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병화 프레스존 에디터

6자 TF 구성 지시, 국가 주도 해결 약속에 "환영"
3자의 입장, 이해타산 금물 ... '통 큰 타협' 급선무
광주시장 전남지사 무안군수 이제라도 성과물 내야
무안공항 민·군공항화 ... 상생·공동발전 동력으로


광주와 전남이 해결할 능력이 없었던 광주의 군 공항 이전 문제가 결국 정부의 힘을 빌리는 쪽으로 정리됐다. 지난 3일 치러진 대통령 후보시절 이 문제를 챙기겠다고 공언한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22일 만에 광주를 직접 찾아 해결의 단초를 제공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 초청한 이 문제의 당사자 격인 광주시민, 전남도민, 무안군민으로부터 직접 의견을 듣기 위한 자리에서다.

강기정 광주시장, 김영록 전남지사, 김산 무안군수가 서로의 지역과 지역민 입장을 대변하는 형식의 타운홀 미팅은 일단 성공작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자리에서 3자의 입장을 경청한 후 해답을 내놓은 이재명 대통령의 선택은 간명했다. 광주와 전남, 무안이 스스로 해결할 수 없다면 자신이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대통령실에 광주 군공항 이전 해결을 ‘6자 TF(태스크 포스)’ 구성이라는 지시를 내렸다. 공항 문제의 직접 당사자라는 3자 외, 국방부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까지 당사자격으로 책임을 부여하는 형식이어서 앞으로의 추진 동력을 확보한 셈이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 3주 만에 열린 이 공론장은 광주시와 전남도의 바람에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대통령이 후보 시절 △국가 지원 △대통령 직접 갈등 조정 △이전 지역 충분한 보상 등 원칙을 제시하며 반드시 군공항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공언한 약속을 이행한 첫 실천의 자리였다. 이른바 ‘경청 대통령’으로서 대통령은 지역민과 마주 앉아 이야기를 듣고 대화에 나서며 중재자로서 3자 사이에 간극과 갈등을 터치하거나 콘트롤까지 하는 여유를 보여주었다. 두 시간이 넘은, 130분이라는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을 들여 내린 결론은 ‘군공항 이전 특별법’에 따른 국가 지원을 약속하며, 이해 당사자 간 신뢰 회복을 중요 원칙으로 나타났다.

광주시장과 전남지사에게도 군공항 이전으로 전투기 소음 등 피해를 입을 무안에 신뢰를 줄 시그널을 주라는, 추가의 지원 방안을 제시하라는 주문도 잊지 않았다. 광주의 군 공항 이전 후 광주시가 군 공항 부지에서 얻게 되는 개발 이익을 무안군에 확실하게 제공하는 장치가 있어야 한다는 뜻이었다. 전남도 역시 민 공항과 군 공항의 동시 유치라는 국가 시설로 얻게 되는 성과에 걸맞은 별도의 보상을 무안군에 제공하라는 방안을 제공했다. 공항 이전 문제 능력 부재를 나무라는 듯 취한 대통령의 제스처, 화법 앞에서 다소 머쓱해진 순간이었으리라 싶은 대목이다.

민선 7기에 이어 민선 8기 들어서도 광주시와 전남도를 이끌어온 수장들이 이리저리 뛰며 해결의 단초를 찾겠다고 나섰건 만, 한치 앞도 나아가지 못했다는 건 익히 다 아는 사실이다. 때론 3자가 모이자 해놓고도 무산되거나, 때론 어렵사리 3자가 모여 머리를 맞대고도 각자의 주장에 매몰돼 갈등의 골이 더 깊게 팬 적도 있었다. 수천 년을 이어온 역사적으로나 행정적으로나 광주와 전남이 사실상 ‘한 뿌리’임에도 대의나 상생의 이치를 망각한 편린이었다. 민선 자치 30년을 코앞에 두고도 광주전남의 미래를 살피기보다 각자의 주민들로부터 표를 얻어야 하는, 각자의 이해타산만 따질 따름이었으리라 싶기도 하다. 물론, 광주나 전남이나 재정이 변변치 않은 마당에 무안군민에 통큰 재정적 지원책을 내놓기에 벅찬 상황을 전혀 이해 못할 바도 아니다.

단언컨대 이래선 안 될 일이었다. 광주전남의 지역 현안들이 해결되지 않은 채 표류하는 모습에 실망한 이들이 적지 않다는 사실을 깊이 새겨야 할 때가 바로 지금이다. 광주시민 전남도민들로선, 군 공항의 무안 이전으로 범위를 제한하고 이의 해법을 후보시절 공약한 대로 대통령이 되고서도 국가 주도로 추진하겠다는 데 쌍수로 환영할 만하다. 강기정 광주시장, 김영록 전남지사, 무안군수로선 단순한 숫자 놀음에서 빠져나와 이제부터라도 대의와 명분을 우선시하며 이 문제의 실행을 성공시키려 분골쇄신이라도 할 판이다. 설왕설래, 갈팡질팡이란 단어만 떠올리게 한, 지금까지와는 전연 다른 생각과 다른 행동으로 무장해서 국가의 정책도 따지고 광주전남 상생과 공동 발전의 전환점으로 삼아야 마땅하다.

광주 군 공항의 무안공항 이전과 더불어, 광주공항과 무안공항 이원화에서 통합 공항으로서, 서남권 관문으로서의 기능을 할 무안국제공항은 그래야 살아남는다. 이를 통해 광주‧전남이 함께 잘 사는 새로운 미래를 설계할 최고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뜻이다. 무안공항을 국제 관광‧물류의 중심으로 키우고, 종전 부지를 탄소중립과 인공지능 등 호남의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거점으로 만들어 상생 발전의 확실한 토대를 다져야 한다. 지역 스스로 풀기에 역량이 부치고 난제마저 적지 않았던 군 공항 이전을 속히 매조지해야 한다. 그동안 광주시와 전남도, 무안군에서 바랐던 "국가 주도로 대전환하라"는 과제를 풀어낸 이재명 국민주권정부의 성공 사례가 되도록, 모두가 상생과 통합의 장으로 나서야 한다. 여기서 우리 모두가 반드시 명심해야 하는 건, 지역 스스로 해결할 능력이 모자랐던 무안공한 난제를 이재명 대통령이 나서 물꼬를 텄다는 사실일 뿐이다. 중재자, 제3자가 내 준 물길을 키우고 그 물길읕 동력으로 삼아 성과와 결과물을 내야 하는 쪽이 국가 외 지역 스스로의 역량에 달렸다는 점을 깊이 깨우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