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 디카시 칼럼] 디카시의 제목 조필 시인 (광주디카시인협회 회장) 배진희 기자 news@presszon.kr

2024년 08월 22일(목) 05:10

■ 디카시를 말하다- 열두 번째 이야기

글의 제목은 신체의 얼굴과 같다. '페이스 투 페이스 face to face' 얼굴의 인식을 통해 대상을 판별하고 소통하는 행위는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대인적인 커뮤니케이션이다. 전달자와 피전달자의 관계가 보다 직설적이고 질적으로 밀도가 높다. 문학 장르에서 특히 시의 제목이 전달하는 메시지는 이런 커뮤니케이션의 효율성에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볼 수 있다. 비유가 자주 등장하는 시적인 수사법상 전달자가 의도하는 시 내용을 피전달자가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일단 제목에서 나타나는 일련의 암시가 시를 이해하는데 실적적인 도움을 줄 때가 많다. 그 만큼 시에서 제목은 시 작법에서 간과 할 수 없는 중요한 프레임이다.

디카시는 소통을 중시하는 문학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주창하고 있다. 독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을 어떤 장르보다 우선시하고 있는 디카시는 시각적 효과와 짧은 언술과의 효율성의 대척점에서 제목이 전달하는 파급효과는 지대하다 하겠다. 사진이 나타내고자 하는 영상미의 핵심과 글이 전달하고자 압축적 주제가 제목을 통해서 독자와의 커뮤니케이션에 쉽게 다가갈 수 있는 합일점을 먼저 제시해준다면 디카시 본연의 소통의미는 한 층 부각 될 수 있다.

디카시 제목이 가져다주는 의미의 확장성은 무릇 ‘어, 제목을 보니 글 내용이 파악되네.’ ‘아니, 제목이 사진이 보여주는 대상과 일치감이 있네.’ 등의 언급에서 알 수 있듯이 제목도 글의 일부분으로서 짧은 글에 담겨진 의미를 정확히 소통하는데 뒷받침 된다하겠다. 그래서 디카시의 제목은 사진이라는 또 다른 전달 매개체가 있기에 글과 사진이 한 몸체로 커뮤니케이션의 정확한 타겟에 도달하도록 신중하게 취사선택해야 할 것이다.

첫 번째 디카시 제목은 대상 자체의 이름을 활용 할 수 있다. ‘장미‘를 ‘장미‘로 길을 ‘길’로 이런 경우에는 글 내용에서 대상 이름 갖고 있는 이미지를 비유적인 표현을 써서 디카시를 작성하면 시적인 언술의 응축미를 맛 볼 수 있어 좋다. 두 번째는 비유적인 제목을 선택하는 것이다. 장미가 대상일 때 ‘가시 돋친 사랑’ 이라든가 뜯겨나간 길바닥이 대상 일 때 ‘찢어진 장판’등으로 제목을 설정하고 글 언술에 제목이 주는 의미를 사진과 맞게 함축적으로 서술하여 디카시를 완성 할 수 있다. 세 번째로는 제목을 단답형으로 써보는 것이다. 메마른 물 배관을 보고 ‘갈증’이라 한다든지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을 보고 ‘신기루’라 하여 글 내용에 제목과 관련한 사유를 서술하면 읽는 독자가 생각의 파고를 깊이 있게 음미 할 수 있다. 그 외에도 디카시 제목은 언술이 전달하고자 하는 다양한 퍼즐의 완성을 가져다주는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음으로 디카시를 쓸 때 한 번 더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다.

[디카시 감상]

찢어진 장판



우리 집 작은방 때운 자국
항상 찢어져 있다
아버지는 장날에 사 온다 했는데
아직도 그대로다
장날은 일 년도 더 지나갔다

서 복 현


갈증



고갈된 마음의 통로

당신의 언어는
나를 깨운 젖줄이었다

목을 축이던 그날의 기억
이젠 당신의 샘물이고픈

조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