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 개발행위 절차 밟는 ‘화순 밤실산 풍력’ <1> 발전기 이격거리 공방 언제까지 배병화 기자 news@presszon.kr

2021년 01월 06일(수) 15:58

밤실산 풍력발전기 설치 위치 조감도

1년째 내연하는 이격거리 샅바싸움 '이제 그만'
기후변화 대응 이대로 좋은가 .. 합리적 판단을
주민, 의회, 집행부, 발전회사 상생방안 찾을 때

[프레스존] “지역에 꼭 필요한 발전시설이냐, 주민 삶만 해치는 유해시설이냐”

화순 밤실산 풍력발전단지 추진을 놓고 반대 주민들과 이를 찬성하는 측 공방이 지루하게 펼쳐지고 있다.

보기에 따라선 풍력발전에 발목을 잡으려는 샅바 싸움으로 비춰지기도 하는 이 국면은 지난해 6월을 전후 불이 붙기 시작했다.

2019년 8월 개정한 화순군 도시계획 조례를 1년도 안 된 시점에서 다시 개정하려는 군의회 움직임이 도화선이었다.

몇몇 의원이 앞장서다시피 한 당시 개정안의 취지는 풍력발전 건설이 전보다 수월하게 그 기준을 완화하려는 데 있었다고 풀이된다.

기존 조례에서는 발전기 설치 지점에서 마을까지 거리를 10호 이상 가구가 있는 경우 2km, 그 미만인 경우 1.5km 떨어지도록 했다.

이를 두고 발전소를 추진하려는 기업 측에서는 결코 사업하기 쉽지 않은 ‘규제’로 여겨왔던 것이 사실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활발하게 시행 중인 신재생에너지 정책에도 역행하는 자치단체의 ‘대못’이 전국 곳곳에 자리한다는 우려들이 정부에도 속속 전달되는 단초이기도 했다.

산업통상자원부나 중소벤처기업부에는 이러한 애로를 기업인 간담회나 여러 채널을 통해 전해 듣고는 2019년 5월 이후 태양광 및 풍력발전 사업의 규제를 완화하는 문제를 고심해 왔다.

그 고민 끝에 전국의 지방자치단체을 상대로 단순히 거리로만 묶어 놓은 풍력발전이나 태양광발전의 규제를 풀거나 완화해달라는 취지의 권고안을 보내 의견을 묻는 절차를 밟았다.

대다수 자치단체에서는 사실상 이를 둘러싼 주민반대나 주민수용성 문제에 신경쓰다보니, 사실상 어깃장을 냈다.

이 권고안을 수용하지 못한다거나 앞으로 장기적 관점에서 검토하겠다는 식으로 얼버무리는 답변에 머물렀다는 게 솔직하다.

중소벤처부의 권고라는 게 반드시 따라야 하는 강행규정이 아닌 마당에 자치단체들로선 속내야 어떨지언정 현 단계에서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터라고 읽혀진다.

환경부 역시 태양광, 풍력발전이 자연과 동식물, 인체에 미치는 유해 환경요인을 둘러싸고 주민이 납득할 만한 기준을 제시하는 데 나름의 노력을 취해왔다.

풍력발전기

지금도 논쟁거리가 되고 있는 이격거리와 관련, 우리나라 환경부와 중소벤처기업부, 산업통상자원부는 물론 해외 주요국들의 기준은 별반 다르지 않다.

보편적으로 소음기준은 주간 50dB, 야간 45dB에 의거해 환경영향평가에서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럼에도 상당수 자치단체에서는 정확한 근거가 없이 800m~2,000m 안팎에서 이격거리 조례를 유지하고 있는 까닭에 불협화음을 유발하는 요인이 되고 있는 셈이다.

바로 그런 노력에도 발전소 건설 현장에서는 여전히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주민과 업체, 자치단체 사이 불신과 갈등이 확산하는 모양새라 안타깝기만 하다.

