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시로 여는 아침] 공중의 집 - 장미자 |2022. 07.28

저녁 설핏한 허공에 밭 가는 거미 하나 빈이랑 시쳐서 무슨 소식 기다리나 쟁기질에 허기진 배 한 점 까만 우주 멍울 - 장미자 ♤시작노트 해질 녘 베란다 공간에 거미 한 마리 밭이랑 거미줄 치다 말고 허기진 배 추스리고 있다 하루살이 날벌레 기다리는 초조함에도 비열하게 …
[디카시로 여는 아침] 여름의 바다 - 김형순 |2022. 07.26

청춘들이 익어간다 청포도 익어가듯 흰 접시꽃 씻어내며 쌍쌍파티 출렁출렁 푸른 물결 부른다 - 김형순 ♤ 시작노트 젊음의 바다 흰 접시꽃 달빛 내린 바다로 가자 그리스신화 거품의 신 아프로디테가 유영한다 땡볕의 온도가 더 오르기 전 지글지글 매미소리 들리기 전에…
[디카시로 여는 아침] 쪽배 - 이도영 |2022. 07.21

가시연 쪽배를 타고 바람 많은 하늘 올려다보니 흰 구름이 내게 속삭인다 인생별 것 아닌 번뇌였다고 실바람도 두둥실 이내 마음 춤을 춘다. - 이도영 ♤시작노트 가시연 쪽배를 타고 물새도 애닯히 우는 백마강으로 노 저어 가고프다. 이토록 지엄하고 웅장한 자연의 신비에 …
[디카시로 여는 아침] 느러지 타령 - 김성룡 |2022. 07.19

남도 삼 백리 곡창을 젖 물리다가 한반도가 물돌이 하는 굽이쯤에 곡강이 굴풋한 허리띠를 풀어 이화주 홍어삼합에 뱃구레를 채우네 _ 김성룡 ♤시작노트 한 방울에서 비롯한 물의 여정이 이렇듯 굽이지는 곡강을 이룬다거나 해진 뱃구레 두드리며 장도의 노고를 다독다독 맞장구에 ‘…
[디카시로 여는 아침] 희생 - 김방순 |2022. 07.14

누가 미워할 수 있을까 누가 손사래 칠 수 있을까 억척같이 살아온 저 시간들을 _ 김방순 ♤시작노트 삶을 살아가느라 닳고 닳아 거칠어진 손이다 슬픔과 아픔을 견뎌내느라 뼈마디가 굵어진 손이다. 믿음과 사랑으로 꼭 해야 할 일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더욱 강해진다 갈퀴같…
[디카시로 여는 아침] 너에게 가는 길 - 손덕순 |2022. 07.12

수만 번의 고뇌와 동굴 같은 어둠을 지나면서도 너에게 닿을 수 있을 거라는 믿음 하나로 걷고 또 걸었다 _ 노을 손덕순 ♤ 시작노트 너에게 닿는 길은 나에게 닿는 길이기도 하다. 너에게 가는 길은 쉬운 듯하지만 한편으론 많은 문을 통과해야 만이 이를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디카시로 여는 아침] 옹이 - 이연례 |2022. 07.07

얼마나 많은 낮과 밤 고통으로 지새웠을까 아픔의 증거 응어리로 매달고 오늘도 고달픈 하루 묵묵히 견뎌낸다 이연례 ♤시작노트 골목길 담에 서 있는 오래된 나무를 보고 가슴이 아팠다 아픈 사람의 가슴 속에 저런 상처가 쌓이지 않았을까 오랜 세월을 살아낸 사람이나 나무나…
[디카시로 여는 아침] 호수의 절명 - 강만 |2022. 07.05

인간이 주는 독배를 마시고 그는 서서히 죽어갔다 녹색 피를 쏟으며 지구의 종말이 보인다. ㅡ강만 ♤시작 노트 맑고 아름다웠던 호수가 오염되어 물이 썩어가고 있다. 우리는 자연의 경고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이대로 방치한다면 마침내는 인류와 공멸할 것이다. [무등…
[디카시로 여는 아침] 소소한 날 - 김태은 |2022. 07.01

신발들이 모여 수다를 떤다 이게 얼마 만이지 하하 호호 시끌벅적 아~~사는 게 이런 거구나 김태은 ♤시작노트 만나야 할 사람을 못 보고 숨막히는 시간 평범한 일상들이 멈춰 버린 날들 영화에서 본 현실이 실제로 일어났다. 단절된 시간이 조금씩 풀릴 무렵 나도 그들의 행렬에 동…
[디카시로 여는 아침] 화해의 숲속에서 - 신옥비 |2022. 06.30

갈등의 곁가지 잘라내고 오롯이 한 곳만 바라보며 끝없이 던지는 한마디 나는 누구인가. 신옥비 ♤시작노트 서로 적당한 간격을 두고 끊임없이 자신을 성찰하는 듯 소나무 모습에서 닮고 싶은 페르소나를 본다. 갈등과 대립의 풍토에서 흔들림 없이 가는 길 마주하는 유혹의 손…
[디카시로 여는 아침] 홀로 고고 하여라 - 기정남 |2022. 06.28

