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웅인 삼성한의원장

雨中感懷有作投擇之兼簡善之容齋酒熟曾有對床之約風雨可相負乎
우중감회유작투택지겸간선지용재주숙증유대상지약풍우가상부호

詩用夜飮韻二首
시용야음운이수

우중에 감회가 있어 시를 지어 택지(李荇의 字)에게 보내고, 겸하여 선지(安處善)에게 편지하기를, 용재(李荇의 號)가 술이 익으면 서로 만나자는 약속이 있었으니, 비바람이 친들 저버릴 수 있겠는가 하였다.

시는 야음을 운으로 삼아 두 수가 있다

- 박은(朴誾, 1479-1504)

[1]
逢秋轉多思
봉추전다사

가을 들어
생각 많아지고

聽雨更懷人
청우갱회인

빗소리 들리니
새삼 벗들 그립다

生死風塵裏
생사풍진리

낳고 죽는 것은
풍진 속에 있는 것

詩書歲月因
시서세월인

시와 글로
세월을 보낸다

竹殘餘苦節
죽잔여고절

대는 시들어도
곧은 절개 남고

楓老濕全身
풍노습전신

단풍은 늙어
온몸 서리에 젖네

寂寞眞同調
적막진동조

고요함과 쓸쓸함
서로 잘 어울려

空簷謾自巡
공첨만자순

빈 처마 밑
절로 서성인다


[2]
謾抱支離病
만포지리병

부질없이
오랜 병 앓아

俱爲潦倒人
구위료도인

다 함께 늙고
병든 사람 되었구나

詩尊元有約
시존원유약

시와 술은
원래 약속 있었지만

風雨豈無因
풍우기무인

바람과 비도
어찌 원인 없었으랴

明日未可卜
명일미가복

내일 일은
어찌 될지 모르나니

百年非我身
백년비아신

백 년 후에는
이 몸도 없으리라

此懷曾領略
차회증령략

이런 생각
잘 아시리니

徑進不逡巡
경진불준순

머뭇거리지 말고
서둘러 오시게나


容齋(용재) : - 이행(李荇, 1478 ~ 1534)
박은과 함께 해동의 강서파라고 불렸다. 본관은 덕수. 자는 택지, 호는 용재·창택어수·청학도인.
1495년(연산군 1) 증광문과에 급제한 뒤, 권지승문원부정자를 거쳐 검열·전적을 역임했고, 〈성종실록〉 편찬에도 참여했다. 1504년 응교로 있을 때 폐비 윤씨의 복위를 반대하다가 충주에 유배되었고, 중종반정으로 풀려나와 교리에 등용, 대사간·대사성을 거쳐 대사헌·대제학·공조판서·이조판서·우의정 등 고위관직을 두루 역임했다. 1530년 〈신증동국여지승람〉을 펴내는 데 참여했고, 1531년 김안로를 논박하여 좌천된 뒤 이듬해 함종에 유배되어 그곳에서 죽었다.
그의 시는 허균 등에 의해 매우 높게 평가되었다. 당시의 전통에서 벗어나 기발한 착상과 참신한 표현을 강조하는 기교적인 시를 써서 새로운 시풍을 일으켰다. 그러나 표현의 격조가 높아진 반면 폭넓은 경험에서 나오는 자연스러움은 없었다. 저서로는 〈용재집〉이 있다. 1537년 신원 되었고, 중종 묘정에 배향되었다. 시호는 문정이고, 뒤에 문헌으로 바뀌었다.

*謾抱(만포) : 부질없는 걱정


* 박은(朴誾, 1479-1504)
조선 중기 학자. 경상북도 고령 출신. 본관 고령. 자 중열(仲說).
호 읍취헌(揖翆軒).
4세에 독서, 8세에 대의를 알고, 15세에 문장에 능통, 17세로 진사, 18세에 식년 문과에 병과로 급제. 같은 해 사가독서자(賜暇讀書者) 선발에 뽑힘. 20세에 유자광과 유자광에게 아첨하는 성준(成俊)을 탄핵하는 소를 올렸으나 평소 직언을 꺼린 연산군은 '사사부실(詐似不實)'이라는 죄목으로 23세에 파직됨.
이때부터 자연에 묻혀 밤낮으로 술과 시로써 세월을 보냄.
1503년에 아내 신씨가 25세로 세상을 떠나고, 그 이듬해에 다시 지제교(知製敎)로 임명되었으나 사양함.
26세 때 갑자사화로 동래로 유배, 다시 의금부에 투옥되어 사형을 당하였다. 3년 뒤 신원되어 도승지로 추증되었다.
해동강서파(海東江西派)로 불릴 정도로 시로 유명함.
절친인 이행(李荇)이 그의 시를 모아 《읍취헌유고》를 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