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선 칼럼] 해양보호구역의 설정 이유

국립한국해양대학교 명예교수

배진희 기자 news@presszon.kr
2024년 11월 21일(목) 09:28
유일선 교수
인간활동의 결과로서 해양생물자원의 고갈과 해양오염의 심화 등으로 해양은 황폐화하고 있다. 또한 온실가스 배출로 해수온도와 해수면이 상승하고 해양산성화가 진행되면서 해양생태계 붕괴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하딘(G. Hardin; 1968)은 해양과 같은 공유자원에서 나타나는 이런 현상을 ‘공유지의 비극’이라 하였다. 2009년 노벨경제학 수상자인 오스트롬(E. Ostrom)은 저서 ‘공유지 비극을 넘어서’에서 전세계적인 인간의 해결 노력을 국가 해법, 시장 해법과 공동체 해법으로 분석하였다. 국가 해법은 국가권력 기반으로 공적 통제와 개입에 의한 해결방식이다. 해양에서 배타적 경제수역(EEZ) 등을 설정하여 개별국가에게 관할권을 인정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시장 해법은 공유자원에 소유권을 설정하여 개인에 배분하면 각자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한 결과 나타나는 자원의 효율적 관리방식이다.

근대국가 성립 이후 개별국가나 국제사회에서 이런 두 가지 방식이 공유지 비극의 극복을 위해 적용되었다. 그러나 그 결과는 그렇게 성공적이지 못했다. 국가 해법은 감시·감독·적발에 필요한 정보가 충분치 못한 경우가 많아 효과적이지 못하고 제반 집행비용이 과도하며, 시장 해법은 거대한 어장과 같은 공유자원은 대부분 분리가 불가능하여 소유권을 획정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지구 표면의 61%를 차지하지만, 특정 국가의 관할권과 사적 소유권이 인정되지 않는 공해에서 이런 해법은 무력하다. 소유권이 잘 정의되고, 경쟁이 적절히 보장되며, 국가가 시장실패의 교정 역할을 수행하면, 공유지 비극을 극복할 수 있다는 근대국가 이후 형성된 믿음이 해양분야에서는 크게 흔들린다. 그래서 공동체 해법이 소환되고 있다. 이것은 이해당사자인 공동체 구성원들 간 상호협력과 상호 감시·제재 체제를 유인하는 적절한 제도를 통해 개별 이익과 공동 이익을 조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해양에서 대표적인 사례가 해양보호구역(MPA) 설정이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MPA 정의는 해양에서 생태계와 문화적 가치가 높아 지속 가능한 보존을 위해 법과 제도를 통해 관리하는, 지리적으로 명확히 구분된 지역이다. 세계자연기금(WWF) 등 비정부기구(NGO)의 연구소와 다양한 생태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MPA는 해양생물종의 서식처와 다양성 확보, 어획량 확대로 장기적 식량안보 확보, 갯벌, 산호초와 망그로브 등 보호로 인한 해안침식 방지, 탄소저장 능력 확대, MPA 관리 및 연구직 고용확대, 해양관광 등 연관산업 증진, 교육 예술 과학과 정신적 가치를 포괄하는 문화적 가치를 제공한다. 또한 생물다양성과 인간 활동의 대소를 바탕으로 기존의 MPA를 10%와 30% 확대한 경우 비용편익 분석한 결과 30% 확대 경우 최대 편익-비용 비율이 20:1로 매우 높았으며, 경제적 수익률은 9%-24%로 나타나 MPA 확대가 경제적 근거가 있음을 입증하였다. 이런 연구결과는 WWF, IUCN 등 다양한 NGO들의 MPA 확대 논거를 제공하고, 세계공원총회(WPC, 2014)에서 국제사회에 2030년까지 MPA 30% 확대를 권고하기에 이르렀다. 마침내 유엔 회원국들은 2023년 3월 유엔 해양생물다양성보전협약(BBNJ) 제5차 비상회의에서 2030년까지 해양 30%를 MPA로 지정하는데 합의했다. 공해는 인류공동자산으로 유엔 회원국들의 상호협력과 상호감시·제재를 기반으로 MPA를 설정할 수 있는 국제사회의 규범을 마련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최근 국제사회는 MPA 범위를 지속적으로 넓혀 왔다. 전 지구 표면적 중 해양이 차지는 비중은 약 71%인데, 2021년 기준 전세계에서 MPA 비율은 약 7.9%, 각국의 관할권 내 비율은 17.9% 정도이다. OECD 통계에 따르면, 2021년 4월 기준 한국의 MPA 비율은 해양관할권(EEZ)의 1.8% 수준에 불과하다. OECD 전체 평균 21.5%를 감안하면, MPA 비율 면에서 한국은 OECD 국가는 물론, 전 세계 국가들 중에서도 최하위 수준이다. 이제 우리도 2030년까지 30%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 생태학적, 윤리적 측면 뿐만 아니라 경제적 이익 측면에서 각국 정부, 국제기구, NGOs 등과 MPA 확대를 위한 협력체제 구축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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