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웅인 삼성한의원장

郊居自詠
교거자영

교외에 살면서 홀로 읊다

-권호문(權好文, 1532 ~ 1587)


編茅爲屋隱松林
편모위옥은송림

띠 엮어 집 짓고
솔숲에 숨어 살며

水石無塵可養襟
수석무진가양금

티끌 없는 수석 보며
마음 뜻 기른다네

月入梅窓時作燭
월입매창시작촉

매화 창 달빛 들면
때로는 촛불 되고

風生松韻夜鳴琴
풍생송운야명금

바람이 소나무 울려
밤에는 거문고 소리

人間歲月三春夢
인간세월삼춘몽

사람의 세상살이
세 번의 봄 꿈이고

壺裡乾坤萬古心
호리건곤만고심

신선의 세상은
만고의 염원일세

寂寞衡門閑可樂
적막형문한가락

조용하고 누추한 곳
한가롭고 즐거우니

半生何患少知音
반생하환소지음

반평생 벗 적음
어찌 걱정하리

* 호리건곤(壺裡乾坤) : 신선 세계를 비유하는 말이다.

후한(後漢) 때 한 노인이 시장에서 약(藥)을 팔았는데, 자기 점포 머리에 병 하나를 걸어 놓고 있다가 시장을 파하고 나서는 매양 그 병 속으로 뛰어 들어갔다.
그때 아무도 이 사실을 몰랐는데, 다만 비장방(費長房)이 그것을 알고 그 노인에게 가서 재배(再拜)하고 인하여 노인을 따라서 그 병 속으로 들어가 보니, 옥당(玉堂)이 화려하고 좋은 술과 맛있는 안주가 그득하여 함께 술을 실컷 마시고 나왔다는 고사에서 온 말이다.

권호문(權好文, 1532 ~ 1587)

본관은 안동(安東). 자는 장중(章仲), 호는 송암(松巖). 안주교수(安州敎授) 권규(權稑)의 아들.
1549년(명종 4) 아버지를 여의고 1561년 30세에 진사시에 합격했으나, 1
564년에 어머니 상을 당하자 벼슬을 단념하고 청성산(靑城山) 아래에 무민재(無悶齋)를 짓고 그곳에 은거하였다.
이황(李滉)을 스승으로 모셨다.
같은 문하생인 유성룡(柳成龍)·김성일(金誠一) 등과 교분이 두터웠고 이들로부터 학행을 높이 평가받았다.
만년에 덕망이 높아져 찾아오는 문인들이 많았다.
집경전참봉(集慶殿參奉)·내시교관(內侍敎官) 등에 제수되었으나 나가지 않았다.
56세로 일생을 마쳤으며, 묘지는 안동부 서쪽 마감산(麻甘山)에 있다.
안동의 송암서원(松巖書院)에 제향되었다.
그는 평생을 자연에 묻혀 살았다.
이황은 그를 소쇄산림지풍(瀟灑山林之風)이 있다고 하였고, 벗 유성룡도 강호고사(江湖高士)라 하였다.
저서로는 『송암집』이 있다.
작품으로는 경기체가의 변형형식인 「독락팔곡(獨樂八曲)」과 연시조인 「한거십팔곡(閑居十八曲)」이 『송암집』에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