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웅인 / 삼성한의원 원장

凝淸閣賦雪
응청각부설

응청각에서 눈을 읊다.

-오도일(吳道一, 1645 ~ 1703)

迷空飛屑勢紛拏*
미공비설세분나*

아득한 하늘 분분하게 눈 내려

亂撲平鋪遍邇遐
난박평포편이하

어지러이 날리며 여기저기 쌓이네.

江上有峯皆削玉
강상유봉개삭옥

강 위 봉우리는 모두 옥 깍은 듯

檻前無樹不生花
함전무수불생화

난간 나무들은 다들 꽃 피었네.

新春院落梅催信
신춘원락매최신

새 봄 뜰에는 매화 꽃소식 재촉하고

殘夜簾櫳月妬華
잔야염롱월투화

새벽녘 주렴엔 달 화려함 시샘하네.

低唱淺斟宜遺興
저창천짐의유흥

나직한 노래 느린 술잔 적당히 흥 달래가니

枉誇*茶水笑陶家*
왕과*다수소도가*

눈 녹인 물 자랑하던 도곡이 우습구나

* 紛拏(분나) : 어수선하고 소란스러움
撲 : 칠 박
鋪 : 펼 포
遍 : 두루 편
邇 : 가까울 이
遐 : 멀 하
斟 : 술잔 짐
* 枉誇(왕과) : 요란스럽게 허풍을 떨다
* 陶家(도가) : 도곡(陶穀)의 첩은 원래 당진(黨進)의 집 시희(侍姬)였는데, 뒤에 도곡의 첩이 되었다. 어느 날 눈이 내리자 도곡이 그 첩을 시켜 "눈 녹인 물로 차를 다리라", "당진의 집안에도 그러한 풍류가 있느냐"고 물으니 “그들 녹록한 위인들이 그러한 풍류를 알겠습니까? 다만 금색으로 장식한 장막 아래서 술 넌지시 부어놓고 낮은 소리로 노래하며 좋은 양고주(羊羔酒)나 마시는 것이지요” 하고 대답하자 도곡이 심히 부끄러워했다는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