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웅인 / 삼성한의원 원장

春雨
춘우

봄비

- 정총(鄭摠, 1358 ~ 1397)


霢霂知時節
맥목지시절

가랑비가
시절을 알아

廉纖逐曉風
렴섬축효풍

새벽바람 따라
가늘게 내린다

簷閒蛛網濕
첨한주망습

처마 사이
거미줄 젖고

階下燕泥瀜
계하연니융

뜰아래 제비 진흙
녹아 풀린다

着柳涳濛綠
착류공몽록

버들가지 비 맞아
희미하게 푸르르고

催花蓓蕾紅
최화배뢰홍

꽃 재촉하여
봉오리 붉어온다

一犁敷土脈
일리부토맥

한 보습 비
토맥을 녹이니

佳氣屬田翁
가기속전옹

아름다운 기운은
농군의 것 일세


霢 : 가랑비 맥.
霂 : 가랑비 목
* 廉纖(염섬) : 가는 비가 솔솔 내리는 모양.
涳 : 물 곧게 흐를 공.
濛 : 가랑비올 몽.
* 涳濛(공몽) : 가랑비가 내려 어두침침한 모습.
* 蓓蕾(배뢰) : 막 피려고 하는 꽃봉오리.
蓓 : 꽃봉오리 배
犁 : 얼룩소 리, 쟁기, 보습.
敷 : 펼 부, 펴지다, 흩어지다.
* 土脈(토맥) : 지층이 쭉 이어진 맥락.



[출처] 동문선(東文選) 제10권 -오언율시 -서거정(徐居正 1420년~1488년) 편찬


정총(鄭摠, 1358 ~ 1397)
본관은 청주. 자는 만석, 호는 복재.
1376년(우왕 2) 문과에 장원급제하여 춘추관검열이 되었고, 응교 사예를 거쳐 대호군에 이르렀다.
1389년(공양왕 1) 병조판서, 1391년 이조판서를 거쳐 정당문학이 되었다.
당시 중국에 보낸 표전문은 대부분 그가 지었다.
조선 개국 후 개국공신 1등에 책록되었고, 첨서중추원사로 서원군에 봉해졌다.
1394년(태조 3)에는 정도전(鄭道傳)과 함께 〈고려사〉를 편찬하고 그 서문을 썼다.
1395년 태조 이성계의 고명과 인신을 줄 것을 청하기 위해 권근(權近)과 함께
명나라에 사신으로 갔다가 표문 내용이 불손하다 하여 황제에게 트집을 잡혔다.
문제의 표문은 정총의 동생인 탁이 지었고 정총과 권근이 윤색했는데,
권근은 용서받았으나 그는 구속되어 대리위로 유배되던 도중 죽었다.
글씨를 잘 썼으며, 문집으로 〈복재유고〉가 있다. 시호는 문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