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선 교수

인류가 기후와 환경변화에 지배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간주되는 ‘인류세’ 시대에, 기후변화는 인간 삶과 관련된 모든 영역에서 반드시 고려되어야 할 상수가 되어가고 있다. 온실가스(GHG)배출이 이런 기후변화의 주요 요인임이 과학적으로 입증되어, 국제사회뿐만 아니라 주요국들은 탈탄소화 정책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이런 흐름은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1, 2015)에서 채택된 파리협정으로 촉발되었다. 이 협정은 탄소배출의 직접 당사자만 규제하는 인식에서 벗어나, 간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책임과 의무 대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규정하였다.

이런 패러다임 전환은 기후변화 대응에서 금융기관의 지속가능한 환경 조성을 위한 책임과 역할의 중요성을 부각시켰다. 일찍이 1998년 170여개 다국적 기업연합체, 시민단체(NGOs)와 정부기관들이 협력하여 GHG프로토콜 이니셔티브를 결성하고, 2001년 국제적으로 인정된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에 관한 표준인 ‘GHG 프로토콜’을 제시하였다. 이것은 온실가스 배출원을 3가지 유형(scope1, 2, 3)으로 구분한다. ‘유형 1’은 기업이 소유·관리하는 사업장에서 직접 배출되는 온실가스, ‘유형 2’는 기업이 외부로부터 구매한 에너지를 사용하여 간접 배출되는 온실가스, ‘유형 3’은 유형 1과 유형 2를 제외한 가치사슬(Value Chain) 전체에서 기업활동과 연관되어 간접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의미한다. ‘유형 3’은 금융기관의 투자활동으로 인해 간접적으로 발생되는 온실가스 배출량인 금융배출량을 포함한다. 따라서 금융배출량이 기타산업의 직접 배출량보다 상대적으로 많아 비금융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이런 흐름을 반영하여 한국 포함 전 세계 약 140개국이 도입하고 있는 국제회계기준을 제정하는 비영리 국제기구인 국제회계기준(IFRS)재단은 2023년 산하기구인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를 통해 지속가능성 공시기준인 일반정보 공시(S1)에 기후정보공시(S2)를 부가하는 최종안을 발표하였다. 이에 따라 한국 금융위원회는 2023년 ‘ESG 금융 추진단’을 통해 S2를 2026년 이후부터 의무화하고, 금융기관을 포함하여 자산규모가 2조원 이상인 대형 상장사부터 단계적으로 도입할 예정이다. 이제 국내외적으로 탈탄소화 실현수단으로서 금융이 핵심적 이슈이며, 선박금융도 기후관련 요소를 회계기준에 반영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국제해사기구(IMO)는 2050년까지 선박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8년 대비 50% 감축할 것을 요구하는 ‘IMO 선박 온실가스 감축 초기전략’을 발표하였다. 선박금융을 실시하는 11개 금융기관은 IMO 초기전략 목표에 동의하고, 2019년 금융기관이 해운업계 대출을 결정할 때 기후변화 변수를 고려하도록 한 ‘포세이돈 원칙’을 수립하였다. 특정 산업부문의 탈탄소화를 위해 최초로 금융기관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2023년 10월 기준으로 34개 기관이 서명했으나 한국은 아직 참여하지 않고 있다. 이 기관들은 IMO 초기전략의 탈탄소화 궤적을 기준선으로 매년 자사 금융활동에 대한 기후일치도를 공개하고 있다. 해운산업은 선박 건조, 용선계약 체결 등 대규모 초기 투자가 이루어지므로, 국제해운 탈탄소화 실현을 위한 금융기관의 역할은 더욱 부각될 것이다. 앞으로 금융기관이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산업에 지속적으로 대출과 투자할 경우 장기적으로 자산 가치가 하락하게 되어 금융기관의 자기자본비율은 줄어들게 되며, 고탄소산업과 관련된 자산비중이 높은 금융기관일수록 건전성은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해운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 기후변화에 따른 선박금융 포트폴리오 관리가 필요하다.

각국은 탈탄소화 목표로 다양한 기후변화 대응 및 산업정책을 추진하고, 국가 간 탄소 누출을 방지하고, 글로벌 탄소배출량을 줄이고자 기후변화와 금융기관을 연계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대외환경 변화는 수출 중심과 탄소 다배출 산업구조를 갖는 한국경제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이다. 기후변화와 금융환경변화의 영향을 이해하고 이에 대한 대응책을 선제적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