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필 시인

■ 디카시를 말하다- 열한 번째 이야기

역설(paradox)은 겉으로는 모순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논리적으로 분석하면 참인 명제나 상황을 말한다. 또 역설은 종종 우리의 상식이나 직관에 반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서 흥미롭고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자세히 생각해 보면 근거가 확실하든지, 깊은 진실을 담고 있는 표현을 뜻한다.

역설은 한 문장 안에 상반된 두 가지의 말이 공존하는 것이다. '찬란한 슬픔'이란 시어에서 슬픔은 우울하고 음침한 의미를 지니는데, 이것을 '찬란하다'라고 표현한 것은 모순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말을 새겨보면, 슬프기는 하지만 절망적인 슬픔이 아니라 그것을 초월하는 아름다운 슬픔이라는 의미를 지니게 된다. 이처럼 역설은 일반적으로 서로 반대 개념을 가진, 혹은 적어도 한 문맥 안에서 함께 사용될 수 없는 말들을 결합시키는 모순 어법 즉 모순 형용을 통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역설(paradox)과 반어(Irony)가 혼동되는 경우가 많은데 역설은 문맥의 모순, 반어는 상황의 모순이다 예를 들어 엄마가 아끼는 그릇을 부쉈을 때 엄마가 나에게 ‘참 잘했다.’ 라고 하는 건 문맥상으로는 문제가 없으나 상황이 모순이다. 그래서 반어다.
반면 ‘진달래꽃에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라는 구절에서 보면 사뿐히는 살살인데 즈려밟고는 강하게를 의미한다. 문맥상 앞뒤가 맞지 않다. 이게 역설이다. ‘소리 없는 아우성’(아우성은 소리치는 건데 소리가 없을 수 없다) 이나 ‘님은 갔지만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갔는데 안 보냈다)등도 이에 속한다.

​이런 역설이 주는 효과가 다양하다. 전하고자 하는 바를 인상적으로 나타낼 수 있고 읽는 사람에게 참신함을 주면서 그 속에 담긴 의미를 깊이 생각해 보게 한다. 또한 논리적 모순을 담고 있어 청자나 독자의 주의를 끌면서 일상적 생각이나 상식을 파괴하여 보다 효과적으로 주제를 강조할 수 있다.

그러면 사진과 결합하여 짧은 언술을 사용하는 디카시에서 역설이 주는 효과는 어떠한가?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5행 이내의 글로 압축하는 과정에서 생성된 찰나의 메시지가 시각적 효과와 맞물려 나타내고자 하는 주제가 다른 장르보다 더 뚜렷이 전달 될 수 있기에 디카시 속에 나타난 역설(paradox)은 위에 언급된 역설의 심층적 효과 기능인 인상적이면서 효과적인 주제 전달에 잘 부합된다 하겠다. 디카시도 언어의 조탁을 통해 독자에게 짧은 시문 안에서 강함 인상을 남길 수 있기에 역설이 주는 묘미도 무시 할 수 없다. / 참고 자료 [네이버 백과]


[디카시 감상]

연금 상태



너무 예쁜 것도 죄가 됩니다
제 코가 높아 세상이 달라질 거라고
크레오파트라의 야심을 경계합니다
숨이 차올라 가슴이 터질 것 같아요
벌도 나비도 오지 않습니다

강영준


내가 기억하는 이별



따스함이 평범한 일상일 때
헤어짐은 사치였다
멀어져가는 뒷모습
붙잡지 못했다
길목에서 울다

조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