卽事 - 李穡 즉사 - 이색 배진희 기자 news@presszon.kr

2021년 09월 03일(금) 08:12

나웅인 / 삼성한의원 원장

卽事
즉사

- 李穡(이색, 1328 ~ 1396)


把筆明窓妄自尊
파필명창망자존

밝은 창 아래 붓 잡고 망녕 되이 높은 체하니

幸今朋友少過門
행금붕우소과문

다행히도 지금은 찾아오는 친구 적네

盡言亂國徵齊史*
진언란국징제사

난국에 말 다한 건 역사에서 징계하였고

不入危邦驗魯論*
불입위방험로론

위방(위태로운 나라)에 들지 않는 건 논어에서 증험했네.

馳驛遼西沙月白
치역료서사월백

역마 달리는 요서엔 백사장 달빛 하얗고

觀魚臺下海天昏
관어대하해천혼

관어대 아래엔 바다 하늘이 어두워진다

白頭始悔勞成病
백두시회로성병

백발에 비로소 노고가 병이 된 걸 후회하여

日日煎茶灌菜園
일일전다관채원

나날이 차 달여 마시며 채원에 물을 주노라

反觀行止自知非
반관행지자지비

내 동정 반성하매 스스로 그른 줄 아는데

越次恩榮世所稀
월차은영세소희

차례 뛰어넘은 은총 세상에 드문 바로세

劍佩朝回花底散
검패조회화저산

칼 패옥 차고 퇴청할 땐 꽃 아래서 헤어지고

絲綸夜草月中歸
사륜야초월중귀

조서는 밤에 초하고 달빛 아래 돌아오네.

陰陰夏木黃鸝語
음음하목황리어

그늘 짙은 나무에선 꾀꼬리가 지저귀고

渺渺煙波白鳥飛
묘묘연파백조비

아득한 연기 물결 위엔 백조가 날아가네

恨不當時乞身早
한불당시걸신조

한스러운 건 당시에 일찍 사직 못하고

風塵四面欲斜暉
풍진사면욕사휘

사면의 풍진 속에 석양이 비끼려 함이로다.


*난국(亂國)에 ~ 징계하였고 : 춘추 시대 제(齊)나라 대부(大夫) 국무자(國武子)가 어지러운 나라에서 할 말을 다하여 남의 허물을 들추어내기 좋아하다가 끝내 제나라에서 죽임을 당했던 데서 온 말이다. 《春秋左傳 成公17年》
*위방(危邦)에 ~ 증험하였네 : 공자(孔子)가 이르기를, “위태로운 나라에는 들어가지 않고, 어지러운 나라에는 살지 않는 것이다. 천하에 도가 있으면 세상에 나가고, 도가 없으면 숨는 것이다.[危邦不入 亂邦不居 天下有道則見 無道則隱]” 한 데서 온 말이다. 《論語 泰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