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칼럼] 다투어 속상할 때, 소통방식 점검부터 - 여운상

수필가/ 혜림복지재단 비상임이사(현). 한국도로공사 호남본부 관리처장(전)

배진희 기자 news@presszon.kr
2023년 10월 11일(수) 17:28
여운상/수필가
서로 믿고 의지하는 애인이나 배우자와 다투어 속상하고 그럴 때, 말이 아닌 감정으로 소통한다는 말을 종종 하게 되는데, 이게 문제다. 무슨 말이냐 하면 상대방과 함께 주고받는 말 그 자체보다는 자꾸 감정적이고 비언어적인 부분에 치우쳐 해석하는 경향이 크다는 것이다. “몸이 아파서 만날 수 없다”라고 하면, “변했구나! 사랑이 식었구나! 어떻게 갑자기 이럴 수가 있어!”라고 화를 내는 것이다.

다행히 서로 믿고 의지하는 애인이나 배우자가 서로 취미나 성향이 같아 함께 같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으면 좋겠다. 하지만, 그 반대로 내가 좋아하는 것을 좋아해 주고 관심을 가져주지 않아서 속상하고 그럴 때, 우리는 많은 부정적 감정이나 잘못 만난 것을 후회할 수도 있다. 이것이 옳은 일일까?

흔히 젊은 시절 연인이나 배우자를 갑자기 너무 너무 좋아 했다가, 어느 한 순간 실망하고 돌변해서 아예 그 사람을 경멸하기까지 하는 양극단으로 치닫는 상황이 종종 일어난다. 자신이 기대했던 사랑과 관심을 받지 못하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심하게 화를 내고 비난하며 분노를 조절하지 못한다. 이런 분들이 애인이나 배우자에게 바라는 건 그 어떤 상황에서도 나만 바라보라는 것이다. 그런데 겉으로는 막 화를 내고 비난하고 공격적이지만 마음속으로는 이런 자신을 붙잡아 주고 멈추게 해주고 사랑해 주길 바라는 것이다. 흔히 어린아이가 엄마가 사라질까봐 집착하고 엄마를 다시 만났을 때 엄마가 달래주어도 화를 쉽게 풀지 못하는 것과 같다고나 할까.

이러한 경우는 성인이 되어서도 사람이나 상황이나 모든 것에서 장단점이 있다는 것을 잘 통합하지 못하기 때문에 일어난다고 할 것이다. 자신의 정체감과 자아상이 불안하고, 감정적으로도 불안정성이 강하다는 특성이 있다. 이렇게 본인에 대해 안정된 자아상을 확립하지 못하다 보니까 내가 무엇을 하면서 살아가야 할지도 불분명하고 직업뿐만 아니라 나를 나답게 느끼게 해주는 삶의 목표나 가치, 나답게 사는 방법을 추구하는 힘이 부족하다 할 수 있다. 이러한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쉽게 공허감을 느끼고 우울감에 자주 빠진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연인이나 배우자에게 장단점이 있음을 받아들이는 것이 필요하다. 한 편으로는 성실하고 책임감 있거나 집안일을 잘 도와준다든지 이런 모습을 떠올려 보는 것이 좋다. 누구라도 이 사람은 자상하고 친절하지만 좀 덜렁덜렁해서 시간약속을 잘 안 지키는 면이 있네! 이런 식으로 사람을 바라볼 때 너무 좋은 면만 크게 확대해서 보려고 하거나 또 반대로 너무 단점만을 보려고 하지 말아야 한다. 모든 사람에게는 장단점이 공존한다는 사실을 생각하면서 균형감 있게 폭넓게 객관적으로 통합해서 바라 볼 수 있는 시각을 갖추는 것이다.

“아, 오늘은 몸이 아프구나! 그래서 만날 수가 없구나!”라고 상대방 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필요하다. 무슨 일이 있을 때 처음부터 감정적으로 왜곡해 버리고 나면 그 이후에 다시 객관적인 자세로 돌아가기가 어렵게 된다. 사소한 다툼에서 출발했지만 자꾸만 자동적으로 실행하게 되는 ‘감정적인 추론’으로 빠져드는 것을 그치려면 이러한 작은 것들에서부터 연습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상대방의 말에 내가 지나친 비약을 한 건 아닌지, 나의 두려움 때문에 내가 무의식적으로 두려움을 뒷받침해줄 만한 내용을 유도하고 있는 건 아닌지 냉철하게 판단할 일이다. 내가 느끼는 이 감정이 믿을 만하고 확실한 건지, 이럴 때 다른 사람들은 어떤 반응할지, 생각해 보는 것도 좋다. 즉, 나의 소통방식을 다시 점검해 보는 것이다.
배진희 기자 news@presszon.kr     배진희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이 기사는 프레스존 홈페이지(http://www.presszon.kr)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문의 메일 : bh1200@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