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웅인 / 삼성한의원 원장

春
춘

-許蘭雪軒(1563~1589)
허난설헌

院落深沈杏花雨
원락심침행화우

살구꽃 비 내린 정원
깊은 침묵 잠겨있고

流鸎啼在辛夷塢
유앵제재신이오

목련꽃 핀 언덕엔
흐르는 꾀꼬리 소리.

流蘇羅幕襲春寒
유소라막습춘한

수실 드린 비단 장막
봄추위 스며들고

博山輕飄香一縷
박산경표향일루

박산향로엔 한 가닥
피어나는 향 연기.

美人睡罷理新粧
미인수파리신장

미인은 잠 깨어
새로이 단장하고

香羅寶帶蟠鴛鴦
향라보대반원앙

원앙 곱게 수놓은
비단 띠 두른다네.

斜捲重簾帖翡翠
사권중렴첩비취

겹 발 걷고
비취 휘장 드리우고

懶把銀箏彈鳳凰
나파은쟁탄봉황

가볍게 아쟁 들어
봉황곡을 연주하네.

金勒雕鞍去何處
금륵조안거하처

금 재갈에 안장 얹고
어딜 가셨을까?

多情鸚鵡當窓語
다정앵무당창어

앵무새만 다정하게
창가에서 지저귀네.

草粘戱蝶庭畔迷
초점희접정반미

풀밭 위 날던 나비
뜰 주위 서성이고

花罥遊絲闌外舞
화견유사란외무

꽃에 서린 아지랑이
난간 밖 춤추네.

誰家池館咽笙歌
수가지관인생가

뉘 집 연당에선
생황 소리 들리는데

月照美酒金叵羅
월조미주금파라

달빛은 금잔 속
좋은 술에 비치누나.

愁人獨夜不成寐
수인독야불성매

잠 못 이루는 밤
시름겨워 홀로 지새

曉起鮫綃紅淚多
효기교초홍루다

동틀 녘 손수건엔
피눈물만 가득하네.


※流蘇(류소) : 오색 실로 만들어 깃발이나 가마, 옷 따위에 갖가지 실로 매듭짓게 꼬아 다는 술 .

※博山(박산) : 博山爐(박산로). 중국 산둥성에 있는 보산(博山)의 모양을 본떠서 만든 동제(銅製) 향로(香爐).

※鮫綃(교초) : 전설에서 ‘鲛人’이 생사로 짠 직물. [鲛人(교인) ; 전설에서 남해에 산다는 물고기 모양의 사람. 울면 눈물이 구슬로 된다고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