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언시] 郊居 - 柳方善

오언시(五言詩) 산책
[오언시] 郊居 - 柳方善
옮긴이 / 노주 나웅인
  • 입력 : 2024. 02.26(월) 07:39
  • 배진희 기자
나웅인 / 삼성한의원 원장
郊居
교거

교외에 살다

-유방선(柳方善, 1388 ~ 1443)

郊居近市閻
교거근시염

도시 가까운
교외에 살면서

偃仰樂無厭
언앙악무염

누웠다 일어났다
즐거움 그지없네

竹靜微風過
죽정미풍과

대숲은 고요한데
가는 바람 지나가고

花香細雨霑
화향세우점

꽃 향기롭게
보슬비 젖어 있네

買魚尋晩艇
매어심만정

고기 사려 느지막이
낚시 배 찾고

賖酒向春帘
사주향춘렴

술 받으러
봄 주막에 간다네

盡日跫音少
진일공음소

온종일
찾는 이 없어

青山自滿簾
청산자만렴

푸른 산만 절로
발에 가득하네


閻 : 이문(里門) 염, 큰 길, 한 길.
偃 : 쓰러질 언, 눕다.
帘 : 술집 기 렴, 술집을 표시하는 깃발.
蛩 : 메뚜기 공.
* 跫音(공음) : 사람 발자국 소리.


유방선(柳方善, 1388 ~ 1443)

본관은 서산. 자는 자계(子繼), 호는 태재(泰齋).
어려서부터 글재주가 있어 신동으로 불렸으며,
당대 문장과 이학으로 이름이 높던 변계량·권근 문하에서 총애를 받았다.
1405년(태종 5) 국가 사마시에 합격하여 성균관에서 공부했다.
1409년(태종 10) 아버지가 민무구의 옥사에 관련됨으로써 연좌되어
서원에 유배되었다가 다음해 영양으로 이배되었다.
1415년 잠시 풀려났으나 다시 모함을 받고 유배되어 1427년까지 19년 동안 귀양살이를 했다.
유배중 학행이 뛰어났다고 하여 주부(主簿)에 천거되었으나 사양했다.
세종은 집현전 학사를 보내고 스승 대우를 하는 등 각별히 아끼고 등용하려 했으나
병에 걸려 뜻을 펴지 못하고 죽었다.
유배생활을 하는 동안에는 후진 양성에 힘써 서거정·이보흠 등 걸출한 학자를 배출했다.
이안유·조상치·이취·정거·최원도 등 경학에 밝은 선비들과 교유했다.
만년에는〈주역〉에 심취했고, 산수화를 잘 그렸다.
그의 시는 음풍농월을 배제하고 성리학에 기반을 둔 천지, 만물, 인간사의 이치를 담아내는 데 치중했다.
당시 비서성(秘書省)에 소장된 〈여지록 與地錄〉 중에 16여 편의 시문이 실릴 정도로 문명이 높았다.
시풍은 충담고고(沖澹高古)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송곡서원에 제향되었으며 저서로 〈태재집〉(5권 1책)이 전한다.

[출처] 동문선(東文選) 제10권 -오언율시 -서거정(徐居正 1420년~1488년) 편찬
배진희 기자 news@presszon.kr     배진희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