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의대 눈앞에서 ‘지역전쟁’…목포대·순천대, 둘 다 놓칠라

정부 20일 계획서 마감…경북과 ‘정원 100명’ 사실상 마지막 경쟁

배병화 기자 news@presszon.kr
2026년 08월 18일(화) 10:05
마주 보고 달리는 목포대-순천대 그 운명 어떻게 / 일러스트레이션
대학 통합이 전제인데 의대 소재지 놓고 평행선…정치권·시민사회까지 세 대결
청와대 상경·삭발·기자회견 이어져도 대학 간 협상은 제자리
충남대·공주대는 교명·주소·본부 놓고 타협…“전남광주도 마지막 결단 필요”



[프레스존] 전남광주 국립의대 신설이 마지막 문턱에서 ‘지역 간 제로섬 전쟁’​에 갇혔다.

목포대학교와 순천대학교가 의과대학 소재지를 놓고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맞서는 사이 양 지역 정치권과 시민사회까지 가세하면서, 대학 통합과 국립의대 유치라는 공동 목표보다 ‘우리 지역 의대’를 앞세운 세 대결이 더욱 거세지는 형국이다.

문제는 시간이 사실상 끝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교육부는 경북과 전남광주통합특별시를 2030학년도 지역 국립의대 신설 후보지역으로 선정하고, 오는 8월 20일까지 해당 광역지자체와 국립대가 공동으로 의대 신설 추진계획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특히 전남광주의 경우 목포대와 순천대의 대학 통합을 전제로 한 계획서 제출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가 배정하려는 지역의대 정원은 100명으로, 두 후보지역이 사실상 한 장의 티켓을 놓고 경쟁하는 구조다.

때문에 지금의 목포대·순천대 갈등은 단순히 ‘의대를 어느 지역에 둘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다. 합의하지 못하면 의대 자체를 놓칠 수 있는 단계에 들어섰다는 의미다.
통합 및 의대 유치 문제에 대해 여전히 접점 못 찾는 목포대-순천대

‘마주 보고 달리는 자동차’…충돌 직전인데 브레이크가 없다

두 대학의 입장 차이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측은 앞서 대학 통합과 함께 목포와 순천에 의대와 대학병원 등의 기능을 나누는 중재안을 제시했지만 순천대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후 목포대가 통합대학 본부를 순천에 두고 의대를 목포에 두는 방안을 제안했지만, 순천대는 의과대학과 대학병원의 순천 배치 입장을 고수하면서 접점을 찾지 못했다.

지난 14일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주재로 다시 회동했지만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고, 정부 제출 시한을 불과 사흘 앞둔 17일까지도 추가 회동 일정조차 잡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상황은 말 그대로 마주 보고 달리는 두 자동차가 어느 쪽도 핸들을 꺾지 않는 모습에 가깝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대학 간 협상 테이블이 좁아지는 것과 반대로 지역사회의 장외전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순천지역 시민사회는 18일 오전 청와대 앞에서 시민 200여 명이 참여하는 순천대 의대·대학병원 설립 촉구 궐기대회를 개최하기로 했고, 김문수 국회의원도 삭발을 통해 의대 유치 의지를 밝히겠다고 예고했다.

앞서 서부권 정치권과 자치단체, 시민사회 역시 목포대·순천대의 조속한 통합과 결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잇달아 열었다.

지역의 절박함을 정부에 전달하는 행동이라는 점에서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상경투쟁과 삭발, 기자회견이 대학 간 합의를 대신할 수는 없다.

오히려 각 지역의 목소리가 강해질수록 대학 총장들이 선택할 수 있는 정치적 공간은 좁아지고, 한쪽이 양보하면 지역에 ‘굴복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는 구조가 굳어질 가능성도 있다.

결국 의대 유치를 위한 지역사회의 총력전이 역설적으로 대학 간 타협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더 무서운 것은 ‘경북’…전남광주끼리 싸울 시간이 아니다

무엇보다 전남광주가 직시해야 할 상대는 목포나 순천이 아니라 경북이다.

