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군바위로 불리는 대신리 핑매바위와 마고할멈 조형물, 소원 게시판

대신리 마당바위와 주변 안전기둥

차량 통행, 보행자 통행에 제동을 거는 안전기둥과 나무데크들

벌목 후 쌓아둔 나무더미, 재선충 주사 맞고 있는 나무들

올 여름 큰 비에 무너질 염려가 되는 산기슭과 벌목 현장-핑매바위 건너편

유네스코 유산 등재 계기, 관광 활성화에 매몰된 탓
유적지 발굴 당시 현상으로 복원하는 정책으로 전환을

사라진 지동리 마을 저수지 위치, 옛 모습 찾았으면
핑매바위의 마고할멈, 괴바위의 고양이 '조형물 조잡'

산 곳곳서 벌목, 고인돌 옆 나무데크, 안전기둥 '눈쌀'
고인돌 이름 재조명 필요 ... 감태바위 대신 감투바위
작은 고인돌만 무덤, 큰 고인돌은 집단의 기념물 구분을


[프레스존] 주말과 휴일 사이 내린 비가 그친 16일 오후 1시를 조금 넘긴 시각, 전남 화순군 도곡면 모산리를 거쳐 효산리 마을 입구에 들어섰다.

이곳은 인천 강화, 전북 고창, 전남 화순 지역 고인돌이 2000년 12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고인돌 유적지가 널린 마을이다.

지금으로부터 2천 년~3천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 기원전 1,200년~200년 전후 축조된 것으로 추정하는 청동기 시대 거석문화 유산도 볼 겸, 울긋불긋 꽃구경에 가벼운 산책도 할 겸, 틈틈이 관광객들이 찾는 관광명소이기도 하다.

최근 들어선 “고인돌이라는 무덤군 주변에 웬 파크골프장을 조성했느냐?”는 논란마저 겹치며 ‘핫-플레이스’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바로 3년 전 지역민이 한 표를 행사해 뽑은 화순군수가 외가 문중에 임대 특혜를 줬다는 의혹이 전국 뉴스를 탔기 때문이다.

지난 5월 초 한 주민은 “화순군수가 효산리와 대신리에 걸친 고인돌 유적지 주변 토지를 소유한 자신의 외가 문중에 파크골프장 조성 과정에서 임대 특혜를 줬다”는 형사 고발을 제기한 바 있다.

이를 두고 화순군과 고발 주민, 언론 사이 “특혜다, 특혜가 아니다”라는 공방이 벌어진 지, 어느덧 한 달 반을 훌쩍 넘겼다.

특혜 공방의 진앙지라 할, 화순 효산리와 대신리, 지동리 마을에서 발견된 고인돌 유적지를 바라보는 전문가적 관점, 나아가 세간의 관심사는 어떻게 바뀌었을지 궁금하다.

고인돌군을 보러 어느 쪽에서 출발하든, 주민들이 차량으로 오르락내리락 못하게끔 통제하려는 철제 바리케이드가 눈에 쏘옥 들어온다.

대신리 고인돌군을 보러 조금만 걸어 오르면 맞닥뜨리는 마당바위, 핑매바위라 이름 붙여진 고인돌군 주변에는 나무로 만든 거무튀튀한 데크들이 즐비하다.

여기에 도로와 횡단보도를 지나다 보게 되는, 주황색과 흰색이 퇴색하거나 낡아빠진 볼라드(교통안전기둥)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고인돌 관람객들의 안전을 염려하며 만들어놓았을 테크, 인도나 잔다밭에 자동차가 들어가지 못하게 설치한 안전기둥은 선사시대의 고인돌 의미에 부합하지 않는 시설이라 여겨진다.

그 보다 더욱 가관인 사실은 대신리 고인돌군 입구에서 중턱에서 보검재로 이어지는 산 중턱 곳곳에 파헤쳐져 산사태라도 나면 어찌 되나 걱정이 앞선다.

