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덕 칼럼] 지정학 시대의 Sea Power 구축과 해양 패권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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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덕 칼럼] 지정학 시대의 Sea Power 구축과 해양 패권 경쟁
  • 입력 : 2022. 09.26(월) 17:17
  • 배진희 기자
김현덕 순천대 교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세계열강의 패권 구도 속에 ‘지정학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음을 보여준 상징적인 사건으로 볼 수 있다. 지정학의 시대에 서구 열강들이 주목하고 있는 것은 해양 진출과 해양력 팽창이다. 러시아의 침공 또한 해양 진출에 필요한 교두보 확보이자 해양패권 도전과 관련이 깊은 전쟁이다. 중국이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일대일로’의 핵심도 결국은 해양 진출을 통한 패권 도전이다.

중국은 4천년 만에 대륙 국가에서 해양 강국을 꿈꾸고 있다. 러시아는 지리적인 아킬레스건을 극복하기 위해 부동항 등 해상 교통로 확보가 전략적으로 절실한 상황이다. 이처럼, 미국을 비롯한 세계열강은 바다 진출을 통한 해양력 구축과 패권 경쟁을 위해 지정학적 가치와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지정학의 시대의 발판 마련에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알프레드 마한(1890)’은 『The Influence of Sea Power upon History』란 책에서 ‘해양력(Sea Power)’이란 용어를 처음 사용하였다. Sea Power란 ‘해상을 통해 각국과 교역할 수 있는 경제 능력과 교역로를 보호할 수 있는 해군력’이라고 정의하고 ‘강대국이 되려면 일명 Sea Power를 키워야 한다.’고 역설하였다. 단적인 예로 미국이 20세기 초강대국이 된 데에는 알프레드 마한이 강조한 Sea Power 덕분임을 부인할 수 없다. 이후 알프레드 마한의 Sea Power 이론은 영국을 넘어 일본의 패권 도전에도 영향을 끼친다.

알프레드 마한은 Sea Power를 결정짓는 몇 가지 요소를 제시한다. 해양력 구축에 역량을 집중할 수 있는 지리적 위치, 심수항만 보유 등 물리적 환경, 해안선의 길이와 항만의 특성에 부합하는 영토 및 인구 규모, 해양과 관련된 일에 종사하는 인력 규모, 해상 무역 및 상업 지향적인 국민성 그리고 해양력 구축을 일관되게 추진할 수 있는 국가의 능력 등을 결정적 요소로 꼽고 있다.

한편, ‘매킨더’는 ‘유럽의 역사는 유라시아 대륙 즉 Land Power로부터 온 자극 및 압력에 의해 형성된 것’으로 규정한다. 아시아의 위협으로부터 유럽이 문명을 형성하고 이러한 문명을 바탕으로 패권 기반을 형성했다는 것이다. 아시아가 유럽에 미친 영향은 13세기경 몽골의 침략으로 극대화된다. 몽골군은 말의 기동력을 바탕으로 아시아를 넘어 유럽에 이르는 대제국을 건설한다.

제국주의 시대가 도래하고 유럽이 바다를 통해 해외로 세력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해양 패권 다툼은 점차 치열해졌다. 열강들이 해양 진출에 주목할수록 말의 기동력으로 대표되는 Land Power의 시대는 저물어 가고 선박으로 대표되는 Sea Power 시대가 부상한다. 바야흐로 21세기는 Sea Power가 중시되는 해양 패권의 지정학적 시대이다. 이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또한 Sea Power 이론의 전략적 차원에서 분석할 수 있다. 알프레드 마한 제독이 내놓은 Sea Power 이론을 중국과 러시아가 벤치마킹하는 과정에서 지정학적 해양 패권을 놓고 미국과 충돌하고 있다. 해양은 이제 더는 선택의 영역이 아닌 생존의 영역이다. 바다의 경제적, 지정학적 가치가 증가하면서 Sea Power 구축은 중요한 해양 전략이 될 것은 자명하다.

‘바다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라고 했다. 21세기 해양의 시대를 맞아 해양력 구축 및 강화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우리나라는 대륙과 해양의 중간에 있는 지리적 특성 때문에 역사적으로 강대국들의 경유지가 되곤 하였다. 따라서, 대륙과 해상의 접점에 있는 지정학적 가치와 특성을 잘 활용하는 Sea Power 구축이 필요하다. Sea Power를 갖추지 않으면 우리의 미래도 없고 평화와 번영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오늘날 러시아와 중국의 해양력 구축이 미치는 세계 경제의 파고를 지켜보며 알프레드 마한이 언급한 해양력을 결정짓는 해양 전략의 결정적 요소를 다시 한 번 곱씹어 보고 점검할 필요가 있다.

순천대학교 교수. 여수광양항만공사 항만위원장
배진희 기자 news@presszon.kr     배진희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