卽事
즉사

즉시 읊다.

- 길재(吉再, 1353 ~ 1419)

盥水淸泉冷
관수청천냉

맑고 찬 샘물로
세수를 하며

臨身茂樹高
임신무수고

높은 나무 무성한 숲에
몸을 맡긴다.

冠童來問字
관동래문자

아이들 찾아 와
글 배우니

聊可與逍遙
료가여소요

오직 그들과
세월 보내리.

*관수(盥水) : 세숫물

고려 멸망 후 새 왕조에 참가하지 않고 산속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그린 글.
아이들 글이나 가르치며 살련다.

길재(吉再, 1353 ~ 1419)
본관은 해평(海平). 자는 재부(再父), 호는야은(冶隱)·금오산인(金烏山人).
18세에는 상산사록(商山司錄) 박분(朴賁)에게서 〈논어〉·〈맹자〉 등을 배웠다.
그뒤 박분과 함께 송도에서 당대의 석학이던 이색·정몽주·권근(權近) 등의 문하에서 주자학을 배웠다.
1374년(공민왕 23) 국자감에 들어가 생원시에 합격하고, 1383년(우왕 9)에는 사마감시(司馬監試)에 합격했다.
1387년 성균학정(成均學正)이 되고, 다음해에는 순유박사(諄諭博士)를 거쳐 성균박사(成均博士)에 올랐다.
이때 태학의 여러 학생들과 귀족의 일반 자제들까지도 그에게 배우기를 청하여 이들을 가르쳤다.
이무렵 이방원(李芳遠：太宗)과 같은 마을에 살았으며, 성균관에서도 같이 공부하여 교분이 매우 두터웠다.
1389년(창왕 1) 종사랑(從事郞)·문하주서(門下注書)가 되었으나,
이성계(李成桂)·조준(趙浚)·정도전(鄭道傳)이 새로운 왕조를 세우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이듬해 늙은 어머니를 모셔야 한다는 이유로 벼슬에서 물러나 고향인 선산(善山) 봉계(鳳溪)로 돌아왔다.
1391년(공양왕 3) 계림부(鷄林府)와 안변(安邊) 등의 경사교수(經史敎授)로 임명되었으나 나아가지 않았다.
1403년(태종 3)에는 지군사 이양(李楊)이 길재를 방문했다가
그의 농토가 메말라 생산이 별로 없는 것을 안타깝게 여겨 좋은 전답을 선사했으나,
사는 것을 충당할 수 있을 만큼 조그마한 땅만 차지하고 나머지는 되돌려 보냈다.
1419년(세종 1)에 세종이 그의 아들 사순(師舜)을 부르자
"내가 고려에 향하는 마음을 본받아 네 임금을 섬기라"고 당부했으며, 그해 5월에 죽었다.

나웅인 삼성한의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