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산업 위기 대응 관련 국회 토론회 장면(2024. 11. 14) [사진 조계원 의원실]

공정거래법, 조세 관련 법 개정...예산 지원도
영암 대불산단처럼 ‘산업위기관리지역’ 지정을
전기료 지원 ... 지자체도 탄소중립화 등 대응



[프레스존=배진희 기자] 발등에 불이 떨어진 국내 화학사들의 자구 노력 외에 정부와 지자체들은 법적·제도적 지원 방안으로 공정거래법이나 조세지원 관련 법 개정과 함께 별도의 예산 지원사업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글로벌 외부환경과 탈탄소 환경 규제가 맞물려 경영압박이 심한 국내 석유화학산업계의 사정을 접한 정부는 ‘석유화학 민관합동 비상대응협의체’를 구성해 대응책에 골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기업들의 하소연 섞인 건의와 각종 토론회 등을 통해 전달된 목소리들을 종합한 후 석유화학산업의 단기적 극복 방안, 장기적 추진 방안을 마련해 빠르면 이달 중순, 늦어도 해를 넘기기 전 석유화학 경쟁력 제고 및 지원 방안을 발표할 것으로 판단된다.

앞서 전라남도는 지난 13일 여수상공회의소에서 지역 정치권, 경제계 및 기업체 등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여수석유화학산업 위기 대응 전략토론회를 열어 의견을 모았다.

이 과정에서 도는 앞으로 여수석유화학 경쟁력 강화를 위한 4개 분야 39개 사업에 5조6천480억원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공식화해 주목을 받았다.

석유화학산업의 친환경·고부가 사업으로 재편을 포함 탄소중립형 산업단지 조성, 산업인프라 확충, 규제 개선 등이 핵심 사업이다. 여기에 여수국가산단 중심으로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을 지정하도록 정부에 건의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한문선 여수상공회의소 회장을 비롯한 화학산업체 측 핵심부서 인사들은 정부를 향해 글로벌 위기 상황을 돌파하려면 법적, 제도적 지원책이 필수라는 주장을 해 정부의 수용 여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석유화학산업 재편에 걸림돌로 작용한 규제를 완화하거나 인상이 예고된 전기요금의 인하, 예전의 대불산단의 사례처럼 여수국가산단을 산업위기지역으로 지정해 지원에 나서는 게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국회 토론회에서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힌 강재철 엘지화학 팀장

강재철 LG화학 지속가능 팀장은 최근 국회에서 열린 ‘위기에 직면한 대한민국 석유화학산업 대안은 무엇인가’라는 주제의 토론에서 “석유화학산업은 가격 문제로 어려운 시기”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기후변화와 탄소배출, 플라스틱 규제 등 국제적 아젠더에 따라 기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시도하고 있는데 재원 문제로 어려움이 많다”고 정부 차원의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다.

당장 기업의 사업구조를 개선하고 체질을 개선하기 위해선 정유업계에서 중동을 발판으로 화학산업에 침투하려는 시점에 코스트 경쟁구조가 더 악화할 우려가 크기에 지속 가능한 사업의 영위를 위한 사업의 다각화, 포트폴리오를 고민하고 있다”고 현 위기 상황에 대처 방안의 줄거리를 전달했다.

앞으로 고부가제품이나 탄소중립 환경문제에 호응하는 친환경 소재를 강화하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무엇보다 범용 소재 유지와 배터리 소재, 혁신 신약 등 3대 신성장 동력에 대해서도 먼 안목으로 경쟁력 있는 부문을 들여다보며 선택과 집중의 전략으로 나가려 한다는 설명을 곁들였다. 또한 여수 산단내 화치단지에 가동했던 과거 화석연료를 스크랩해 바이오매쓰 발전시설로 전환하는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는 점도 설명했다.

강 팀장은 "탄소를 줄이기 어려운 화학산업으로선 탄소감축투자를 위한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전기분해로 탄소감축을 하려면 지금 당장 그 시설을 들여와도 일반 전력으로는 별 소용이 없기에 재생에너지 확보가 필연적이며 이를 해결하려면 기업에 제조원가 부담으로 다가오게 되는 속사정을 털어놓기도 했다. 지금의 위기를 타개하고 앞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국가 차원의 전폭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인 셈이다.

석유화학 업체들은 경쟁력이 떨어진 사업 부문을 재편하려는 움직임이 빠르게 진행 중이다.

한 기업은 지난해 석유화학 원료인 ‘스티렌 모노머’ 생산공장의 가동을 멈춘 데 이어 올 들어선 여수의 NCC 2공장의 매각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그 결과 여하가 주목을 받는다.

다른 기업은 포트폴리오에 둔감해 적자 폭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어떤 회사는 범용 제품 생산을 접거나 다른 업체에 매각하는 방안까지 적극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진다. 중국, 중동 화학산업군과 가격경쟁에 밀리거나 기술력 차이가 적은 에틸렌 사업의 비중을 줄이고, 화이트 바이오 같은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을 늘리는 쪽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하려는 것으로 이해한다.

문제는 공장 중단, 공장 매각, 포트폴리오 재편 등 이러한 기업들의 자구 노력에는 시간과 비용이 만만치 않게 소요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화학산업 업체들이 글로벌 경쟁체제에서 원가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하려면 결국 국가 차원의 지원은 필수적이라 하겠다.

구체적으로 기업이 주도적으로 화학산업의 재편에 나설 수 있도록 공정거래법상 규제를 푸는 정책 입안을 포람 원가경쟁력을 높이는 수단으로 전기요금 인하, 나프타 관세 인하 등 법적 제도적 지원을 서둘러야 함은 당연하다.

기획재정부는 현재 위기를 겪고 있는 국내 석유화학사 경영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나프타 제조용 원유 등에 대한 할당관세 지원을 연장한다고 지난 2일 밝혔다.

할당관세는 일정 기간 정해진 양의 수입품에 대한 관세율을 낮춰 부과하는 제도로서, 나프타 제조용 원유에 대한 할당관세(3→0%)는 연중 적용하기로 했다.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과 구조적 공급 과잉으로 대규모 수입 하락을 겪는 석유화학 업계의 경영난을 덜어주기 위한 것이다. 일단 위기에 대한 지원의 필요성과 절박성을 인식한 정부에서 이번 할당관세 지원 연장에 이어 이달 중 제시될 것으로 알려진 석유화학산업 지원책이 어떻게 구체화할지 주목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