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덕 칼럼] 빨간 불 켜진 내년도 컨테이너 물동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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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덕 칼럼] 빨간 불 켜진 내년도 컨테이너 물동량
김현덕 순천대학교 교수·여수광양항만공사 항만위원장
  • 입력 : 2022. 12.20(화) 11:12
  • 배진희 기자
김현덕 순천대 교수
‘컨테이너’는 세계 경제를 연결하는 물류 혁명의 아이콘
새해엔 세계 경제 정상화로 컨테이너가 세계화 촉진하길



미국 최대 항만인 로스앤젤레스(LA) 항만에서 처리한 컨테이너 물량이 지난해 10월 대비 25%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내 소비가 급감한 탓이다. 우리나라에서 처리한 컨테이너 물동량 역시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주요국의 긴축정책에 따른 경제성장 둔화의 영향으로 2021년 3분기 741만TEU 대비 5.5% 감소한 700만TEU를 처리했다. 컨테이너 감소는 비단 우리나라,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고 세계적인 현상이다. ‘Container Trade Statistics’에 따르면, 9월 전 세계 컨테이너 물동량은 8.6% 감소했다.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는 중국의 제조업 경기 위축이 예상보다 크다.

경기 부진에 따른 물동량 감소로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 (SCFI)는 26주 연속 내림세다. 12월 16일 기준 1123.29이다. 코로나19 감염이 한창이던 2020년 8월 14일 1167.91을 기록한 이후로 약 2년 4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이다. 올 1월 사상 첫 5100선을 넘었으니 그때와 비교하면 무려 75% 이상이나 빠진 셈이다. 해상운임은 이제 ‘1000선’이 깨질 위기에 처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선박 공급 과잉 우려까지 복합 악재로 작용하면서 내년 해운 시황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이제 세계 경제는 ‘컨테이너가 너무 많다’라는 공급 과잉을 우려해야 하는 처지에 직면하였다. 현재 컨테이너선의 신조 발주 재고는 대략 740만 TEU에 달한다. 이는 전체 선복량의 약 29%에 해당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향후 이 선박 물량이 본격적으로 시장에 나오게 되면, 수급 불균형 문제를 심화하여 해상운임 하방 압박은 더 가중될 전망이다. 앞으로도 컨테이너 해운시장은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고금리 여파로 인한 소비 위축으로 물동량이 전반적으로 위축되고 둔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영국 해운조사기관 ‘드류리(Drewry)’는 글로벌 해운선사들이 컨테이너 신조 발주를 하지 않거나 의도적으로 폐기함으로써 인위적인 ‘선박 공급량’ 통제에 들어갈 것으로 예측했다. 또한, 2023년 컨테이너 용량은 2022년의 5080만TEU 대비 약 3% 감소한 4930만 TEU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매년 증가세를 보여 오던 컨테이너 용량이 감소하는 것은 세계 금융위기 직후였던 2009년 이후로는 처음이다. 미국(미국 우선주의), 유럽연합(단호한 통상정책) 그리고 중국의 보호무역 강화도 컨테이너 물동량 성장세에 부정적 요인으로 다가오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지금까지 ‘컨테이너’는 세계 경제를 연결하는 물류 혁명의 아이콘이었다. 오죽했으면 ‘더박스’의 저자 마크레빈슨은 세계를 최초로 연결한 건 인터넷이 아니라 ‘컨테이너’였다고 했을까. 컨테이너는 물류 혁명의 견인차 그 이상이었다. 컨테이너를 통해 완제품뿐만 아니라 부품 또는 원료도 활발하게 이동하게 되었고 국경을 넘나드는 교역이 급증하였다. 게다가 우리나라처럼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간고리 역할을 하는 나라에서 컨테이너의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컨테이너가 무역과 통상에 혁명적 변화를 일으킨 사실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런 ‘컨테이너’에 적신호가 켜졌다. 특히, 우리나라는 원자재 수출국에서 원료를 수입하여 가공한 뒤, 완제품을 소비국으로 수출하는 중간 경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또한, 중국 등에서 수입한 중간재가 가공되어 거쳐 가는 채널 역할도 한다. 따라서, 지역경제 나아가 국가의 흥망성쇠가 세계를 연결하는 컨테이너에 달려있다고 과언이 아니다. 새해에는 세계 경제가 정상화되어 세계 경제 혁신의 아이콘이자 세계화의 촉진제인 컨테이너가 전 세계를 활발하게 연결하길 기대해 본다.


/순천대학교 교수·여수광양항만공사 항만위원장
배진희 기자 news@presszon.kr     배진희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