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뽀&탐사] 골프 대중화에 역행하는 ‘퍼블릭 골프장’ 이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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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뽀&탐사] 골프 대중화에 역행하는 ‘퍼블릭 골프장’ 이래서야
코로나19 특수로 2년째 호황 ... 갑질·배짱영업도 버젓이
  • 입력 : 2021. 10.26(화) 14:42
  • 배진희 기자
골프존 카운티 무등산 C.C.
지난 24일 오후 전남 화순읍 소재 골프존 카운티 무등산 골프장 모습
세금 혜택 받는데 이용료는 회원제와 비슷한 편법 운영
법적·제도적 관리·감독 장치 전무...관리·감독 사각지대화
전남도의회, 청와대 ·정부·정당에 서한 보내 대책 촉구도


지난 19일 전남 승주 골프장에서 아이언 티샷하는 골퍼


[프레스존 = 배진희 기자] 지난 24일 전남 강진의 A골프장.

광주의 치과의사 윤모씨는 전날부터 1박2일 골프 모임이 진행 중인 조선대 치과의사 동문 10팀에 하루 늦게 합류했다.

광주 서구 풍암동 집에서 새벽 5시쯤 일어나 자동차로 1시간 20분쯤 달린 끝에 겨우 티오프 시간에 맞출 수 있었다.

서울과 광주를 중심으로 전국에서 모인 동문들이 6시 50분 시작했기에 왁자지껄, 몸은 피곤해도 마음만은 ‘힐링’ , 말 그대로 치유의 시간이었다.

몇 홀 지나지 않아 대기 시간이 길어졌다. 내장한 팀이 많은 까닭에 한 홀 끝나면 그 다음 홀에서 앞 팀이 샷이 끝나고 이동하기를 기다려야 하는 순간이 잦았다.

슬슬 짜증이 날 수 밖에 없는 노릇이다.

기분 좋게 ‘굿-샷’을 외치던 천진함이 이내 사라지고 피곤함이 엄습하기까지, 고통이 밀려드는 느낌에 좋았던 샷의 리듬이 끊기고 말았다.

앞서 지난 23일 골프장들이 몰려 골프 천국이라는 화순의 B 골프장도 비슷한 상황.

9홀을 두 번 도는 18홀 친구들과 조를 나눠 두 팀이 라운딩에 나선 김모씨는 짜증스런 라운딩이었다고 푸념했다.

골프장 측에서 너무 많은 골퍼들을 받은 까닭에 18홀 내내 매홀 대기하며 샷을 하다 보니 경기 시간만 5시간을 훌쩍 넘겼다는 것.

골프장마다 벌어지는, 이러한 ‘풍경 아닌 풍경’은 비단 어제 오늘의 일만이 아니다. 지난해 2월 이후 코로나19가 지속하다보니 해외에서 국내로만 전전하는 골퍼들이 줄을 잇는 현상에서 비롯된 일상이란다.

날씨와 잔디 상태가 골프하기에 딱 좋은 가을철 골프장들은 즐거운 비명을 해대는 격이다. 세계적으로 코로나가 일상화한 덕택(?)이라고나 할까?

‘아닌 밤중에 홍두깨’마냥 사실상 부킹의 전장이 되다시피 한 골프장은 2년째 호황의 연속이란다. 비공식적이기는 한 데 골프업계 수익은 지난해 20% 안팎 성장세를 누렸다. 올해 역시 그보다 훨씬 더 나아졌으면 나아졌지 덜 하지 않다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다.

한국골프레저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골프장 산업은 캐디피 지출액 포함 전체 시장규모가 2020년 7조42억 원으로 전년 대비 18.3% 급증했다고 분석했다.

21년 전인 2000년 1조3천억 원에 머물던 골프장산업의 전체 시장규모는 10년 후인 2010년엔 3조8천500억 원으로 3배가량 급성장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지난해에는 7조 원대로 82% 가까이 급증하며 사상 최대 규모를 자랑하게 됐다.

캐디피 지출액을 빼더라도 골프장산업의 매출액은 지난해 5조6천577억 원으로 2019년보다 19.2% 급증했다.

