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선 칼럼] 한국해양대-부경대 통합에 대한 단상 유일선 한국해양대 교수 배진희 기자 news@presszon.kr

2024년 01월 25일(목) 17:14

교수 교직원 조교 등 설문 결과 86% 통합에 찬성
올 1월 초 부경대 총장 제안 ··· ‘글로컬30’ 공동 추진

두 대학 구성원, 해양 관련 기업 이해, 공감이 관건
“기회의 날개냐, 추락의 날개냐”, 결국 선택의 문제



한국 대학들은 현재 심각한 구조조정에 직면해 있다. 주요 요인은 저출산에 따른 획기적인 인구구조의 변화에 있다. 2023년 3분기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70으로 OECD 평균 합계출산율 1.59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것은 급속한 학령인구감소로 이어져 대입 경쟁률이 지속해서 감소하더니 2018년부터 대학 정원이 고3 학생 수를 초과하기 시작했다.

현실은 더 악화하고 있다. 2024학년도 대입 선발 인원은 총 51.9만 명으로, 고3 학생 수보다 11.2만 명을 초과하고 있다. 2023학년 대입 정시모집에서 전국 14개 대학 26개 학과에서 아예 신입생 지원자가 1명도 없었다. 해당 대학은 수도권과 대전·세종지역을 제외한 전부 지방대학이었다. 또한 대학은 정부의 ‘반값 등록금’ 정책으로 재정의 압박을 받고 있다. 이 정책은 대학 등록금 동결 조건으로 소득을 연계한 국가장학금 2유형을 지원받도록 설계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교협이 대학 총장 116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10년 후 31~40개 대학이 소멸할 것(27%)이라는 응답이 가장 높았고, 60개 이상이라는 응답도 15.3%에 이르렀다. 이제 지방대학 곳곳에서 ‘이대로는 모두가 공멸한다’는 위기의식은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됐다. 정부는 지방대학의 혁신을 요구하며 ‘지역혁신 중심대학 지원체계’(RISE)를 구축하고 있다. 그 중 ‘글로컬 대학 30 사업’을 통해 혁신적 시스템을 통해 대전환을 모색하는 대학 30곳을, 앞으로 5년간 1000억 원을 지방대학에 지원할 계획이다. 이런 거대한 흐름 속에서 지방대학들은 생존을 위해 글로컬 대학 선정에 전력을 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지난해 11월 발표된 1차 10개 대학 선정 결과를 보면 대학통합 계획을 제출한 4개 대학이 모두 선정되어 대학통합이 주요 요건이 됐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12월 국립한국해양대학교에서 교수, 교직원과 조교 등을 대상(73.8% 참여)으로 대학통합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전체 참여자 중 86%가 통합에 찬성하고 그 대상 학교로 국립부경대학교가 74%로 가장 높았다. 지난 1월 초 부경대 총장이 교육부의 ‘글로컬 대학 30 사업’에 한국해양대와 ‘공동추진위원회’를 구성하자는 제안서를 정식공문으로 전달했다.

이제 대학의 주요 기능인 교육과 연구 차원에서 두 대학의 통합효과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첫째, 해양수산과학 분야를 총괄하는 전국 거점대학으로 도약할 수 있다. 해운·항만 분야의 한국해양대와 해양 생명·수산 분야의 부경대 통합은 ‘해양수산과학기술 육성법’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여 해양을 대상으로 교육, 연구개발과 인재 양성을 총괄하는 거점대학으로 거듭날 수 있다.

둘째, 해양인에 대한 이미지를 제고할 수 있다. 한국에서 해양은 다른 직업군과 비교해서 리스크가 높고 일상생활과 고립된 대가에 비해 보수가 높지 않은 것으로 인식하여 특히 젊은 세대들은 기피하는 경향이 높다. 통합대학은 다양한 해양수산분야의 인재 양성과 과학기술 연구 진작을 통해 미래 가능성을 제고할 수 있다.

셋째, 글로벌 해양도시를 지향하는 부산지역과 시너지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부산지역의 한국해양과학기술원, 국립수산과학원과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등 연구기관과 협력을 집중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넷째, 첨단분야와 연계한 융합적 혁신화를 도모할 수 있다. 21세기는 융합적 사고능력을 바탕으로 신개념과 신기술을 창출하는 인재를 필요로 한다. 이것을 위해 디지털, 반도체, 금융, AI, 바이오 등 첨단분야를 해양수산분야와 연계한 통합모델을 구축할 수 있다.

그런데 통합효과가 반드시 이루어지리란 보장은 없다. 두 대학의 대학 구성원과 해양 관련 기업 등 이해관계자들의 이해 상충 문제를 어떻게 조정하여 공감대를 형성하고 그것을 실천해 낼 수 있는 역량이 있느냐가 관건이다. 그러나 이러한 구조조정의 파고 속에서 개별 지방대학이 헤쳐 나가기엔 힘든 상황은 명백해 보인다.

바다는 배를 띄울 수도 있지만 전복시킬 수도 있다. 이처럼 위기는 항상 기회의 날개와 추락의 날개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어떤 날개에 올라타느냐는 우리 선택의 문제가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