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군 공항·민간공항 동시 이전 해법 찾자 현안마다 어깃장 '광주-전남' 태세 전환 시급 배진희 기자 news@presszon.kr |
2023년 04월 19일(수) 09:4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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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공항·군 공항 이전 두고 ‘티격태격’ 스톱
군 공항 이전 특별법 제정으로 새로운 국면
감성·소지역보다 이성·대의, 상생·협력 기회로
[프레스존] 국가의 행정적 재정적 지원을 명시한 광주 군 공항 이전 관련 특별법이 최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20년 가까이 표류해온 광주전남 최대 현안 사업의 물꼬를 텄다.
송갑석 국회의원(광주 서구 갑)이 대표 발의한 이 특별법에는 군 공항 이전 예산을 종전 부지 개발에서 발생하는 재원으로 충당하게 한 현행 법률의 ‘기부 대 양여’ 방식을 보완해 부족한 사업비를 국비로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국무조정실장을 위원장으로 한 ‘군 공항 이전 사업 지원위원회’ 심의를 거쳐 향후 이전 지역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한 게 핵심으로 꼽힌다.
이로써 광주 민간공항의 무안 공항 이전 문제를 포함, 군 공항의 전남 이전 논의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앞으로 이전 후보지의 주민수용성을 높임은 물론 예비적 이전 후보지 선정 사업에도 한층 탄력이 붙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하지만 사실상 한 뿌리로 서로 협력하고 상생 발전해야 할 광주, 전남이 주요 현안을 둘러싸고 대의보다는 소의에 치중하며 티격태격한 과정을 돌이켜보면, 과연 상생과 협력의 결과를 도출 할 수 있을지 걱정도 만만치 많다.
먼저, 지난해 6월 지방선거가 치러지기 1년 전 만 해도 행정통합을 하느니 마느니 온갖 말의 성찬을 이어가던 모양새는 올 들어 어느새 온 데 간 데 없어진 꼴이다.
대화 상대와 협의는커녕 교감도 없이 느닷없이 통합을 거론한 수장이 퇴장하고 새 인물이 시정을 맡고선 통합 문제를 연구해온 결론은 없던 일로 되돌려졌다. 최근 10여년 사이 광주는 윤장현, 이용섭에서 강기정으로, 전남은 이낙연에서 김영록으로 수장이 교체된 이후 연구원은 세 번째 분리의 길로 들어서고 말았다.
지난 2014년 새로운 리더로 이낙연-윤장현을 맞이한 광주시와 전남도는 상생과 협력의 상징 중 하나로 여긴 광주전남연구원의 통합을 취임 1년 만에 이뤄냈다.
그렇게 해서 통합청사를 짓기로 하고 나주혁신도시에 한 지붕 밑에서 한 살림을 꾸려왔다. 그런데, 그 주역들이 퇴장하고 또 다른 세상이 열리고, 단체마다 지도자가 바뀌게 되니 다른 생각을 품은 것일까?
저마다 정치논리와 지역논리에 매몰돼 30년 후엔 인구급감으로 현실화할지도 모를 지역소멸이라는 미래상을 외면하기라도 하듯 한낱 밥그릇 싸움만 하는 하급 정치력에 각자도생의 시대로 향하는 느낌마저 든다.
특히 광주전남의 최대 현안으로 십 수년째 공방만 벌이는 광주 민간공항의 무안 이전, 광주 군공항의 전남 이전 문제는 자치행정이든 지방정치든 싸잡아 무기력의 극치를 보여준다.
불과 몇 년 전 이용섭과 김영록 사이 민간 공항 이전과 함께 군 공항을 전남에 옮기자고 했던 광주시-전남도 합의는 슬그머니 사라졌다. 그 약속을 헌신짝 버리듯 팽개치지만 않았더라면 요즘과 같이 지역 갈등의 첨예화로 비화하진 않았으리라.
그렇게 자신들의 임기 내 해결하지 않고 뒤로 미뤄두려는 ‘핑퐁’ 식 행정력, 정치력으로 흐르는 사이 민간 공항 및 군 공항 이전 문제는 뒤죽박죽 모양새로 바뀌었다 해도 지나치지 않다.
무엇보다 무안 국제공항이 입지한 무안에선 민간공항은 받아도 군 공항은 받지 못하겠다며 극한의 반대 투쟁에서 옴짝달싹 못한다. 이러한 일방적 여론에 끌려 다니며 눈치 보기만 하는 단체장들, 국회 및 지방의원들까지 실로 한심하기 짝이 없다.
그 와중에 해남, 영광, 함평으로까지 군 공항 이전 후보지 대열에 끼어들어 적지가 어디인지, 책상머리에서 검토만 해대며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는 지역으로선 한심하다 않을 수 없다.
무안 공항에 고속철이 연결되고 광주의 민간공항이 합류하는 쪽으로 가는 게 옳다고 본 전남도로선 군 공항 역시 다른 지역보단 무안에 입지하는 것이야말로 지역발전이나 항공 정책상 합리적이라 볼 터다.
