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언시] 漁翁 - 偰長壽 옮긴이 / 노주 나웅인 배진희 기자 news@presszon.kr

2024년 06월 18일(화) 09:09

나웅인 삼성한의원장

漁翁
어옹

- 설장수(偰長壽, 1341 ~ 1399)


不爲浮名役役忙
불위부명역역망

헛된 명예 이루려
조급하게 살지 않고

生涯追逐水雲鄕
생애추축수운향

평생 물과 구름 쫓아
오르락 내리락

平湖春暧煙千里
평호춘애연천리

따뜻한 봄날 너른 호수엔
안개가 천 리

古岸秋高月一航
고안추고월일항

옛 언덕에 가을 깊으니
달 아래 떠가는 외로운 배

紫陌紅塵無夢寐
자맥홍진무몽매

도성 거리 세상살이
전혀 뜻이 없고

綠蓑靑蒻共行藏
녹사청약공행장

푸른 도롱이 부들 삿갓
평생을 짝하누나

一聲款乃歌中趣
일성관내가중취

어여차 부르는
뱃노래 흥취 속에

那羨人閒有玉堂
나선인한유옥당

인간 세상 높은 벼슬
부러울 것 없어라


설장수(偰長壽, 1341 ~ 1399)
본관은 경주(慶州). 자는 천민(天民), 호는 운재(芸齋). 부원후(富原侯) 설손(偰遜)의 아들이다.
본래 위구르(Uighur, 回鶻) 사람으로
1358년(공민왕 7) 아버지 설손이 홍건적(紅巾賊)의 난을 피해 고려로 올 때 따라와 귀화(歸化)하였다.
1360년 경순부사인(慶順府舍人)으로 있던 중 부친상을 당했는데,
서역인(西域人)이므로 왕이 특별히 명해 상복(喪服)을 벗고 과거에 나아가게 하였다.
1362년 문과에 급제해 판전농시사(判典農寺事)에 올랐다.
이어 밀직제학(密直提學)이 되고, 완성군(完城君)에 봉해졌다.
추성보리공신(推誠輔理功臣)에 녹권(錄券)되었다.
1387년(우왕 13) 지문하부사(知門下府事)로 명나라에 다녀오고,
1389년(창왕 즉위년) 정당문학(政堂文學)으로 우왕(禑王) 손위(遜位)의 표문(表文)을 가지고
다시 명나라에 다녀왔다.
공양왕(恭讓王)을 세울 때 모의에 참여, 공이 있었다.
1390년(공양왕 2) 충의군(忠義君)에 봉해졌으며 문하찬성사(門下贊成事)로 승진하였다.
이듬해 정난공신(定難功臣)의 호를 받았고, 1392년 판삼사사(判三司事)로서 지공거(知貢擧)를 겸하였다.
이 해 정몽주(鄭夢周)가 살해될 때 일당으로 지목되어 해도(海島)에 유배되었다.
조선이 건국된 뒤 태조(太祖)의 특명으로 1396년(태조 5) 검교문하시중(檢校門下侍中)에 복직되었다.
계림(鷄林: 지금의 경상북도 경주)을 본관으로 받고 연산부원군(燕山府院君)에 봉해졌다.
1398년 정종(定宗)이 즉위하자,
계품사(啓禀使)로 명나라에 가던 도중 명나라 태조가 죽었으므로
진향사(進香使)로 사명(使命)이 바뀌어 북경에 갔다가 이듬해 귀국하였다.
전후 8차에 걸쳐 명나라에 사신으로 왕래하였다.
시와 글씨에도 능하였다. 시호는 문량(文良)이다.
저서로는 『직해소학(直解小學)』·『운재집(芸齋集)』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