이 중 퍼블릭(대중제) 골프장의 매출액은 3조4천366억원으로 25.9나 급증하며 사상 최고의 증가율을 기록했다는 소식이다.

물론 퍼블릭 골프장 수가 16곳 늘어난 데다 이용객수가 17.7% 급증한데서 오는 현상이라고 풀이된다.
지난 19일 전남 승주 골프장에서 아이언 티샷하는 골퍼

전문가들은 오는 2025년까지 새로 생겨나는 골프장 수가 53곳에 달하고 코로나19가 완전 종식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수 년 동안 호황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대다수 업종, 자영업자들이 코로나로 영업이 부진한 까닭에 장기간 비명을 지르고 있는 현실과는 전연 딴판인 셈이다.

임대료마저 맞추기가 버거워 종업원을 자르고, 가게 문을 열지도 못하는 업종이 줄을 잇는데 골프장은 정반대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비대면 한다며 종업원 수 줄이고, 오랜 동안 목욕탕 시설 폐쇄하며 비대면 시스템을 가동하고는 있지만 되레 수익은 늘어나는 구조라 여겨진다.

툭 터진 잔디밭을 거닐며 즐기는 실외스포츠 이점으로 골퍼들은 해외 나들이가 막혔으니 국내 골프장으로 몰리는 건 당연지사.

인건비, 운영비는 절감한 반면, 이용요금은 되레 올려도 되니 이런 걸 두고 ‘꿩 먹고 알 먹고’ 라 에둘러 말하지 않나 싶다.

현재 골프장 이용요금은 천차만별. 대개 대중제가 더 싸고, 회원제는 더 비싼 식으로 운영되는 흐름이다.

18홀 정규 코스 중 가장 싼 골프장은 전남 영암에 있는 사우스링스 영암CC. 10월 기준, 1인당 총 이용료(그린피+카트비+캐디피)는 주중 12만원, 주말 15만 5천원.

가장 비싸다는 경남 남해의 한 골프장의 절반 수준. 당연히 실속으로는 1등이다. 캐디가 없고, 카트비가 1만원이라 가능한 단가라고 골프장 운영자 측은 말한다.

전남의 퍼브릭 골프장 몇몇을 살펴보면 들쑥날쑥, 가격 매기는 기준 또한 모호하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화순의 C 골프장은 주중 그린피 10만원~13만5천원, 주말 16만원~17만원, 캐디피 13만원, 카트비 8만원을 적용하면 1인당 16만원~23만원으로 비용이 올라간다. 그늘집 음식까지 더하면 1인당 2~3만원 추가된다.

무안의 D골프장은 이용요금은 카트비 포함 주중 10만원~11만원, 주말(공휴일) 14만5천원 선이다.
파3 코스에서 샷하는 한 여성 골퍼

전국의 체인점처럼 운영하는 순천의 E골프장은 주중 그린피 9만원~11만원, 주말(공휴일) 14만5천원~15만원. 팀당 캐디피와 카트비는 다른 골프장과 동일한 요금을 적용한다.

1박2일 숙박에 조식까지 곁들인 36홀 패키지 골프상품은 더 심한 편이다.

여수의 F골프장은 36홀 기준 주중 18만7천원, 주말(공휴일) 28만8천원이면 비교적 싼 값에 이용이 가능하다.

반면, 바다를 낀 조망이 최고라는 여수의 G골프장은 두세 배가량 더 들어간다. 주중엔 51만2천원이면 골프를 36홀 도는데 주말(공휴일)엔 63만5천을 내야 하니 서민들은 엄두를 내지 못할 판이다.

골프 애호가들은 대규모 해양관광단지를 추진 중인 회사 측이 골프장 이용료를 너무 비싼 값에 책정했다며 볼 멘 소리들이 적지 않다.

얼추 잡아도 집에서 골프장을 오가는 이동, 라운딩 시간까지 합하면 무려 7시간 이상 소요되는 골프 한 번 하느라 드는 비용이 이래저래 만만치 않다.

사정이 이렇다면 코로나19 특수를 입고 있는 골프장들이 비대면 서비스를 한답시고 들이는 비용마저 골퍼가 부담하는 식이어선 안 된다.

