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웅인의 漢詩산책]

告訣
고결

작별을 알리며

- 김용행(金龍行, 1753 ~ 1778)

擁爐兀兀坐成睡
옹로올올좌성수

오롯이 화로 끼고
앉아 잠이 드니

夢到家山人不知
몽도가산인불지

꿈 속 고향 찾아가도
사람들 몰라보네.

半夜酒醒還是客
반야주성환시객

깊은 밤 술 깨어 보니
여전히 나그네인데

一庭黃葉雨來時
일정황엽우래시

뜨락 가득 누런 잎
비만 주룩 내린다.

[촌평]

26세에 요절한 천재시인.
서자로 태어나 갈등에 찬 삶을 살다 요절.
죽기 전 벗들에게 보내는 詩.
나 가네.
다음 생에 좋은 인연으로 만나세.

김용행(金龍行, 1753 ~ 1778)

본관은 안동(安東). 자는 순필(舜弼), 호는 석파(石坡).
김창업(昌業)의 서출인 선비화가 윤겸(允謙)의 둘째 아들.
성년이 되어서는 이덕무(李德懋)·유득공(柳得恭)·박제가(朴齊家) 등과 더불어
시문서화(詩文書畵)를 즐기며 각별히 교유했으나 어려서부터의 지병으로 26세로 요절.
성격이 기괴하고 강개하여 집안 살림에는 관심을 두지 않고 산천을 유람하며 다녔으며,
그가 퉁소를 불면 그 소리가 너무 비장하여 듣는 사람이 모두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유작으로는 심사정(沈師正)과 이인상(李麟祥)의 남종화풍이 엿보이는
간송미술관 소장의 「노송궁천도(露松窮泉圖)」, 고려대학교 박물관 소장의 「위암박주도(危巖泊舟圖)」등.
세 그루의 소나무와 주변의 계곡을 소재로 삼아 그린 「노송궁천도」에는
강세황(姜世晃)과 서직수(徐直修)의 화평이 적혀 있다.

나웅인 삼성한의원 원장 / 광주광역시 남구 봉선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