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웅인 삼성한의원장

自敍
자서

회포를 말하다


-석원감(釋圓鑑, 1226 ~ 1292)

光陰忽已邁
광음홀이매

세월이란 참으로
빨리 가는 것

老病鎭相依
로병진상의

늙음과 병
항상 서로 따르누나

脚跛筇全力
각파공전력

절룩이는 다리는
지팡이 힘만 믿고

身羸帶減圍
신리대감위

여윈 몸
허리띠 줄어드네

飽閑仍得懶
포한잉득라

너무 한가하니
게으를 밖에

飱道不成肥
손도불성비

도를 먹고 사는 몸
살찌지 않네

日晏方麤糲
일안방추려

해 늦게야 비로소
거친 현미밥

春深尙衲衣
춘심상납의

봄은 다 갔어도
아직 묵은 누비옷

居貧禪侶少
거빈선려소

살림 가난하니
선 도반 적고

城遠俗緣稀
성원속연희

성시 거리 머니
속연도 드물어

獨有孤雲伴
독유고운반

짝이라곤
오직 외로운 구름

時從簷下歸
시종첨하귀

가끔 와서
처마 끝 돌아가누나

邁 : 갈 매
跛 : 절뚝발이 파.
羸 : 여윌 리
晏 : 늦을 안
麤 : 거칠 추.
糲 : 현미 려


[출처] 동문선(東文選) 제11권 - 오언배율 -서거정(徐居正 1420년~1488년) 편찬


석원감(釋圓鑑, 1226 ~ 1292)

원감국사 충지는 장흥출신의 승려. 충지의 속성은 위씨이며 속명은 원개이다.
몽고족의 침입과 원나라의 내정간섭으로 이어지는 격동기인 고려후기 사회의 시대적 아픔을 온몸으로 느끼면서 살다 갔다. 1244(고종31) 문과에 장원하여 벼슬이 한림에 이르렀고 일본에 사신으로 건너가 국위를 선양하기도 했다.
문체가 원숙하고 뛰어난 당시 선비들이 탄복하였다 한다.
그러나 충지는 어릴적부터 속세를 떠날 뜻을 두고 관직 생활을 하는 중
몽고에 반기를 든 최씨 무인정권의 항몽을 강화로 수도를 옮기고 육지에 남은 백성들은 몽고와 전쟁을 치르면서 정부를 유지하기 위한 과중한 조세 부담이라는 이중적 고통을 안은 암담한 현실을 보고
개인의 역량으로 어찌 할 수 없는 당시의 역사적 상황에 직면하여 출가를 결심하였다.
충지는 선원사 원오국사에게 구족계를 받았으며 법명을 법환이라고 하다가 충지로 고쳤으며 법호를 복암 노인이라 하였다.
1266년(원종7) 김해현 감로사 주지로 있다가 원오국사가 죽자 그 뒤를 이어 조계종 제6사가 되었다.
원나라 세조의 요청으로 북경에 가서 세조의 극진한 대우를 받고 금란사가,벽수장삼,백불자 등을 선사 받았다.
특히 시문에 능하여 「동문선」에 그의 작품이 실려 있으며 저서로 「원감국사가송」이 전한다.
국사가 세수 67세, 법랍 39세로 세상을 뜨자 충열왕이 시호를 원감국사라 하고 탑을 보명이라 하였다.
원감국사의 탑은 송광사 감로암에 있다.
장흥에는 그의 원력을 기념하는 상이 부산면 자미마을 뒤 병풍바위에 새겨져 전해온다.
국사와 그의 형제들이 줄곧 장원으로 등과하자 그 형제가 살았던 마을 뒤 높은 봉우리를 장원봉이라 부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