줄기찬 화해와 조정으로 분쟁 대상인 1천370㏊에 대해 해남 어민이 2020년까지 행사토록 하고, 진도군에 신규로 1천370㏊의 면허를 내주기로 하고 마무리됐었다.

진도어민들은 10일 만호해역을 되찾자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진도군수협 건물 곳곳에 이와 관련된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 진도군]

그러나 올해 들어 만호해역에 대한 기존 어업권 유효기간이 만료되고 이 수역에서 새로 어업권이 재개발되면서 진도와 해남 어민 사이 분쟁이 다시 벌어지게 됐다.

진도 어민들은 "법원의 화해 조정에 따른 해남어업인 면허 기간이 끝났으므로 진도 수역 어업 행위도 중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해남 어민들은 "법원의 화해 조정 결과는 어장 면허 기간 갱신과는 상관없이 영구적으로 적용돼야 한다"며 지난달 30일 어선 200여척을 동원해 만호해역에서 해상시위를 벌였다.

이달 3일에는 전남도청 앞에 어민들이 모여 어업권 분쟁을 유발한 데 대해 전남도의 일부 책임까지 거론하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해남 어민들은 "진도 어민들이 10년 전에 해남 어장의 면적(1천370 ha) 만큼 신규 면허까지 받았음에도 이제 와서 어업권을 이유로 해남 어민의 마지막 터전마저 빼앗겠다는 심보에 울화가 치밀어 오른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바다 경계도 없던 40여년전 죽을 힘을 다해 가꿔 놓은 어장을 야금야금 빼앗더니 이제는 마지막 남은 한 뙈기마저 내놓으라는 격이니 분통이 터진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해남 어민들은 특히 20년 전 어업권 분쟁을 잊은 채 아무런 대책이나 협의 과정없이 선뜻 어업권을 진도 수협에 넘긴 전남도에 대해 무책임한 행정이라며 볼멘 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 6월 7일 어업권 만료를 앞두고 진도어민들과 해남어민들 사이에 분쟁의 조짐이 있었던 만큼, 올해 2월 어업권 연장 당시 해결 노력이 기울여져야 했지만 그렇지 못했다는 비판이다.

이처럼 만호해역 어업권을 두고 갈등이 갈수록 수위를 높아감에 따라 전남도는 해남·진도군과 함께 뒤늦게 양식 어민들 설득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양 측 어민들 사이에 감정의 골이 깊게 패거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해 현재로썬 중재나 협의가 그리 쉽지만은 않은 상황에 처해 있다.
 
한편 진도 만호해역 김 양식 면허권은 지난 2019년 4월 30일 전라남도지사로부터 승인을 받아 진도군수가 2020년 5월 12일 진도군수협에 어업권을 처분했다.

이에 진도군수협은 조합원인 진도군 의신면 어촌계 어업인과 고군면 어촌계 어업인에게 각각 행사계약을 체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