진흙 속 까만 물에 마음을 씻고 켜켜이 쌓아놓은 꽃잎 속에 씨방이 지엄하게 앉아있다 뙤약볕 몰아쳐도 고귀한 자태는 해탈을 맞이하는 수도승을 닮았도다 기정남 ♤시작노트 이슬이 채 가시기도 전 이른 아침 무안 백련지는 마음 정화 그 자체였다 고뇌, 속박으로부터 해방된 수도승…
[디카시로 여는 아침] 여로(旅路) - 이기종 |2022. 06.23

가도 가도 끝이 없는 길 어딜 그리 바삐 가시나 세상살이 엇비슷하니 여기 잠시 머물러 쉬어 간들 또 어떠리 이기종 ♤시작노트 함께 걷는 걸 좋아합니다. 산 좋고 물 좋은 곳을 찾아다닙니다. 다니다 보니 자연 풍광이야 어딜 가나 비슷해서 별반 새롭지 않습니다. 오히려…
[디카시] 격포 - 임린 |2022. 06.21

바위의 가슴 동굴로 패인 애증의 상처 갈매기 안타까워 멀리 날고 빈 바람 내 맘 다독이듯 만지고 가지 임린 ♤시작노트 격포에 가면 옷무새를 가다듬는다 오랜 세월 인간의 희노애락을 가볍게 흘려보내지 않고 촘촘히 기록해 쌓아둔 채석강이 있고 바다를 생계 수단으로 삶을 조율…
[디카시] ‘비경’ - 김형순 |2022. 06.16

​하늘의 별과 달바람이 놀러왔다 마음의 고요 찾아 한숨 잔다 세상은 다시 열리고 경건이 새 아침을 맞이한다 김형순 ♤ 시작노트 힘들어 끝이 보이지 않을 때 비상구를 찾아 탈출했다 처음 본 순간 바라만 보아도 마음은 다른 세상 속으로 스며 설레는 마음 감출 수가 없었다…
[디카시] ‘같이 또 따로’ - 조형연 |2022. 06.14

서로 다른 시선도 존중하는 우리는 짝꿍 생각은 달라도 같이 있는 이 순간 행복해 ♤시작노트 순간 촬영, 순간 언술의 디카시 매력을 포착한 순간 “바로 이거야‘ 단숨에 길어 올렸다. 나도 모르게 회심의 미소가 스쳐갔다. 올림픽 공원에서 함께 있는 까치떼를 보며 시선은 달라도…
[디카시] 숲 멍때리기 - 김태은 |2022. 06.09

일상을 뒤로한 채 일탈의 주파수를 맞추고 거침없이 나아갔다 바람을 이는 소리가 내 온몸을 흔들며 묵은 각질을 벗겨 주네 김태은 ♤시작 노트 계획 없는 발걸음이 참 좋다. 마음 가는 대로 걸어서 플라타너스 숲속에서 하늘을 보니 파란 하늘이 활짝 웃으며 반겨준다. 내 마음에 …
[디카시] 아름다운 동행 - 김혜숙 |2022. 06.07

허리 휜 노부부 주름진 손을 꼬옥 잡고 타는 노을 속을 걸어간다 그림자가 길다 ♤ 시작노트 혼자가 아닌 둘이 가는 인생행로에서 비춰진 몸짓. 삶의 궤적이 평탄치만은 않다는 것을 가르쳐주는 듯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인 소나무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에 석양도 경의를 표하는 듯하…
[디카시] 숙면 - 손덕순 |2022. 06.04

허락도 없이 주인도 없는 집에서 나도 모르게 잠에 취했어 꽃잎을 베고 꽃바람이 전해준 향기를 안고 - 노을 손덕순 ♤시작노트 베란다 창문을 열었는데 장미 꽃잎에 청개구리 한 마리 단잠에 취해 있다. 주인은 청개구리의 단잠을 방해할까 하여 조심스럽게 꽃 이불을 덮어준다. 녀…
[디카시] 신록의 비상 - 김성룡 |2022. 06.01

초록 융단의 틈새를 비집고 한 떨기 돋을 꽃무늬를 새긴다 청풍에 출렁거리듯 동색의 음영을 활짝 펼치며 공중제비하고 싶은 녹음 양탄자 ​ ​♤ 시작 노트 ​ 바야흐로 신록의 계절이다. 꽃보다 아름다운 녹음의 향연이다 각기 다른 음영의 어울림 만으로 녹색 …
[디카시] 부처 가라사대 - 강만 |2022. 05.31

불자여 내 이 옷을 팔아 굶주린 중생들을 구제하여라 황금 옷을 입고 그들 보기가 부끄럽구나 ♤시작 노트 지난 초파일 날 절을 찾아갔다 제단 쪽에 으리번쩍한 황금 옷을 입고 부처가 앉아 계셨다 무소유를 설파하신 부처가 민망하여 자꾸 나에게 무슨 말씀을 하시는 듯 보였다. [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