정부는 경북과 전남광주 두 지역에서 추진계획서를 받아 검토한 뒤 최종 신설지역과 대학을 결정할 계획이다. 경북은 이미 국립경국대를 중심으로 광역자치단체와 대학이 공동으로 계획서를 준비하고 있다.

반면 전남광주는 정부가 요구한 ‘목포대·순천대 통합’이라는 선결조건부터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전남광주는 정부가 어렵게 열어준 국립의대 신설 기회를 지역 내부 갈등으로 스스로 걷어찰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목포가 순천을 이기느냐, 순천이 목포를 이기느냐를 다투는 동안 경북이 의대를 가져가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전남광주 입장에서는 ‘어디에 의대를 둘 것인가’보다 먼저 ‘전남광주에 의대를 가져올 수 있느냐’​를 판단해야 할 시점이다.

지역 간 승패를 가리는 것은 의대를 확보한 이후에도 논의할 수 있지만, 이번 기회를 놓치면 다시 언제 국립의대 신설 기회가 올지는 누구도 장담하기 어렵다.
절망감 높아진 전남권 국립의대 신설 유치

충남대·공주대는 달랐다…민감한 쟁점 나눠 갖고 ‘통합’ 선택

이런 가운데 충남대와 국립공주대가 최근 대학 통합의 핵심 쟁점을 타결한 사례는 목포대와 순천대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두 대학은 지난 14일 세종 공동캠퍼스에서 통합 추진 결과를 발표하고 통합대학 교명은 ‘충남대학교’, 법적 대표 주소는 대전​으로 정하는 조정안에 합의했다.

대신 통합대학 본부는 대전과 공주 양쪽에 두고 총장실과 부총장실, 주요 행정기능을 분산하는 이원화 체제를 선택했다.

양 대학은 교명과 대표주소, 거버넌스 등 15개 핵심 현안을 논의한 끝에 절충안을 만들었으며, 이를 토대로 구성원 찬반투표 등을 거쳐 교육부에 통합신청서를 낼 계획이다.

모든 것을 한 대학과 한 지역이 가져가는 방식이 아니었다.

교명과 법적 주소는 한쪽이 수용하고, 대학본부와 주요 기능은 양 지역에 나누는 방식으로 서로 주고받으며 통합이라는 더 큰 목표를 살렸다.

목포대와 순천대가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대학 통합은 어느 한쪽이 100% 승리하고 다른 쪽이 100% 패배하는 구조로는 성사되기 어렵다.

의대와 대학병원, 대학본부, 특성화 학문 분야와 정부 지원사업 등 협상 가능한 자산을 테이블 위에 모두 올려놓고 서로 하나씩 주고받는 ‘패키지 타협’​이 필요하다.

이제 필요한 것은 집회가 아니라 ‘합의서’

정부 제출 시한은 20일이다.

시간은 이제 ‘협상을 계속하겠다’고 말할 단계조차 지나고 있다.

목포대와 순천대가 끝내 접점을 찾지 못한다면 지난 수십 년간 전남지역이 요구해온 국립의대 설립 염원은 다시 기약 없는 과제로 밀려날 수 있다.

정치권과 시민사회 역시 이제는 어느 대학에 의대를 줘야 한다는 압박보다 두 대학이 협상장에서 빠져나갈 수 없도록 합의를 압박하는 역할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지금 전남광주에 필요한 것은 더 큰 집회도, 더 강한 구호도 아니다.

정부에 제출할 수 있는 하나의 계획서와 두 대학 총장의 서명이 담긴 합의안이다.

목포대와 순천대가 끝까지 ‘우리 지역의 승리’만을 고집한다면 결과는 양쪽 모두의 패배가 될 수 있다.

충남대와 공주대는 가장 민감한 교명과 대학본부 문제를 놓고도 결국 타협점을 만들었다.

이제 목포대와 순천대가 답할 차례다.

의대가 목포에 갈 것인지 순천에 갈 것인지를 결정하기 전에, 국립의대가 전남광주에 남을 수 있도록 하는 결단부터 내려야 한다.

정부가 정한 시한까지 남은 시간은 불과 이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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