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언시] 滄浪亭 - 權鞸 창랑정 - 권필 / 옮긴이 - 노주 나웅인 배진희 기자 news@presszon.kr

2025년 02월 13일(목) 08:42

나웅인 삼성한의원장

滄浪亭
창랑정

- 권필(權鞸, 1569 ~ 1612)


屋下淸江屋上山
옥하청강옥상산

집 아래 맑은 강
집 위는 산

道人生計水雲間
도인생계수운간

도인의 삶은
물과 구름 사이

應知靜坐翻經處
응지정좌번경처

알겠노라
고요히 앉아
경서 보는 곳

潭底神龍夜叩關
담저신룡야고관

못 아래 신비한 용
밤에 문 두드리네

蒲團岑寂篆煙殘
포단잠적전연잔

부들방석 고요하고
향 연기 꺼지는데

獨抱山經靜裏看
독포산경정리간

홀로 산해경 들고
조용히 책 읽는다

江閣夜凉松月白
강각야량송월백

강변 누각 밤 차고
소나무 달 밝은데

渚禽飛上竹闌干
저금비상죽란간

물총새 날아와
대 난간에 오른다

* 滄浪亭(창랑정) : 전남 화순 동복 물가에 있는 정자.
* 潭底神龍夜叩關(담저신룡야고관) : 밤이면 못 아래 신비한 용 문 두드린다네.

어떤 승려가 산사에서 불경을 강설하고 있는데
늘 한 노인이 와서 듣기에 그 성씨(姓氏)를 물으니
“나는 바로 산 아래 연못 속의 용입니다. 다행히 올해는 가뭄이 드는 때라 한가하여 와서 설법을 듣는 것입니다.” 하였다.
이에 승려가 “공은 가뭄을 구제할 수 있겠소?” 하니,
노인이 “상제(上帝)께서 강호(江湖)의 물을 봉(封)하셨으니, 물이 있어도 마음대로 쓸 수 없습니다.” 하였다.
승려가 “이 벼루에 있는 물을 쓸 수 있겠소?” 하니,
노인이 벼루의 물을 입으로 빨아들이고 곧바로 갔다.
그날 밤에 우레가 치고 큰비가 내렸는데 이튿날 일어나서 보니 물이 모두 먹물과 같이 검은빛이었다. 《古今事文類聚 前集 卷5 龍吸硯水》

* 蒲團(포단) : 부들방석.
* 岑寂(잠적) : 고요하다.
* 山經(산경) : 《산해경(山海經)》이다.

한유(韓愈)의 〈남산(南山)〉에 《산해경》과 〈지리지(地理志)〉를 ‘산경과 지지〔山經及地志〕’라 하였다.
도연명의 〈독산해경(讀山海經)〉에 “주왕전을 훑어보고, 산해도를 두루 본다. 잠깐 사이 우주를 다 구경했으니, 즐겁지 않고 또 어떠하리. 〔泛覽周王傳 流觀山海圖 俛仰終宇宙 不樂復何如〕”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