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웅인 삼성한의원장

夏日卽事
하일즉사

여름날에 읊다

- 이규보(李奎報, 1168 ~ 1241)


簾幕深深樹影廻
염막심심수영회

주렴 장막 깊은 곳
나무 그늘 돌아들고

幽人睡熟鼾聲雷
유인수숙한성뢰

은자는 잠이 깊어
우레같이 코를 고네

日斜庭院無人到
일사정원무인도

날 저문 뜨락
찾아온 이 하나 없고

唯有風扉自闔開
유유풍비자합개

바람만 저 혼자서
사립문을 여닫는다




輕衫小簟臥風欞
경삼소점와풍령

홑 적삼 대자리 위
바람 부는 난간 누워

夢斷啼鶯三兩聲
몽단제앵삼양성

꾀꼬리 두세 울음에
꿈길이 끊겼구나

密葉翳花春後在
밀엽예화춘후재

우거진 잎에 가린 꽃
봄 가도 남았는데

薄雲漏日雨中明
박운루일우중명

엷은 구름 뚫는 햇살
비속에도 밝아라


이규보(李奎報, 1168 ~ 1241)

고려 시대의 시인이자 철학자.
호탕하고 활달한 시풍(詩風)은 당대를 풍미했다.
특히 벼슬에 임명될 때마다 그 감상을 읊은 즉흥시가 유명하다.
어려서부터 신동 소리를 들었으나 과거에 여러 차례 떨어졌다.
무신정권의 최고 권력자 최충헌에게 등용되어 엇갈린 평가를 받기도 했다.
몽골 왕에게 고려에 대한 억압을 누그러뜨려 줄 것을 구하는 진정표(陳情表)로 유명하다.
미신과 관념론을 비판하고, 한국의 유물론적 사상의 기반을 닦은 인물이다.
저서에는 아들이 간행한 시문집 《동국이상국집》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