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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해진 마음 씻어
맑고 고운 희망 하나
호수에 띄운다
■ 감상평- 광주특별시디카시인협회 제공
이 작품은 하늘의 구름을 ‘호수’로 전환시키는 이미지의 착시와, 탁해진 마음을 씻어내고 희망을 띄우는 언술이 잘 맞물린 디카시입니다. 특히 사진과 문장이 서로 같은 말을 반복하기보다, 서로의 의미를 확장한 점이 좋습니다.
1. 이미지의 관점
사진의 핵심은 짙은 구름 사이로 열린 밝은 공간입니다. 그 밝은 부분이 마치 물 위에 생긴 하나의 빈자리, 혹은 호수의 수면처럼 보입니다.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구름의 결은 물결을 연상시키기도 하고요.
그래서 사진만 놓고 보면 탁하고 무거운 현실 속에 한 조각의 맑음이 열려 있는 장면으로 읽힙니다.
특히 시의 마지막 행인 “호수에 띄운다”가 사진을 다시 보게 만드는 효과가 있습니다. 실제 호수는 없지만, 시어가 사진 속 하늘을 호수로 바꾸어 버립니다. 이것이 이 작품에서 가장 성공적인 이미지-언술의 상호작용입니다.
2. 언술의 관점
“맑은 물” → “탁해진 마음” → “맑고 고운 희망” → “호수에 띄운다”라는 흐름이 비교적 선명합니다. 특히 "탁해진 마음 씻어" 와 "맑고 고운 희망 하나"의 ‘탁함/맑음’이라는 대비가 작품의 정서적 중심축을 만듭니다. 흥미로운 것은 마음을 씻는 물이 실제 물이 아니라 결국 사진 속 하늘의 이미지로 전환된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자연 풍경이 내면의 풍경으로 바뀝니다. 그리고 마지막의 “희망 하나”라는 표현도 좋습니다. 거창한 희망이 아니라 ‘하나’의 희망이어서 오히려 절실하고 소박합니다. 그 작은 희망을 호수에 띄운다는 결말은 앞의 어둡고 탁한 정조를 밝은 방향으로 돌려놓습니다.
3. 제목 「채색된 날들, 버리다」
제목이 상당히 의미심장합니다.
‘채색된 날들’은 아름답게 꾸며진 과거의 기억일 수도 있고, 여러 감정으로 덧칠된 삶의 시간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을 “버리다”라고 단호하게 끊습니다. 본문에서는 그 버림 이후에
탁해진 마음을 씻고 → 맑고 고운 희망을 하나 건져 → 호수에 띄우는 정화와 재생의 과정이 이어집니다. 따라서 제목의 ‘버리다’는 단순한 포기가 아니라 과거의 색을 털어내고 새로운 맑음을 선택하는 행위로 읽힙니다.
4. 이 작품의 가장 좋은 점은 사진이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마지막 시어에 의해 새로운 공간으로 변한다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구름 낀 하늘이지만, “호수에 띄운다” 라는 한 문장을 읽는 순간 사진 속 밝은 공간이 ‘호수’가 됩니다. 즉, 하늘 → 물 → 마음 → 희망이라는 이미지의 변환이 일어납니다. 이런 방식은 디카시에서 상당히 중요한 미덕입니다. 사진이 이미 말하고 있는 것을 시가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언술이 사진의 의미를 새롭게 발명하기 때문입니다.
■ 「채색된 날들, 버리다」는 어둡게 내려앉은 구름 사이의 밝은 틈을 ‘호수’로 전환하여, 마음의 정화와 희망의 재생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사진의 어두운 색조와 밝은 틈이 ‘탁함과 맑음’의 내적 대비를 자연스럽게 형성하고, 마지막의 “호수에 띄운다”가 하늘의 이미지를 물의 이미지로 변환하면서 사진과 언술이 비로소 하나의 시적 공간을 만들어냅니다. 디카시에서 중요한 ‘사진이 시가 되고, 시가 다시 사진을 다르게 보게 하는 구조’가 분명히 살아 있는 작품입니다.
배진희 기자 news@presszon.kr 배진희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2026.10.19 (월) 11: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