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돌과 최종전서 '아름다운 패배'

초반 불꽃 튀는 공격과 방어로 승률 앞서

전남 신안의 바둑천재 이세돌(36)이 인공지능(AI) 한돌과의 최종 은퇴 대국에서 아쉽게 졌다.

비록 인공지능의 벽을 넘지 못하며 졌지만 이세돌 다운 기풍을 뽐낸 경기력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이세돌은 21일 신안군 증도 엘도라도 리조트에서 열린 NHN 바둑 AI 한돌과 '바디프랜드 브레인마사지배 이세돌 vs 한돌' 치수고치기 3번기 최종 3국에서 181수 만에 불계패했다.

지난 1국에서 흑으로 2점을 먼저 놓는 접바둑으로 붙어 불계로 이긴 이세돌은 2국에서 한돌과 호선으로 맞대결했으나 불계로 졌다.

치수가 다시 2점에 덤 7집반으로 조정된 이번 최종 3국에서 이세돌은 자신의 바둑 인생을 마감하는 자세로 심혈을 기울였다.

1국과 마찬가지로 세 귀를 차지한 이세돌은 치열한 자신의 기풍대로 곧바로 우하귀에 파고들어 초반부터 불꽃 튀는 수 싸움을 벌였다.

이세돌은 이 접전에서 상당한 위기에 빠지기도 했으나 2선에 붙이는 묘수를 발견해 대마를 살려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하변 5점이 잡히는 손해를 입어 출발 당시 90%-10%였던 승률 그래프는 70%-30%로 한돌의 추격으로 이어졌다.

세 귀를 돌아가며 실리를 차지한 한돌은 90여수쯤에 이르러 좌상귀에 이어 상변마저 파고들자 승률 그래프가 50%를 넘어섰다.

2점을 깔면서 덤7집반을 제공하는 이세돌은 한돌보다 12∼13집가량 유리한 상태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100수가 넘어가기 전에 역전을 허용하고 말았다.

21일 신안 증도 엘도라도 리조트에서 열린 한돌과의 최종 은퇴경기 장면. 바둑TV 캡쳐.

형세가 불리해진 이세돌은 상변에서 패를 걸며 승부수를 띄웠다.

패싸움의 불똥은 하변으로 이어졌고 집에서 뒤진 이세돌은 하변 백돌을 잡기 위해 마지막 총공세를 펼쳤다.

그러나 한돌이 가벼운 행마를 하며 포위망에서 벗어나자 이세돌은 돌을 던지고 말았다.

반상을 25년 동안 지배한 풍운아였던 그의 바둑인생은 이렇게 막을 내렸다.

그러나 그는 인공지능 알파고와 한돌과 대결, 한 차례씩 이긴 유일한 인류로 남게 됐다.

이세돌은 통산 18차례 세계대회 우승, 32차례 국내대회 우승을 포함 50번의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2016년 3월 구글 딥마인드의 바둑 인공지능 프로그램인 알파고와 대결을 벌여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마침내 자신의 은퇴 대국도 국내 최강의 인공지능과의 대결에서 1승 2패로 피날레를 장식했다.

이세돌은 경기직후 소감에서 "바둑 팬들께 표현할 수 없는 깊은 감사를 드린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다른 곳에서 좋은 모습 보이도록 노력하겠다"는 말로 아쉬움을 달랬다.

배병화 기자 bh1200@daum.net 배병화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