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카시를 말하다

다섯 번째 이야기 - 디카시에서의 사유

예술과 문학은 미학을​ 표현하는 주요 매체 중 하나로서 자리 잡고 있다. 미술은 그림, 조각, 건축 등의 형태로 미의 본질을 전달하며, 문학은 언어를 통해 아름다움을 탐구하고 표현한다. 예술과 문학 못지않게 철학에서도 그것은 중요한 주제이다. 실존주의 철학은 아름다움에 대한 고찰을 통해 존재의 의미와 가치를 탐구한다.

사유란 이처럼 존재의 의미와 가치를 탐구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것이다. 데카르트와 칸트의 ‘나는 사유한다’에서처럼 인식 혹은 객관적 현실의 절대적 원리이며 그러한 사실의 자기의식 즉 ‘사유의 사유’가 바로 철학의 축이다.

그런 철학의 미적사유는 특히 언어로 표현되는 문학 작업에 있어서도 중요한 한 부분을 차지한다. 주제에 대하여 너무 개념적이고 관념적인 이야기를 쓴다거나 남의 생각을 인용하는데 익숙하여 생각 없는 글을 쓰는 것은 지양해야한다. 다시 말하면 자신의 생각을 자신의 글로 쓰면서 글로써 생각하고 글에 담긴 생각을 서로 공유하는 것이야 말로 언어적 참 사유의 중요한 맥락이다.

일반 문자시에서는 사물(대상물)의 미묘한 특성을 문자로 표현한다. 하지만, 디카시는 순간 포착한 시적 형상을 사진으로 캡쳐하여 문자로 다시 옮기는 과정을 거쳐서 재현하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디카시는 시인과 관계에서 작품과 구분하기 힘들다. 대상이 시인이고 시인이 대상으로 하나가 된다. 사물은 시인을 통해서 말하고 시인은 사물을 통해서 말하는 경지다. 마찬가지로 사물을 통해 포착된 철학적 메시지와 시인이 표현하려고 하는 철학적 사유도 상호 보완적인 관계로 독자에게 투영되는 것이다.

다양한 형태의 디카시에서 누구나 찍고 쓸 수 있는 고정된 대상이나 현상, 꽃이나 자연들을 그대로 서술하는 작품으로 그치는 게 아니다. 나아가, 사진과 의미를 한 축으로 연결하는 이런 시인의 철학적 진술이 있다면 또 다른 아름다움을 배가 할 수 있다. 디카시는 특히 시인의 사상과 정서를 형상화하여 매우 압축적이고 절제된 언어로 표현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언어적 사유를 동반한 작품이 디카시 문학의 미학을 확장하는데 한 축을 담당해가고 있음을 부인 할 수 없다.


[디카시 감상]

호수위의 서사


붓을 든 바람의 흘림체
한 획 두 획 거듭할수록
그림이 피고 이야기가 되고
나도 꽃 터트리고 싶은 봄

- 김성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