세계적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하려는 풍력발전 사업에 큰 문제가 있는 것처럼 부정적 여론전이 전개되고 이를 재가공해 확산하는 일부 매스컴의 선정적 보도 역시 소모적 논쟁에 불을 지르는 감이 없지 않다.

수년 전부터 무분별하게 추진된 태양광 발전 현장에서 분출된 주민반발은 풍력발전으로 옮겨가는 듯하다.

여기에서 비롯한 발전기 이격거리 관련 조례는 풍력발전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문제를 낳기에 이르렀다.

환경당국은 숫제 이격거리로만 발전사업을 규제하는 게 맞느냐는 데에 동의하지 않는다.

따지고 보면 이격거리로 발전소를 제한하는 강행법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 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소음이나 저주파가 실제로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따지는 게 핵심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를 둘러싼 환경영향평가에 대해 신뢰할 만한 자료가 축적되지 않은 게 문제로 여겨진다.

그 뿐 아니라 발전소 건설에 관련한 핵심 사안을 국가 차원에서 관리하지 않은 채 지방자치단체에만 맡겨 둔 식이어서 더욱 불신을 사는 격이다.

신재생에너지 추진이 현 정부의 전략이라면 발전소의 적합지, 환경기준이 제시돼야 마땅한데 “총론은 있고 각론은 없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발전소 건설 관련 조례가 이격거리를 놓고 전국 지자체마다 들쑥날쑥하다보니 새해 들어서도 화순군 조례 싸움이 지속하고 있는 것 아닌가.

주민들 입장에서는 당연히 불신이 쌓일 수밖에 없으리라는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1년 전에 애써 만들어 놓은 이격거리에 대한 주민공청회나 토론회 같은 공론화 과정이 있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그렇지 못해 아쉬움이 없진 않다.

지난해 2월 이후 전혀 예기치 못한 코로나19로 집회가 열리지 못할 사정이 있었지만, 반대 주민측 정서상 이를 받아들이기 거북한 원인도 작용했으리라 판단된다.

설령 그렇더라도 법률과 조례에 따라 진행하고 심의를 마친 결과에까지 무조건 반대만 하는 식이어선 호응을 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난해 6월 이후 한 차례 조례심의 이후 결론 유보 과정, 그로부터 두 달여 후 다시 심의를 거친 이격거리 조정은 의회 차원의 고민이 전혀 없었던 건 아니었다고 느낀다.

기존 조례보다 완화하는 이격거리를 둘러싼 환경유해성 공방이 보다 심도 있는 자료와 분석, 반대주민에 대한 세심한 배려 또는 교감이 있었더라면 하는 바람이 지금도 뇌리를 스친다.

각자의 주어진 위치와 여건 속에서 그런 노력들이 기울여졌다면 현 단계와 같은 파열음, 이 만큼의 간극이나 극도의 불신감만큼은 크게 해소되지 않았을까 여겨지는 까닭에서다.

물론 10호 이상의 경우 1.2km, 10호 미만의 경우 500m 안이 해당 상임위를 통과한 다음날 본회의에서 수정안이 받아들여진 점은 평가받을 만하다.

동복면 일원 주민들의 완강한 반대에 귀를 기울인 결과물로서 그 동안 본회의 관례나 경험칙 상 다소 이례적이긴 했다.

하지만 10호 미만의 이격거리를 800m로 늘리는 쪽으로 매조지하는 과정은 어쩌면 처절하기조차 한 주민들 심정을 끝까지 배제할 수 없었다는 절차적 정의가 살아있음을 보여줬다.

이처럼 발전소 이격거리를 놓고 지루한 싸움을 거치고도 주민들은 화순군수에게 조례를 개정해달라는 청원으로 이어졌다.

지방자치법 제15조, 제15조ㅢ2, 같은 법 시행령 제11~17조에 따라 주민들은 지난해 10월 21일 주민발의 조례안을 청구하고 조례안 을 제출했다.

