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선사 의존한 납사 수입도 ‘요소수’ 교훈 삼아야 원유 수입시 유럽·일본·중국선사 이용해 취약한 구조 배진희 기자 news@presszon.kr

2021년 11월 19일(금) 11:31

여수 앞 바다에서 본 납사부두 배후부지의 납사저장시설

납사도 원유처럼 전략원자재 지정...안보 관점 접근을
물류업체선 한국적 선단, 4자물류 협력 필요성도 제안

[프레스존] 이른바 ‘석유화학산업의 쌀’이라 불리는 에틸렌의 원료인 납사(Naphtha) 수입문제도 최근 요소수 사태처럼 물류대란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해운업계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중동 등 각국에서 납사를 수입할 때 해외선사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 미국-중동 분쟁, 선사 측 승무원 파업 등 정치적 요인 및 외부요인에 따라선 납사도 물류대란이 야기할 수 있다는 까닭에서다.

이 문제를 사전 예방하기 위해서는 우선 납사를 원유와 같은 전략원자재로 취급함과 더불어 해외선사에 의존하는 수입물량 운송 체계를 혁신하는데 정부가 안보차원에서 관여해 국적선사 활용 방안 등을 강구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향후 미국과 중동지역 갈등에서 빚어질지도 모르는 납사 물류대란의 가장 큰 걸림돌은 한국에서 납사 수입을 거의 100% 가까이 해외 트레이더와 유럽· 일본·중국 등 해외선사에 의존하는 시스템이다.

납사 기반 석유화학산업의 체계

국내 납사 3사는 해외/국내 상사와 FOB 계약으로 전환하지 못한 채 납사 공급사인 ADNOC, ARAMCO 등을 직접 접촉하지 않고 해외 트레이더(무역업자)를 통해 CNF 조건으로 수입함으로써 해외 트레이더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다.

여기서 CNF란 주로 해상운송에서 거래되는 무역거래 조건으로서, ‘Cost and Freight’의 약자인데 C&F, CFR과 같은 의미다.

수출자가 수입자와 합의한 수출국 항구에서 화물을 인도하는 때에 운임을 포함해 인도하는 조건으로 수출자가 수입국까지의 해상운임과 운송관련 비용을 부담하게 된다. 수출자가 해상운임을 부담하기 때문에 해상운송계약은 수출자가 맡아서 처리한다.

FOB조건은 ‘Free On Board’의 약자로 본선인도가격을 말한다. 수출자가 약속한 화물을 수입자가 지정한 선박에 적재해 본 선상에서 화물을 인도할 때까지에 드는 일체의 비용과 위험을 부담하며, 그 이후는 수입자가 책임을 지는 거래조건이다.

납사처럼 국적선단이 부재한 경우 국내선사가 화주사의 전략적 화물 위탁없이 해외선사와 경쟁에서 취약해진다. 또한 해외선사가 선임을 올리면 국내 화주사는 이에 따를 뿐 변동하는 선임에 주도적 대응 능력이 떨어진다.

반면, 국적선단이 존재하는 경우, 해외선사의 독단적 선임 결정 등에 대한 견제가 가능하게 됨으로써 선임 안정화를 도모할 수 있게 된다.

여수와 광양, 인천 대산에 집중한 국내 석유화학업계에 따르면 최근 납사 수입이 증가해 하역부두 탱크 등 보관시설이 부족한 상태에 몰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납사 수급동향을 살펴보면 국내 정유사로부터 조달하거나 해외에서 수입해 오고 있으며, 수입 물량은 국내 납사 내수의 45%인 약 2천500만 톤에 달한다.

여수산단의 경우 YNCC, LG화학, 롯데 케미컬 등 납사 3사는 광양항 사포 1부두를 통해 2020년 기준 연간 900만 톤을 수입하고, 400만 톤은 정유사인 GS칼텍스로부터 공급받아 썼다.

국내 납사 생산량이 부족해 소요량의 45% 가량을 수입해야 하는데다, 국내 정유업계의 석유화학산업 진출로 납사 공급선의 변동을 초래한 게 납사 수입 증가로 이어졌다는 게 업계 측 분석이다.

이로 인해 정유사에서 제공했던 납사 3사의 배정물량이 줄어듦은 물론, 광양항을 통한 올해 수입물량이 연간 1천400만 톤으로 증가했다.

앞으로 여수산단 납사 3사의 수입량은 해마다 급증세를 보이며 2020년 940만 톤에서 2021년 1천385만 톤, 2026년 1천585만 톤, 2030년 2천20만 톤으로 늘어날 예측된다.

여수산단 납사 3사의 수입물량 예측

이에 대해 석유화학산업 전문가들은 외국 수입에 의존율이 높아 수급대란을 불러온 요소수 사태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여수산단의 한 석유화학 업체 종사자는 “99% 이상 외국선사를 통해 납사를 수입 운송하는 현 상황이라면 국가적 차원에서 공급의 안정성을 위해 개입하는 게 옳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외국 선사의 파업, 원유 생산국 분쟁 등 돌발변수에 대비, 원유수입의 안정성을 도모하는 수단으로 국내 선사의 전용선 운용을 고려할 때가 아닌가 싶다”고 주장했다.

박성현 전 목포해양대 총장은 “일본과의 소재, 부품, 장비 문제를 포함 이번 요소수 대란 등은 글로벌 경제 체인 속에서 언제든지 우리나라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쓰나미들이다”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특히 이번 기회에 요소수 뿐만 아니라 석유화학의 쌀이라는 납사 등 에너지 분야를 면밀히 분석해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외 의존도에 대한 대응 방안을 사전에 철저히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석유화학 업계 관계자는 “여수산단 내 석유화학 3사들이 원재료 납사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으려면 현재의 사포부두 항만과 육상 저장시설인 인프라 구조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체선율이 31%선인 사포1부두의 비축시설이나 10년 후 여천산단의 납사 수입물량이 연간 2천만 톤으로 달하는 예측을 고려하면 원유와 같이 해상비축기지를 신설하거나 사포2부두 외 타 부두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최근 들어 납사 수입량이 크게 느는데 국내에 이를 운반할 선박이 부족한 상황이라면 해상비축기지도 이왕에 만들어 놓는 게 낫지 않을까라는 판단으로 읽혀진다.

여수지역 물류업계에선 “한국이 주요 납사수입국임에도 불구, 한국적 선단이 없기 때문에 해외선사들 계약조건에 별 이의 없이 응하기만 할 뿐 선임조정능력이 취약하다”는 입장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앞으로도 납사수입이 증가할 수밖에 없는 주변여건의 변화, 납사 운반선박이 부족한 실정을 고려한다면 납사3사 간 4자물류 협력이 절실하다”고 견해를 내놨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