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후 1시 무렵 장흥군 회진면 노력항 부두에서 잠수기 어선들이 새조개를 채취한 후 판매 차량에 싣고 있다. 이 곳에선 1kg당 1만원 선에 저렴하게 거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녀들 잠수기 선상폭력 고소 이어 도지사에 진정서 제출
수산자원관리수면 지정 "법 위반" .. 새조개 외 키조개도 서식
잠수기 남획 막은 자망업자 .. 자문위원·장흥군수·과장 고소

[프레스존]이른바 ‘바다의 로또’라 불리는 장흥 회진, 관산 앞바다 새조개 채취권을 놓고 채취업자 측과 일부 어촌계를 중심으로 지역사회 갈등이 확산하고 있다.

이 일대에서 어린새조개를 남획해 오던 잠수기어선들의 조업을 막기 위해 장흥군이 권한 자망설치업자, 나잠어업에 나선 해녀들이 설자리를 잃게 되면서 사정은 더욱 악화하는 형국이다.

장흥군은 어린새조개 남획을 막으려는 과정에서 여수 잠수기수협이 부동의 입장에서 선회하면서 일이 갑자기 틀어졌다는 게 업자측 하소연이다.

그 동안 협상 과정에서 번번이 반대해오던 입장에서 수산자원관리수면 지정에 동의 의사를 표명함에 따라 군에서 이들과 보조를 맞춤으로써 애당초 뜻과 달리 선의의 피해자들이 발생하고 말았다.

군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무렵 군수뿐 아니라 그 주변 인물, 해당 실무부서를 중심으로 잠수기 어선들이 막무가내로 달려든 어린 새조개 채취를 막기 위해 고심한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군수가 임명한 자문위원이 권장한 자망업자, 해녀들로 하여금 신덕, 신상 마을 앞바다에 잠수기 어선들이 막무가내식 남획을 위해 오가지 못하게 자망을 설치했음에도 결국 이들은 군으로부터 사실상 뒤통수를 얻어맞은 격이다.

25일 본지 취재결과, 일부 어촌 마을주민들은 그 과정에 소통이 이뤄지지 않거나 여러 의문점이 있다는 판단 아래, 최근 동회를 열어 새조개 채취관련 잠수기 어선 측과 맺었다는 사전 계약 내용을 공개하라는 요구가 거센 것으로 전해졌다.

장흥군 해당 부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전후 이 문제로 내연해 온 분쟁 조정에 나선 전라남도는 먼저 1단계로 지난 8일 장흥군 회진면 신상지선 119ha에 대해 수산자원관리수면으로 지정했다.

장흥군 회진면 신상지선 앞바다 119ha를 수산자원관리수면으로 지정한 곳에서 잠수기 어선들이 25일 새조개를 채취하고 있다.

이어 지난 19일 2단계로 장흥군 관산읍 삼산지선 81ha를 추가 지정하며, 이를 통해 장흥 앞바다 어업분쟁 해소에 기대가 된다는 입장을 보였다.

채취 대상은 새조개로 회진면 신상지선에는 1월 8일부터 오는 5월 31일까지 잠수기 어선 25척, 양식장형망선 2척을 동원해 552톤을 채취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삼산지선은 지난 19일부터 오는 5월 31일까지 잠수기어선 10척, 양식장형망선 3척을 동원해 새조개 189톤을 채취할 수 있도록 제한하는 조건을 달아 공고에 들어갔다.

그러나 전라남도 해양수산과의 기대와는 달리 어업권 분쟁은 여전히 진행형이며 분쟁이 형사문제로까지 비화하는 모양새다.

자망설치 및 해녀 투입에 나섰던 업자는 이 과정에서 피해가 심하다는 사유로 군의 자문위원, 군수 및 담당과장을 사기 및 업무방해 등 혐의로 경찰에 고소하기까지 했다.

지난 9일 장흥읍 신상 신덕 앞바다에서 물길 중인 해녀를 위협하기 위해 왼쪽에서 잠수기 조합 관리선이 손살같이 달려 들고 있다.

앞서 잠수기 업자들로부터 지난 9일 선상폭력을 당한 해녀들은 완도해경에 지난 11일 관련자들을 고소한 데 이어 25일에는 장흥경찰서에 추가 고소장을 제출했다.

그 뿐 아니라, 해녀 21명은 또한 이날 전라남도지사 앞으로 수산자원관리수면 지정이 관련 법을 어겼다며 지정 승인을 철회해달라는 진정까지 내기에 이르렀다.

해녀들은 자신들을 쫓아 내기 위해 해상폭력을 가한 이들을 고소하고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점을 지목하며 어업분쟁이 있는 경우 지정이 돼선 안 되는 경우에 해당해 이 법에 저촉한다는 것이다.

잠수기 어선 측이 지난해 11월 중순 장흥군 회진면 신상 신덕 어촌계 앞 해상에서 어린 새조개 남획을 못하게 자망업체가 설치한 그물을 마구잡이로 훼손하고 있다.

이해순 대표 외 20명이 낸 진정서에서 해녀들은 수산자원관리법 제48조, 수산자원관리법 시행령 제32조, 수산자원관리법 시행세칙 제39를 적시하고 나섰다.

그러면서 “전라남도지사는 이 규정을 위반한 채 수산자원관리수면 지정에 나선 만큼 해제하는 게 마땅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해녀들은 특히 현재 신상마을 앞 관리수면 119ha에는 10cm 정도 되는 엄청난 양의 키조개와 새조개들이 같이 혼합해 서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바로 그런 까닭에 전남도 및 장흥군 측 수산자원량 조사 역시 믿을 수 없기에 이번에 지정한 수산자원관리승인 처분이 부당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전남도가 앞으로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어림잡아 100억 원대로 추정하는 새조개 채취로 장흥 어민 소득을 증대하고 이를 골고루 인근 어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가게 하려던 장흥군 구상은 어긋난 셈이다.

여수 잠수기 수협 측, 어촌계 사이에서 싹튼 어업권 분쟁에 일정 부분 행정처리의 미숙함이 맞물려 이렇게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어민이 다 같이 공생하고 소득 증대에 보탬이 되고자 한 순수한 사업추진이 결국 어업권 분쟁, 어민간 갈등, 지역갈등으로 이어져 답답하다”는 장흥군 실무진의 한숨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