그런 마당에 지난해 하반기부터 함평에서 자발적으로 군 공항 유치를 모색하자는 여론이 형성된 데 이어 올 들어서도 국방부와 광주시로부터 군 공항 이전 관련 설명회를 몇 차례 개최하자, 돌연 군 공항 이전 전략에 변화의 흐름이 감지되기 시작했다.
광주 군 공항 이전과 관련해 강기정 광주시장은 얼마 전 국회의 한 토론회서, 지역 언론의 한 포럼에서 함평군의 군 공항 이전을 바라는 마음을 숨기지 않은 발언을 해댔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이러한 강 시장의 행보와 발언에 마뜩찮은 눈길을 보내며 견제에 나설 수밖에 없는 입장에 몰리는 격이다.
강 시장이 향후 함평이 군 공항을 유치하고자 하면, “함평군의 광주 편입이 불가능한 일 아니다”고 한 발언이 화근이 된 셈이다.
전남도에서 대변인 명의로 지난 3일 “전남도와 사전 협의 없이 이뤄지고 도민 의사와도 무관하다”며 유감을 표명한 게 그 방증이다.
강 시장은 지난 3월 30일 광주시에서 열린 한 언론사의 ‘K포럼 개강식’에서 “광주 군공항 유치와 관련해 함평군의 광주 편입이 불가능한 일 아니다. 광주시 땅에 바다가 생긴다. 기가 막히는 일이다”라고 발언했다.
이에 대해 전남도는 “함평군의 광주시 편입은 원칙적으로 광주 군 공항 이전사업과는 별개로 논의돼야 할 사안으로, 전남도와 사전협의 없이 이뤄졌다”고 반박했다.
나아가, 최근 군 공항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한 시점에선 아예 함평군의 광주시 편입에 대해 ‘불가’라고 못을 박고 나서기까지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전남도는 특히 대구의 군 공항 이전을 받아들인 경북 군위를 대구시로 편입하려는 대구·경북 사례는 군 공항과 민간공항을 함께 이전하는 것으로 군 공항만을 이전하는 광주·전남과는 성격이 다르다는 입장이다.
근본적으로 군 공항 이전사업은 국방 안보 현안으로서 지자체가 아닌 국가 주도로 추진돼야 하는 게 타당하다고 본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전 대상 지역 주민들이 군 공항 이전을 수용할 만한 획기적인 지원 대책이 전제돼야 함은 물론이다.
그런 맥락에서 전남도는 “군 공항 유치 신청 전에 광주시가 추가 지원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함평군 편입을 먼저 언급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일축했다.
특히 “전남 특정 시군이 광주시에 편입될 경우 지방소멸시대에 인구감소 및 재정여건 악화 등으로 전남도에 큰 불이익과 부담을 초래하는 것이 명백함에도, 광주시는 전남도와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군 공항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며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반면, 광주시는 대변인 명의 성명을 통해 “특정 지역을 정했거나 염두하고 군 공항 이전을 추진하고 있지 않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군 공항 이전 부지 확정을 위한 논의의 첫 시작점은 ‘군 공항 이전을 원하는 해당 지역의 유치 신청’이다”면서 “이전을 원하는 해당 지역의 유치 신청이 선행 된 뒤에 해당 지역에 대한 인센티브 등 추가 논의가 구체적으로 시작될 수 있다”는 스탠스를 취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광주 민간공항 이전 및 군 공항 이전 문제는 이제 국가 지원이 가능한 특별법이 제정된 이상 본궤도로 진입하는 건 시간문제로 읽혀진다.
그동안 이모로 저모로 공통 현안을 두고 평행선을 달려 온 광주시와 전남도는 당장 주도적으로 공항 문제의 실타래를 풀어야 하는 막중한 책무를 지게 됐다.
특히 전남도로선 무안 공항으로 군 공항이 오는 문제를 선호하는 입장에도 불구, 그런 의중을 과감히 내비치지 못하며 이 눈치 저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던 처지를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달라져야 합당하다. 군 공항 유치 설명회 안팎에서 흘러나온 함평군의 광주시 편입 가능성 언급이나 민간공항 및 군공항의 무안공항 동시 이전 문제를 감성적으로 접근하기보다, 광주전남의 미래상을 보며 이성적으로 대안을 도출하려는 거시적, 통 큰 자세가 절실하다.
무엇보다 전남으로 이전을 바라는 광주시는 전남도와 섬세하고 밀도 있는 논의를 시작하며 이전 지역에 대한 과감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야 마땅할 터다.
그리고 이전 찬반이 거센 무안과 함평, 예비 후보지가 어느 지역으로 가든 이제라도 지역 이기주의, 눈앞의 유불리만을 따지지 말아야 한다. 행정, 정치, 지방의회, 지역 공동체 사회는 광주와 전남이 결국 한 뿌리라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 옳다.
미래를 내다보며 허심탄회하게 속마음을 털어놓고, 현실적이며 타당한 합의안을 마련하는 대장정에 나설 때가 바로 지금이다. 광주시민과 전남도민이 이 문제를 어찌 풀어나가는 지, 두 분 부릅뜨고 지켜본다는 사실을 결코 잊어선 안 되겠다.
배진희 기자 news@presszon.kr 배진희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