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 디카시 광장] 내 얼굴 - 이태연 배진희 기자 news@presszon.kr

2024년 11월 12일(화) 05:56

긴 시간
화장했는데

옆집과 다를 것 없는
네모 얼굴

♤ 시작노트

무더웠던 여름날 아파트 계단을 내려가다
맞은편 아파트 벽을 바라보게 되었다.
아파트 앞 동의 뒷면이다.
그곳에는 너무도 똑같은 네모 상자가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거의 오차 없는 반듯한 줄 긋기로 칸칸이 만들어져 있는 공간, 장식도 거의 없고, 색채도 같다. 마치 네모로 만들어진 벌집처럼 그 생김새가 개성도 없고, 볼품도 없다.

아파트에 사는 주민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직업도 다르고, 생활 수준도 다르고, 겉모습도 다르고, 생각하는 수준도 천차만별인데, 주거 형태의 특수성 때문에 우리나라의 많은 사람들은 같은 모양의 집에서 살고 있다.

사진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나는 사진작가의 가장 중요한 요건 중 하나가 자신 작품의 차별화하는 것이라 여긴다. 타인과 작품의 차별화를 만들지 못하는 작가는 그 생명력을 잃는다. 그래서 남과 다르기 위해서 수많은 시간을 공부하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끊임없는 창작의 열정을 불사른다.

나는 오늘도 나의 작품이 네모 얼굴이
아닌가 확인한다.
“오늘 작품이 네모가 아니면 웃는다!”

[광주디카시인협회 제공]


[이태연 작가 프로필]
- 광주디카시인협회 회원
- 전남대 평생교육원
사진반 강사
-한국사진작가협회 정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