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 지역구 국회의원으로서 마지막 모습의 이낙연

15일 국회 본회의 상정한 이낙연 사퇴서 처리에 앞서 신상 발언하는 이낙연 국회의원

당내 경선의 반전 위한 승부수 ... "종로구민에 큰 빚 평생 갚겠다" 약속

[프레스존] 더불어민주당 대권 주자인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의 사직서가 처리됐다.

이낙연 의원은 15일 사퇴서 처리 안건을 상정한 국회 본회의 신상발언에서 지난 세월을 떠올리다 목이 멘 듯 울먹이며 순간 말을 잇지 못했다.

앞서 이 전 대표는 민주당 지도부의 만류에도 의원직을 사퇴하기로 했었다.

현 상황에서 녹록지 않은 정권 재창출이라는 역사의 책임 앞에 자기가 가진 모든 것을 던지겠다는 게 이 전 대표가 품은 결연한 의지로 읽혀진다.

최근 진행 중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반전을 꾀하기 위해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도 풀이된다.

추석연휴가 끝나고 오는 25일과 26일 실시되는 호남 경선을 앞두고 사실상의 배수진을 쳐 자신의 지지층을 결집시키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이 전 대표의 뜻을 받아들여 그의 사직안을 본회의에 상정했고, 이날 투표에 부친 결과 총 투표 209표 중 찬성 151표에 반대 42표, 기권 16표로 가결됐다.

이 전 대표가 앞서 지난 8일 전격 사퇴를 발표한 지 일주일 만에 본회의 가결까지 이뤄지면서, 자유로운 몸이 된 그로선 대권 레이스 승리를 향해 더욱 신발끈을 조이는 일만 남았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신상 발언에서 자신의 보좌관 등 주위 사람을 떠올리며, 과오를 사과하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특히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종로구민들을 향해선 “제게 임기 4년의 국회의원을 맡겨주셨지만, 그 명령을 이행하지 못하게 됐다”고 사과했다.

그러면서, "너무나 큰 빚을 졌다"고 표현한 뒤에는 “평생을 두고 갚겠다”고 약속했다.


<이낙연 후보 의원직 사퇴 관련 신상발언 전문>

존경하는 박병석 국회의장님 선배 동료 의원여러분 더불어민주당 서울 종로구 이낙연입니다.

저는 오늘 저의 국회의원직 사퇴를 여야 의원님들께 요청드리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동료의 사직을 처리해야 하는 불편한 고뇌를 의원 여러분께 안겨드려서 몹시 송구스럽습니다.

누구보다도 종로구민 여러분께 죄송합니다. 여러분은 저에게 임기 4년의 국회의원을 맡겨주셨습니다. 그러나 저는 여러분의 그 명령을 이행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사죄드립니다.

저의 보좌진 여러분께도 사과드립니다. 저의 의정활동이 여러분께는 삶의 중요한 일부였습니다. 저는 여러분의 삶을 흔들어 놓았습니다. 여러분께 너무나 큰 빚을 졌습니다. 평생을 두고 갚겠습니다. 미안합니다.

꽤 오랜 고민이 있었습니다. 결론은 저를 던지자는 것이었습니다. 정권재창출이라는 역사의 책임 앞에 제가 가진 가장 중요한 것을 던지기로 결심했습니다. 저의 결심을 의원 여러분께서 받아주시기를 다시 한번 부탁드립니다.

21년 전에 저는 첫 선서도 하지 못한 채 의원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님이 실현하신 최초의 남북정상회담을 사전 설명하기 위해 선배의원님들 몇 분과 미국 일본을 방문하던 중에 16대 국회가 출발했습니다.

그로부터 21년, 부족한 저에게 우정을 베풀어주신 선배 동료 의원들께 감사드립니다. 그 중간에 저는 문재인 정부 국무총리로 일하면서 이곳 의사당에서 여야 의원님들의 질문과 꾸지람에 답변드리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2017년부터 2년 7개월 13일 간의 그 영광스러운 경험을 저는 잊지 못할 것입니다. 의원 여러분께서 때로 불편하셨을 저의 답변을 참아주신 것에 깊게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