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웅인 / 삼성한의원 원장

孟夏晦日 對雨有作
맹하매일 대우유작

사월 그믐 비를 바라며 읊다.

-김만기(金萬基, 1633 ~ 1687)

圖書寂寂散匡床
도서적적산광상

책은 넓은 책상
여기저기 널려있고

兀坐支頤棐几光
올좌지이비궤광

턱 괴고 앉았으니
비자 책상 빛나누나.

古篆焚香非俗事
고전분향비속사

전서모양 향 피우기
탈속의 풍경이요

長林送雨作秋凉
장림송우작추량

울창한 숲 비 오니
가을처럼 시원하네.

夢廻茶鼎聞初沸
몽회다정문초비

꿈 깨어 차 솥에
첫물 끓는 소리 듣고

起看棠花洗晩粧
기간당화세만장

곱게 단장한 해당화
일어나 바라보네.

竟夕沈吟無好語
경석침음무호어

저녁 되도록 시 지어도
맘에 드는 구절 없어

陰晴聊付小奚囊*
음청료부소해낭*

맑은 저녁 오로지
작은 해낭 채운다네.

頤 : 턱 이
棐 : 도지개 비
棠 : 팥배나무 당, 해당화
竟 : 다할 경, 끝나다.
奚 : 어찌 해, 어느, 여자종
* 奚囊(해낭) : 당나라 시인 이장길(李張吉)은 놀러 나갈 때에 반드시 아이종[小奚]에게 주머니를 들고 따르게 하여, 시를 짓는 대로 그 주머니에 넣게 하여 집에 돌아올 무렵이면 주머니가 가득 차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