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웅인 삼성한의원장

宿葛山
숙갈산

갈산에서 숙박하며

- 박은(朴誾, 조선 전기)


昨夜踏月懶翁塔
작야답월나옹탑

지난밤엔 나옹탑(懶翁塔)
달빛 밟더니

今日避雨葛山口
금일피우갈산구

오늘은 갈산 어귀
비를 피하누나

西江落景亂金箭
서강낙경난금전

서강 낙조 어지럽게
금 화살 쏘고

東岳怒雲駢蒼狗
동악노운병창구

동악의 성난 구름
금새 검게 변하누나

鸕鷀窺魚立漁磯
로자규어립어기

낚시터 고기 노리는
가마우지는

人語舟行忽驚飛
인어주행홀경비

사람 소리 배 지나가니
문득 놀라 날아간다

雙雙自入煙霧裏
쌍쌍자입연무리

쌍쌍이 날아
안개 속으로 들어가니

我不如君早見幾
아불여군조견기

나는 얼른 기미 보기를
그대만 못하누나

* 葛山(갈산) : 전국 여러 곳에 있으나 여기서는 경기도 양평의 葛山津(갈산진)을 말함.
* 懶翁塔(나옹탑) : 여주 신륵사에 있는 나옹선사 승탑. 여기서는 신륵사를 말함.
騈 : 나란히 할 병.
* 蒼狗(창구) : 白雲蒼狗(백운창구)에서 나온 말로 흰 구름이 갑자기 푸른 개로 변한다. 즉 세상일이 급격하게 변하는 것을 비유하여 쓰는 말. 두보의 詩 ‘可嘆(가탄)에 나오는 말인데 원래는 白衣蒼狗(백의창구) 였는데 훗날에는 白雲蒼狗(백운창구)로 많이 사용한다.
鷀 : 가마우지 자.


박은(朴誾, 조선 전기)

박은의 본관은 고령(高嶺)이고 자는 중열(仲說), 호는 읍취헌(挹翠軒)이다.
이미 4세에 독서할 줄 알았고 8세에 대의를 알았으며 김종직(金宗直)과 최부(崔溥)의 문하에서 수학하였다.
박은은 해동강서파(海東江西派)의 대표적 시인이다.
그는 천재적인 시인으로 짧은 생애에 비해 적지 않은 시작품을 남겼다.
후대에 그는 김창협, 김만중, 김춘택으로부터 우리나라 최고의 시인으로 평가받았다.
정조는 박은의 시가 정경이 융합되어 당시와 송시의 경지를 뛰어넘어 독자적인 시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고 평가하며,
그를 ‘조선조에서 제일가는 시인’으로 추앙하였다.
그의 유고집인 『읍취헌유고(挹翠軒遺稿)』에 어제 서문을 써 주었으며, 그 책을 간행하여 반포토록 명하였다.
이에 박은의 절친한 친구인 이행(李荇)이 그의 시를 모아 『읍취헌유고』 1책을 간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