언제 숲 가꾸기 사업을 벌였는지, 크고 작은 나무들이 수없이 베어진 채 밑동을 드러내고 있다. 베어 놓은 나무들이 군데군데 널브러져 흉물화하다시피 방치되는 흔적은 오랫동안 관람객들의 시선에도 들어왔을 듯싶다.

아예 숲 가꾸기를 하지 않았으면 밑동이 드러나지 않았을, 위험천만의 모습들도 적지 않다. 강화나 고창과 달리, 대신리와 효산리, 두 계곡을 사이에 두고 축조한 고인돌이라는 특장이 이미 시작한 여름철 호우와 태풍 강습에 훼손될 거라는 염려가 드는 대목이다.

요즘같이 30도 안팎을 오르내리는 무더위에도 고인돌 유적지를 가꾸기 위해 여러 종류의 꽃을 심거나 잡초를 제거하기 분주한 고인돌사업소에서 이를 제거하려 해도 소관이 아니라 손을 대지도 못한다.

잡초 베기 현장에서 만난 한 직원은 “앞으로 많은 비가 내릴 경우, 숲 가꾸기 현장에서 방치된 나무들이 떠내려가거나 비탈진 산기슭이 붕괴되지 않을 까 조바심이 난다”고 걱정하기도 했다.

이 경우 계곡 사방사업이라도 해야 할 판이다. 사전에 예방조치를 해도 될 텐데, 사후에 돈을 더 들여 보강 사업을 할 수밖에 없으니 예산 낭비라는 비판을 받아도 싸겠다.

핑매바위, 마고할멈, 소원 게시판

고인돌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장면은 더욱 안타깝다. 스토리텔링의 소재로 활용하는, 대산리 핑매 바위의 마고 할멈, 소원 빌기의 게시판은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도 남는다.

전국적으로 등장하는 전설적 인물, 마고(麻姑)는 여신으로 덩치가 클뿐더러 산을 딛고 바다를 딛고 다니는 능력을 지녔다고 한다.

한국의 신화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여신 또는 창조신, 거인신이라는 마고 이름에 할미, 할머니, 선녀 등이 수식어로 따라붙는다.

평양 구반마을 설화, 지리산 노고단의 노고할미, 삼척 서구암의 서구할미, 산청의 공개바위 설화에서 소재로 삼았다. 중국의 마고선녀에서 영향을 받아 이름이 마고로 바뀌었을지 모른다는 해석도 있다.

고대 한국의 무속신앙에선 창조적 위치에 있는 여신이었으나 현대에 이르러선 무속의 힘이 약해져 미미한 존재의 여신으로 풀이되기도 한다.

이른바 장군바위로도 불리는 핑매바위 뒷켠에선 큰 돌 밑 부분이 깨진 부분이 확인되는 데, 도굴의 흔적으로 통하는 이곳을 통해 장군의 검이 유출됐다는 설화로 이어진 듯 하다.

효산리 괴바위와 고양이 조형물

어디 그뿐인가. 고양이를 닮았다며 만든 효산리 괴바위 앞에 떡하고 자리잡은 고양이 형상의 조형물 역시 솔직히 조잡하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현장의 안내판을 보노라면 한쪽에선 지형이 고양이를 닮아서 이름을 붙였다고 썼다. 다른 쪽에선 괴바위라는 고인돌이 고양이를 닮았다고 써 붙였으니, 여간 혼란스럽기 짝이 없다.

효산리에서 산등성이로 오르다 마주치는 저수지 위아래엔 관청바위군, 달바위군, 감태(감투)바위 고인돌이 무더기로 축조된 곳이 바로 눈앞에 펼쳐진다.

