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언시] 自挽 - 奇遵 옮긴이/ 노주 나웅인 배진희 기자 news@presszon.kr

2023년 08월 07일(월) 08:55

옮긴이/ 노주 나웅인

自挽
자만

스스로 만시(挽詩)를 쓰다.

- 기준(奇遵, 1492 ~ 1521)


日落天如黑
일락천여흑

해는 져서
하늘은 칠흙 같고

山深谷似雲
산심곡사운

산 깊은 골짜기
마치 구름인 듯

君臣千載意
군신천재의

임금과 신하의
천년 뜻

惆悵一孤墳
추창일고분

슬프고 슬프다
무덤 하나로세.

기묘사화에 온성으로 유배가 있던 기중이
사약이 내려올 것을 알고 스스로를 위해 지은 만시(挽詩).
세상은 칠흙처럼 어둡고 구름 가득 하다.
君臣之意 천년의 약속인데 결국 무덤 하나로 남는구나.
무상타.
무상타.

기준(奇遵, 1492 ~ 1521)
기묘명현(己卯名賢)의 한 사람.
본관은 행주. 자는 경중, 호는 복재(服齋)·덕양(德陽).
조광조(趙光祖) 문하에서 수학했다.
1513년(중종 8) 사마시에 합격하고, 이듬해 별시문과에 급제했다.
사관을 거쳐 홍문관정자로 초계문신이 되었다.
박사를 역임한 뒤 사가독서했다.
1516년 저작(著作)으로 천문예습관(天文隸習官)을 겸했고,
검토관(檢討官)·수찬(修撰)·검상(檢祥)·장령·시강관 등을 두루 역임했다.
스승 조광조의 노선을 따르면서 이성언(李誠彦)의 부정을 탄핵하는 상소를 올리고,
또한 이를 묵인했다고 남곤(南袞)·심정(沈貞) 등의 훈구파를 공격해 이들의 질시를 받았다.
1519년 기묘사화로 조광조·김식·김정 등과 함께 하옥되고, 아산으로 유배되었다.
이듬해 죄가 가중되어 온성(穩城)으로 옮겨졌다.
그뒤 어머니상을 당하여 고향으로 돌아왔다.
1521년 송사련의 무고로 신사무옥(辛巳誣獄)이 일어나자,
다시 유배지로 끌려가서 죽임을 당했다.
1545년(인종 1)에 복권되어 이조판서에 추증되었다.
온성(穩城) 충곡서원(忠谷書院), 아산 아산서원(牙山書院), 종성 종산서원(鍾山書院), 고양 문봉서원(文峰書院) 등에 배향되었다.
저서는 〈복재집〉·〈덕양유고〉·〈무인기문 戊寅記聞〉·〈덕양일기〉 등이 있다. 시호는 문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