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 디카시 광장] 괘고정수 웃으시다 - 권준영 배진희 기자 news@presszon.kr |
2024년 10월 22일(화) 06: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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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은 날의 흔적들
사는 게 무어냐니
대답은 아니하고
그저 웃으시기만
* 掛鼓亭樹
광주광역시 남구 원산동 남산마을의 수령 6백 살 왕버드나무 이름
♤ 시작노트
김상용 시인은 '남으로 창을 내겠소'에서
'왜 사냐건 웃지요' 라고 했다.
잔잔한 감동으로 읽었던 그 문장을
괘고정수 풍경으로 다시 만났다.
등을 내어 주는 듯한 모습의 왕버드나무 아래 빈 의자 하나 앞에 두고 노인 혼자 앉아 있다.
버드나무 이름의 내역을 묻자,
이 나무는 조선초 필문 이선제가 심었는데
마을에 경사가 있어 잔치를 할 때면 가지에
북을 걸곤 해서 괘고정수란 이름을 얻었더란다.
노인은 나무 하나가 광주광역시 기념물이
된 것은 이 이름 덕이 아니겠느냐고 되물으신다.
소년 시절 동무들과 함께 이 나무 등을 타고
놀던 추억이 새롭다는 어르신 눈가에 언뜻
쓸쓸함이 스친다.
간난의 한 세월 살아온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래서 인생이 무어냐고 물으니 대답은 않고 웃기만 하신다.
그 모습이 마치 6백 살 왕버드나무 괘고정수를 닮았다.
[권준영 시인 프로필]
-광주디카시인협회 회원,
-광주문협, 전남문협, 보성문협 회원
-시가흐르는행복학교장
-시집 '뿔, 물이 되다'
-디카시집 '날아라,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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