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후 마스크를 쓰고 이순자 씨와 법정에 들어서는 전두환 전 대통령

고 조비오 신부 '거짓말쟁이' .. 의견표명 아닌 사실적시
재판부, "헬기사격 증인 16명 중 8명 증언 신빙성" 판단

[프레스존]40년 전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도청 앞 상공에서 헬기사격을 부인한 전두환 대통령(89)이 줄곧 이 사실을 주장해온 고 조비오 신부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소송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광주지방법원 형사8단독 김정훈 부장판사는 30일 오후 201호 형사대법정에서 지난달 징역 1년6월을 검찰이 구형한 전 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날 “고 조비오 신부를 가면을 쓴 사탄, 거짓말쟁이라고 한 것은 단순한 의견표명이 아닌 사실을 적시한 것”이라며 사자명예훼손의 유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또한 지난 2년6개월에 걸친 소송과정에서 5.18 기간 헬기사격을 부인해 온 전 씨의 주장에 대해서도 “1980년 5월 21일 헬기사격 관련 각종 기록과 이를 증언한 16명 가운데 8명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인정해 이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1980년 5월 21일 도청 앞 상공을 돌며 시민을 향해 사격한 것으로 인정된 계엄군의 헬기

전두환 씨에 대한 엄벌과 사과를 촉구하는 시민사회단체 행렬

전두환 감옥 퍼포먼스 장면

30일 오후 전두환씨 선고재판을 앞두고 경찰이 출입을 차단하고 있는 법원 정문앞 긴장된 모습

사자명예훼손죄의 법정형 기준은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전 씨는 이미 민사소송에서도 유죄를 받아 이번 형사소송에서도 유죄 가능성이 높았다.

전씨는 2017년 4월 펴낸 회고록에서 1080년 5월 21일 계엄군이 헬기 사격한 것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조비오 신부를 ‘가면 쓴 사탄’이라거나 '신부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해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5·18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피고인이 고통받아온 많은 국민들에게 진심으로 사죄하고 용서받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씨는 재판 도중 시종일관 꾸벅꾸벅 조는 모습을 보였으며 끝내 아무런 사과도 하지 않은 채 광주법정을 빠져 나와 오월단체 및 시민사회단체의 야유와 규탄을 뒤로한 채 유유히 서울 연희동 자택을 향해 떠났다.

전두환 씨 선고가 예정된 광주지방법원 주변은 돌발적 시위 상황을 염려한데다 코로나 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1.5단계 조치로 수많은 경찰이 법원 출입을 차단했다.

이와 함께 재판이 시작되기 한 시간 전과 재판이 끝난 후 전두환씨에 대한 엄중한 처벌과 사죄를 촉구하는 오월단체와 시민사회단체측 퍼포먼스가 개최됐으나 별 다른 불상사 없이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