관아의 핵심 인물이 가끔 널빤지 모양의 거대한 고인돌 위에 앉아서 집무를 보았다는 주민들 얘기에, 관청바위라 이름 붙였다 한다. 월곡저수지 위쪽엔 달모양의 고인돌이 무더기로 축조돼 달바위 고인돌이라 불리운다. 감태바위는 갓처럼 생긴 모자를 썼다는 의미로, 즉 감투로 판단된다는 전문가의 지적처럼 이제라도 감투바위라 명명하자는 지적이 솔깃하다.

고을의 벼슬아치가 바위에 올라 앉아 업무를 봤다는 관청바위

감투바위로 이름 바꿔야 할 감태바위

효산리에서, 대신리에서 민씨 민중의 제각으로 향하는 길목은 보성재, 보검재로 불리운데 통일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남평, 도곡에서 효산리를 거쳐 보성으로 가려면 이 재를 넘어야 하기에 도곡면 효산리 쪽에선 보성재라 했다.

춘양면 대신리 쪽에선 보검재로 불렀다. 같은 재를 두고 서로 달리 불렀다는 얘기다. 이 재에서 민씨 가족힐링 공원과 제각으로 안내하는 표지판 중엔 ‘보검재’와 ‘보검제’라고, 고개와 저수리라는 의미로 뒤섞여 쓰여 있으니 ‘보검재’로 바로잡아야겠다.

때마침 여흥 민씨 문중에 대한 토지 임대 특혜라는 논란을 접한 필자는 화순 11경 중 하나로 꼽은 고인돌에 주목했다.

1980년대 말부터 수십 년을 지역 일간지에서 활동한 기자로서, 화순을 고향으로 둔 지역민으로서, 자연스레 관심과 흥미를 갖게 됐다.

지난달 초부터 바로 6월 16일까지 화순 고인돌 유적지를 다섯 차례 둘러보는 순간들이 교차하며 앞으로 더 진전돼야 할 부문에 대한 소회를 가슴에 품었다.

고인돌 탐방차 대신리에서, 효산리에서 출발하기를 몇 차례 거듭하며 가장 먼저 떠오른 장면이 고인돌 유적지 모습이 크게 달라졌다는 점이었다.

1995년 12월 15일 첫 발견된 고인돌이 1998년 사적지 410호로 지정된 데 이어 2000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한 이후 25년이란 세월이 흘렀으니 그럴 만도 하다.

관람객들 유치하고 이들에게 편리함을 도모하기 위해선 불가피했으리라, 이렇게 치부하기엔 효산리, 대산리 고인돌 주변이 한마디로 손을 너무 탔다는 게 맞는 표현인 것 같다.

화순 효산리와 대신리 지석묘군 원경 - 발견 당시 현상을 비교적 잘 보존한 장면

원래 모습은 어땠을까라는 궁금증을 갖고, 화순 효산리와 대신리 고인돌 관련 기록을 살피고 전문가를 만났다.

청동기 시대의 무덤이라는 지석묘, 즉 고인돌이라 함은 중국의 서주시대에서 춘추시대, 전국시대와 비슷한 시기에 축조됐으리라는 연대기 특정에 당시의 시대상을 짐작케 한다.

일반적으로 고인돌군 하면, 모든 고인돌이 무덤이라고 알았지만 이는 잘못된 해석으로, 큰 고인돌군은 무덤이 아니라 어느 집단의 기념물이라고 하니 제대로 이해할 일이다.

화순 고인돌 역시, 가장 큰 형태를 갖춘 핑매바위, 관청바위, 감투바위 등은 일컬어 그 시대 힘께나 썼을 법한 권력자의 무덤이 아니라 집단의 기념물이라는 것이다.

고인돌을 수십 년 동안 연구하고 1980년대 초반 국내 최초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학자인 이영문 동북아지석묘연구소 이사장이 화순 고인돌의 의미와 가치를 이렇게 강조했다.

2시간 가까이 고인돌의 발견과 발굴 과정, 고인돌 이름 붙이기, 고인돌 보호각 조성과 보존 문제에 이르도록 많은 의견을 주고받았다.

