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웅인 삼성한의원장

農家歎
농가탄

농가를 탄식한다

- 정래교(鄭來僑, 1681~1757)


赤日鋤禾霜天穫
적일서화로상천   

뙤약볕 김을 매어
서리 올 적 벼를 베도

水旱之餘能幾獲
수한지여능기획   

홍수 가뭄 겪었으니
얼마나 거두겠나

燈下繅絲鷄鳴織
등하소사계명직   

등불 아래 실을 잣고
새벽까지 베를 짜서

戞戞終日纔數尺
알알종일재수척   

삐꺽삐꺽 종일해도
겨우 몇 자 전부더라

稅布輸來身無褐
세포수래신무갈   

세금으로 베 바치니
몸에 걸칠 옷이 없고

官糶畢後甁無粟
관조필후병무속   

관아 환자 갚았더니
독에 낟알 안 남더라

惡風捲笷山雪深
악풍권묘산설심   

모진 바람 지붕 말고
산에 눈 깊었는데

糟糠不飽牛衣宿
조강불포우의숙   

지게미도 못 먹고
소 거적 덮고 자는구나

白骨之徵何慘毒
백골지징하참독   

백골에도 세금 매겨
어찌나 참혹한지

同鄰一族橫罹厄
동린일족횡리액   

이웃 친척들도
횡액을 당했구나

鞭撻朝暮嚴科督
편달조모엄과독   

아침저녁 매질하여
엄하게 독촉하니

前村走匿後村哭
전촌주닉후촌곡   

앞마을은 달아나 숨고
뒷마을은 통곡한다

鷄狗賣盡償不足
계구매진상부족   

닭과 개 다 팔아도
빚 갚기에 부족한데

悍吏索錢錢何得
한리색전전하득   

사나운 아전 돈만 찾으니
어디에서 얻겠는가

父子兄弟不相保
부자형제불상보   

아비 자식 형과 아우
서로 돕지 못하노니

皮骨半死就凍獄
피골반사취동옥   

반쯤 죽은 뼈와 살이
찬 감옥 끌려가네


정내교(鄭來僑, 1681 ~ 1757)

본관은 하동. 자는 윤경(潤卿), 호는 완암(浣巖).
홍세태(洪世泰)의 제자이며 고시언(高時彦)과 함께 활동했다.
한미한 집안 출신이었으나 시문에 능하고 거문고와 노래 솜씨가 대단해 널리 이름을 얻었다.
1705년(숙종 31) 통신사의 역관으로 일본에 다녀왔는데 그곳에서도 시로써 명성을 떨쳤다.
사대부들 사이에서도 명망이 높아 따르는 이가 많았으며 잔치가 있으면 반드시 초청했다고 한다.
스승과 동류들의 시를 평한 글에서 그는 이렇게 한탄했다.
"위항시인의 시는 천기가 발현되어 음조와 기격(氣格)이 높으나 벼슬한 사대부들은 이런 진실을 외면하고 탐욕만 부린다"
김천택(金天澤)이 〈청구영언 靑丘永言〉을 편찬할 때 서문을 써주었는데,
거기서 그는 한시와 민간의 노래는 원래 하나였다가 분리되었다고 하여 시조의 의의를 설명했다.
그의 시세계는 자신의 처지를 되돌아보며 사회를 비판하는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주었다.

농민의 참상을 상세히 다룬 〈농가탄 農家歎〉, 가게 보는 노인의 처지를 그린 〈성환점 成歡店〉 등의 작품을 남겼다.
승문원 제술관(承文院製述官)을 지냈다. 저서로는 〈완암집〉이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