일부 퍼블릭 골프장들이 최근 2년 동안 국내에 머무는 골퍼들의 폭발적 수요에 편승한 나머지 슬그머니 이용요금을 올리거나 폭리를 취하는 것 아닌지 꼼꼼히 따져야 할 시점이다.

더욱이 이용료는 오르고, 서비스는 떨어지고, 잔디 관리의 미비와 캐디의 자질과 역량 부족이 겹치며 전반적으로 골프장 품질이 나아지지 않는다면야 앞으로 더더욱 개선이 절실하지 않나 싶다.

정부와 지자체는 특히 골프대중화에 역행하는 퍼블릭 골프장에 대해 감독을 게을리 해선 곤란하다.

세금 혜택을 받은 만큼 이용요금을 인하하기는커녕 오히려 코로나특수에 편승한 요금 인상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

이를 통해 폭리를 취했으면 국세청은 신속한 조사에 나서 적발 시 추징세금으로 철퇴를 가해야 마땅하지 않겠는가?

대다수 골퍼들은 이렇게 반응하고 있다.

열에 아홉 명은 “퍼블릭 골프장들이 막대한 세금 혜택을 받고 있지만 그린피는 회원제 못지않게 비싸게 받는 영업행태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비판한다.

혹자는 이들 골프장에 대한 세금혜택을 아예 없애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지난 10월 18일 전라남도의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대중제 골프장 갑질 방지대책을 촉구하는 장세일 전남도의원.

이런 가운데 전라남도의회는 최근 ‘골프장 갑질·횡포 방지 대책 촉구 건의안’을 채택해 청와대와 정부, 각 정당 대표에 전달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영광 출신 장세일 전남도의원은 지난 5일 열린 임시회 본회의에서 대표 발의한 이 건의안은 ‘코로나19 특수’를 누리고 있는 골프장들의 갑질 횡포가 날로 심해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그러면서, 골프장을 관리·감독할 법적·제도적 장치 설정과 더불어 골프장 관리·운영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라는 내용을 담았다.

장 의원은 이 건의안에서 “국내 259개 회원제·대중제 골프장의 2020년 영업이익률(제주 제외)이 31.8%로 2019년보다 9.3% 포인트 상승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호황에도 불구, 골프장의 횡포가 도를 넘고 있다는 원성이 빗발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회원제보다 세금을 적게 내는 대중제(퍼블릭) 골프장의 경우 요금이 회원제 골프장과 그린피가 비슷하거나 더 비싸고, 무엇보다 엿가락 대기 시간 등 서비스 질이 떨어져 결국 사주들의 배만 불리고 있는 형국”이라고 성토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골프장들의 갑질, 배짱 영업을 관리·감독할 법적 제도적 장치가 전무하다는 점이다. 배부터 채우고 보자는 식으로 슬그머니 편법 운영을 하거나 이용료를 인상하는 횡포에도 정부 또는 행정기관에서 이를 마땅히 제재할 방안이 없다는 점이다.

앞으로 실질적 해결 방안이라면 이런 쪽으로 모아져야 한다.

국민을 위한 진정한 골프대중화를 위해서는 ‘무늬만 대중제’인 골프장을 규제하기 위한 통제 장치를 정부에서 마련해야 한다는 데로 귀결된다.

이를테면 대중제 골프장이 정책 방향 설정에 부합하도록 대중제 골프장 이용요금 심의위원회 구성하는 게 마땅하다.

더불어 골프장 내장객 팀 간 티오프 시간 준수, 캐디 인권보호, 잔류 농약 검사 강화에 이르기까지 현실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일본처럼 골프장 산업이 불황기로 접어드는 과정에서 수많은 골프장이 도산하거나 폐업하는 일이 오는 우를 되풀이하지 않아야 할 터다.

국내 골프산업도 정작 그리 되지 않으려면 골프장-골퍼들이 ‘윈-윈’ 하는 운영시스템과 골프 대중화를 위한 미비점을 손질하고 개선해야 할 때가 바로 지금이다.
배진희 기자 news@presszon.kr     배진희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