계곡을 사이에 두고 띄엄띄엄 축조되고 원해 지형대로 잘 보존된 화순 효산리와 대신리 고인돌군이 앞으로 관광 관점보다 유적지로서 본연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원형 형태의 복원 문제도 적극 검토할 때라는 지적이 큰 울림을 주고도 남는다.

필자는 현재의 모습에 아쉬움을 토해낸 전문가로부터 전해진 그 울림에 감명을 받으며 30년 전 발견 당시 화순 고인돌 현상의 단면을 여과 없이 그대로 전해본다.

과거와 현재, 미래의 모습이 어떠해야 할지 고민하고, 연구하고, 이에 터잡은 정책을 화순군이 제대로 세우도록 하기 위함으로 이해하면 좋겠다는 순수함에서다.

대신리 지동마을 고인돌 발굴 및 복원 현장 -고인돌유적지 보호각 일부

수국, 구절초 등 꽃나무를 새로 심으며 고인돌 유적지 가꾸기에 여념이 없는 고인돌사업소 작업자들

연일 잡초가 무성한 유적지와 보호구역에서 제취작업을 벌인 후 휴식 중인 작업자들

“숲속에 바위들이 곳곳에 무리지어 있었다. 그때 모산마을에서 월곡2저수지까지만 농로 길이 나 있었다. 저수지 뚝 못미쳐 산기슭에는 일부를 삭토하여 나무가 식재된 밭이 조성되어 있었고, 그 가장자리에는 고인돌이 줄지어 있는 것이 확인되었다. 이 고인돌은 관청바위 고인돌군이다. 잡목이 울창하여 더 이상 조사할 수 없었다. 달바위 고인돌은 나중에 조사된 것이다.

조사 당시는 도곡면 효산리 모산마을에서 월곡저수지까지는 자연 지형을 이용한 논밭이 경작되어 있었고, 산기슭 사이에는 경운기가 다니는 조그마한 소로만 나 있었다. 보검재로 이어지는 길은 숲으로 막혀 폐쇄된 상태였다. 논밭으로 연결되는 산기슭은 울창한 잡목들로 꽉 들어차 있어 사람들의 출입이 쉽지 않은 곳이었다.

고인돌은 괴바위 고인돌만 멀리서 눈에 띄었을 뿐 나머지들은 숲 속에 묻혀 암벽에서 흘러내린 바위인지 고인돌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이 바위들 중에는 받침돌이 드러나 있고 바위들이 줄지어 무리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상당수가 고인돌임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모산마을 민가와 당산나무 주변, 마을 옆의 구릉, 도곡면소재지로 가는 고개마루 등지도 고인돌이 분포되어 있었다.

이러한 고인돌의 분포는 지도상의 옛길 표시나 지형상 보검재 너머의 춘양면 대신리쪽에도 고인돌이 분포하고 있을 것으로 확신하고 다음날(12월 16일) 조사에 들어갔다. 마을 입구의 길가의 고인돌(괸돌바위), 마을 앞 논가운데에 쌓여진 고인돌, 민가 안에도 고인돌이 있음을 확인하였다.

도곡 효산리 모산마을로 넘어가는 계곡을 따라 가다가 숲속의 바위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고인돌의 특징인 판석으로 짜맞춘 무덤방, 받침돌이 고인 고인돌이 확인되었다. 이곳은 감투바위 고인돌군이다.

계속 조사를 하니 차량 통행을 막기 위해 쇠고리로 차단하는 시설이 있었다. 이곳에 거대한 바위(핑매바위)가 하나 있었다. 이 바위는 하부가 거의 묻혀진 상태였으나 밑에는 받침돌과 덮개돌 사이에 이그러진 쐐기돌 등도 보여 고인돌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큰 바위를 이용한 고인돌이 있을 수 있는가에 대해 의문이 들었다. 그 후 발굴조사로 고인돌임이 확실하게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