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병화 칼럼] 2년마다 바뀌는 국회의원·단체장 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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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병화 칼럼] 2년마다 바뀌는 국회의원·단체장 처지
  • 입력 : 2022. 04.11(월) 16:04
  • 배진희 기자
배병화 프레스존 발행인/법학박사
같은 지역에서 국회의원과 자치단체장 사이는 매우 중요하다. 서로 사이가 좋아야 지역이 협력 체계를 맺어 발전의 동력을 얻을 수 있다. 그런데 겉으로 보기엔 공생 관계인 듯싶지만 실상은 다르다. 2년 마다 찾아오는 국회의원총선과 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처지가 바뀌면 그 실체가 드러나기 십상이다. 한 번은 국회의원이, 그 다음 번은 단체장이 서로에게 도움을 받아야 하는 선거 특성상 공생 혹은 경쟁 모드로 돌입하는 까닭에서다.

때론 공생, 때론 경쟁

먼저, 지방선거에선 국회의원이 사실상 갑의 입장이다. 앞선 2년 동안 단체장의 생각이나 행보가 자신의 이해관계에 맞아 떨어지면 협력관계가 유지된다. 그렇지 않으면 않을수록 갈등과 내연을 되풀이하다 돌이킬 수 없는 사이로 멀어지고 만다. 이럴수록 국회의원은 사실상 정당 추천권을 쥐락펴락, 자신의 힘으로 민심을 조정할 수 있다는 망상을 품고 허세를 부리게 된다.

다음, 국회의원 선거에선 입장과 처지가 바뀌어 단체장이 갑의 입장에 선다. 2년 동안 단체장이 쌓아온 각종 조직이, 그 것이 공조직이든 사조직이든, 힘을 발휘할 수 있기에 국회의원은 단체장이 가진 조직에 도움을 받으려 듦은 인지상정의 이치다. 혹시라도 과거 선거에서 국회의원의 갑질에 맺힌 게 있는 단체장이라면 그 앙갚음에 나서려 하는 것 역시 그런 관점에서 가능하리라 본다. 역대 총선과 지방선거를 들여다보면 이런 경우는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총선·지선서 갑·을 시소게임

특히 지방의회와 지역구를 특정정당이 일당체제로 장악하거나 지배하는 지역일수록 ‘갑과 을의 시소게임’을 연출하곤 한다. 일예로 호남에선 총선과 지방선거는 본선보다 예선이 더 중요한 관문이다. 특정정당의 공천 경쟁에서 승리하면 본선에서 당선은 ‘떼어 놓은 당상’ 격이다. 그래서 일부 국회의원은 통상 지역의 최고 통치권자인양 거드름을 피우려 든다. 일부 단체장 역시 그런 범주에 속하는 부류들이 적지 않아 보인다.

광주광역시 인근의 어떤 지역 군수 선거를 앞두고 한 국회의원은 10여 년 전 군수 공천과정에 깊숙이 개입해 자신이 민 후보를 내세웠다. 이른바 일반 주민 여론 50%, 권리당원 여론 50%를 반영하는 경선방식에서 정한 규칙(공천 룰)까지 어겨가면서 다크호스로 떠오른 인물을 배제하고 말았다. 그 결과 국회의원이 찍은 군수 당선자는 선거과정에서 돈을 주고받은 위법행위로 구속돼 재판을 받은 결과, 당선무효형을 받아 도중하차해야 했다.

시정 개입·민심 왜곡 유혹도

또 다른 지역 단체장은 2년 전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같은 당 경선에서 다른 후보를 밀었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해 3선 도전을 포기한 사례도 있다. 자신이 밀지 않은 국회의원이 당선된 이후 둘 사이는 돌이킬 수 없는 관계로 바뀌었다. 그 바람에 일찌감치 그 지역에서는 “차기 단체장에 국회의원 쪽 사람이 될 것”이라는 억측이 난무하기도 했다.

앞선 사례의 경우, 순전한 민심은 제쳐두고 국회의원 본인이 그 민심의 흐름을 돌려놓고 말겠다는 오만함이 빚은 정치권 참사에 다름없다. 지역에 엄청난 상처를 주고, 지역발전의 퇴행을 불러오고, 또 다시 수십억 원을 들여 군수선거를 치러야 했으니 참으로 한심한 꼴이라 여긴다. 그 여파는 고스란히 2년 후 국회의원 선거에서 그 장본인에겐 부메랑으로 돌아와 낙선의 쓰라림을 맛보았다. 얼마 가지 않아 그 정치인은 주민들로부터 손가락질을 받거나, 그 지역 군정과 지역정치를 제 멋대로 하려다 조용히 사라져간 퇴물 정치인으로 기억되고 있다. 정치인의 말로가 좋지만은 않다는 방증이 아닌가 싶다.

광주전남 곳곳서 공천 잡음

역사는 되풀이된다고, 그런 시도는 전국의 어디서건 자행될 수 있다는 게 더욱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현재 공천 작업이 한창인 광주전남 곳곳에서 벌써부터 이러저런 잡음이 들려오는 건 참으로 안타까운 대목이다. 불과 두 달여 전, 3월 9일 대통령선거에서 져서 정권을 보수진영에 넘긴 정당의 입장에서라면 선거 패배 원인을 정확히 진단한 다음 통렬한 반성에 이어 실천에 옮기는 행보를 보여야 마땅하다. 중앙무대나 지역무대나 “그 선거나 이 선거나”라는 외면 모드 속에, 한 달 보름 남짓 남겨둔 6·1지방선거에서 공천권 행사나 하려드는 자세라면 희망이 없다. 호남의 유권자들이야 자기들 호주머니 안에 공깃돌과도 같다고 여기는 국회의원들로선 선진정치, 풀뿌리 민주주의라는 지방자치의 완성에 이르기 어렵다.

혹시라도 시정에 깊숙이 간여해놓고는 자신만이 옳다고 강변하는 이는 없을까? 동네단체장을 두고 자신의 취향이나 철학에 맞지 않는다고 고깝게 여기는 이는 없을까? 지난 2년 지역현안을 둘러싸고 이래저래 간섭하거나 치적을 쌓지 못하도록 단체장 행보에 제동을 걸어 견제하려 든 이는 없을까? 그래서 이번 선거에서 가만두지 않겠다며, 자신의 입맛에 맞은 이를 단체장 후보로 내세우려 나대는 이는 또 없을까?

바르고 공정한 공천 절실

이런 국회의원, 광주전남에서만큼은 나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겨우 0.73% 차로 대선에 진 데 ‘너무나 아쉽다’는 투로 민심 왜곡에 나서려단 큰 코 다친다. 통절한 반성을 뒤로 한 채 지방선거에 나서려 해선 또다시 낭패를 받을 게 불 보듯 뻔하다. 일당독주에 재미를 보아온 국회의원들, 이제라도 지방자치행정의 깊숙한 개입에서 빠져 나와야 한다. 이번 지방선거에서조차 민심을 왜곡하려 드는 저질 정치행위를 기도하려 한다면 어서 그만두기를 요청한다. ‘민심은 곧 천심’이라 일개 정치인이 그 천심을 이길 수 없으니, 오롯이 민심에 순응하는 게 정의요 공정의 가치라는 점을 깊이 깨달았으면 한다.

배병화 프레스존 대표/법학박사
배진희 기자 news@presszon.kr     배진희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