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언시] 季冬行 - 偰遜 옮긴이 / 노주 나웅인 배진희 기자 news@presszon.kr

2023년 12월 26일(화) 05:11

나웅인 삼성한의원장

季冬行
계동행

- 설손(偰遜, ? ~ 1360)

季冬雨雪昆陵道
계동우설곤릉도

섣달의 눈 내리는
곤릉 가는 길

一片征帆疾如鳥
일편정범질여조

한 조각 돛단 배
새처럼 빨리 달려

方入深溪指惠山
방입심계지혜산

깊은 시내 들어서
혜산을 가리키니

已覺孤城水雲杳
이각고성수운묘

이제 보니 외로운 성
물과 구름 아득하다.

沙岸黃莎高復低
사안황사고부저

모래 언덕 누른 풀 밭
높았다 또 낮아지고

靑松翠竹過雲齊
청송취죽과운제

푸른 솔 맑은 대는
구름 뚫고 솟아 있다

家家陶冶依林木
가가도야의림목

숲속 집집마다
옹기점인데

箇箇茅簷插酒旗
개개모첨삽주기

초가집 처마마다
주기를 꽂았구나

南望郵亭應許墅
남망우정응허서

남쪽 보이는 정자
허 씨 별장이로구나

故人正在梅深處
고인정재매심처

고인은 진정
매화 짙은 곳 있으려니

有約重來訪虎丘
유약중래방호구

다시 와서 호구산
찾기 언약 하였으니

今夜扁舟且須住
금야편주차수주

오늘밤 쪽배는
여기서 머물련다


설손(偰遜, ? ~ 1360)

초명(初名)은 백료손(百遼遜).
위구르(Uighur, 回鶻) 사람으로 고조부 위래티무르[嶽璘帖穆爾] 이래 원나라에서 벼슬을 하였다.
아버지 설철독(偰哲篤)은 강서행성우승(江西行省右丞)을 지냈다.
조상 대대로 설련하(偰輦河)에 살았으므로 설로써 성을 삼았다.
학문이 깊고 문장에 뛰어났다.
원순제(元順帝) 때 진사(進士)에 합격하여 한림응봉문자(翰林應奉文字)·선정원단사관(宣政院斷事官)을 거쳐
단본당정자(端本堂正字)로 뽑혀 황태자에게 경전을 가르쳤다.
그러나 승상(丞相) 합마(哈麻)의 시기를 받아 단주(單州)로 나가 지키던 중 부친상을 당하여 대령(大寧)에서 살게 되었다.
1358년(공민왕 7) 홍건적(紅巾賊)이 대령을 핍박하자 난을 피하여 고려로 오게 되었다.
그런데, 왕이 즉위하기 전 단본당에서 황태자(皇太子)를 가르칠 때
원나라에 가 있던 공민왕(恭愍王)과 친교가 있었으므로 후한 대우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