그런 다음 청구취지 공표를 마친 후 3개월 안에 제출해야 하는 청구인 명부를 보름 정도 앞당겨 5일 화순군 총무과에 접수한 만큼 절차대로 진행될 예정이다.

앞으로 남은 절차는 10일 동안 청구인 명부 열람 및 이의신청, 군에서 조례규칙의 청구요건 심사 후 수리여부를 결정하고 통지하게 된다.

군이 주민 청구 조례 개정안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군의회에 부의하면 의회에서는 60일 안에 심의하며, 그 결과를 주민발의 대표자에게 통지하면 절차가 끝이 난다.

화순군에 따르면 동복에너지는 밤실산 풍력발전설비를 90MW(연산 254Gwh, 5만3천 세대, Co2 저감 13만5천톤)로 건설하겠다는 개발행위 인가 신청서를 접수해 새해 들어 심의 단계에 들어갔다.

외국인 투자기업으로 현재까지 약 200억원을 투자해 개발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이 회사는 여전히 이격거리 문제로 사업의 정당성이 왜곡되거나 찬반여론이 엇갈려 적잖이 부담감을 느끼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까닭에서 동복에너지측은 화순군민과 상생하는 프로그램을 준비해서 발전기금 지원을 비롯 풍력학교 운영으로 지역 젊은층 고용을 창출하겠다는 계획이다.

또한, 외국투자사의 도움을 받아 해당 발전지역에 신종균을 공급하고 생산되는 신종버섯 재배량 전량을 매수해 수출함으로써 지역주민에 기여하겠다는 구상을 갖춰 모범적 사례라는 시각이 존재한다.

주민대표 측이 5일 오전 화순군청 앞에서 풍력발전 이격거리 조례 개정을 위한 주민발의 청구인 명부를 제출하기 앞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앞으로 발전소가 들어설 동복면 주민이 그토록 바라는 대로 이격거리를 다시 처음처럼 2Km ~1.5km 수준으로 돌릴 수 있을지 궁금하다.

발전회사 또한 이격거리 조례안에 따라 두 차례나 계획을 바꿔 4.5Mw 20기에서 17기로, 또 다시 15기로 축소하되 6Mw로 용량을 키운 데서 짐작하듯 최소한의 수익성을 지켜낼 지도 관심사항이다.

혹여 이도저도 아니라면 주민과 의회, 집행부, 발전회사 간 4자 협상을 통해 화합과 상생, 협력의 최적안을 도출해 낼 역량을 발휘할 것인지, 사뭇 궁금해지기도 한다.

기나긴 조례 개정 싸움에서 다시 집행부와 의회 쪽으로 공이 넘어온 발전소 이격거리는 앞으로 결론이 어떻게 나든 이번만큼은 하루속히 소모적 논쟁을 끝내는 게 옳다고 본다.

그리 멀지 않은 시점에서 발전소 건설이 친환경적으로 추진되고 이를 통해 얻을 이익과 지역발전, 서로를 이해하고 협력하는 주민지원 사업으로 상생의 길을 걷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오로지 평행선으로 달리기만 하는 불신과 갈등의 고리를 끊음으로 주민과 발전회사 모두 ‘윈-윈’ 하는 밤실산 풍력발전소로 승화시켜야 하는 이유이다.

올해부터 강화되는 기후협약체제와 맞물려 문재인 정부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제시한 ‘신재생에너지 3020’ 정책을 적극 고려할 때로 관측된다.

그런 관점에서 한참 앞서가는 선진국들과 보조를 맞추려면 과연 어떤 선택을 해야만 우리의 미래를 위해 합리적인 판단이 될지 냉철하게 재조명이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다.

<글싣는 순서>

<1> 발전기 이격거리 공방 언제까지
<2> 밤실산 풍력발전의 실체와 구상
<3> 풍력발전기 제원과 건설 노하우
<4> 환경문제 해결과 지역경제 기여
<5> 지역상생·주민친화형 발전 해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