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웅인 / 삼성한의원 원장

차 생활

煮茶聯句
자다연구

차를 달이며 연구를 짓다.

- 이승소(李承召, 1422 ~ 1484)


山童敲茶臼
산동고다구

산골아이 절구질 해
차를 찧으니

玉屑碎月團
옥설쇄월단

월단차 부수어
옥가루 만들었네.

煎出蟹魚眼
전출해어안

차 달이니
게, 물고기 눈 생겨나고

時澆錦繡肝*
시요금수간

수시로 가슴속
좋은 시구 일게 하네.

詩成鬼應泣
시성귀응읍

시 지으면 응당
귀신이 울겠고

心定井無瀾
심정정무란

마음 고요하니
번뇌 일지 않으리.

石鼎龍頭句*
석정용두구

석정의 뛰어났던
시 구절은

從來壓倒難
종래압도난

예로부터 압도하기
어려웠다네.


敲 : 두드릴 고
澆 : 물댈 요

*錦繡肝腸(금수간장)
시문(詩文)이 뱃속에 가득해서 가구(佳句)를 잘 표현해 내는 것을 말한다.
이백(李白)의 심간(心肝)과 오장(五臟)이 모두 금수(錦繡)로 되어 있는 것 같다는 시화(詩話)에서 나온 말이다.
(李白 冬日于龍門送從弟京兆參軍令問之淮南勤省序.)

瀾 ; 물결 란

*石鼎龍頭句 : 한유가 지은 석정연구서(石鼎聯句序)에 나오는 중국 도사 헌원미명(軒轅未明)과 유사복(劉思服), 후희신(侯喜新)이 합작하여 만든 聯句

출전 : 『삼탄집』 권 7

[감상평]

이승소(李承召, 1422 ~ 1484)

본관은 양성. 자는 윤보(胤保), 호는 삼탄(三灘).
1447년(세종 29) 식년문과에 장원급제하여 집현전부수찬에 임명되었고, 같은 해 문과중시에도 합격했다.
부교리를 거쳐 1451년 사가독서를 한 뒤 1454년(단종 2) 장령이 됐으며, 세조가 즉위한 뒤 원종공신 2등에 책록됐다.
1457년(세조 3) 예문관응교로 〈명황계감 明皇誡鑑〉을 한글로 옮겼고,
이듬해에는 예조참의로 〈초학자회언해본 初學字會諺解本〉을 지어 바쳤다.
예조판서 겸 지경연사를 지냈다. 이때 경연에서 사서의 간행·보급 및 교육의 강화와 불교 탄압을 주장했다.
그뒤 우참찬을 거쳐 정헌대부(正憲大夫)에 올라 이조·형조 판서를 지내면서 신숙주(申叔舟)·강희맹(姜希孟) 등과 함께 〈국조오례의 國朝五禮儀〉를 편찬했다.
문장으로 이름이 높았으며, 예악·병형·음양·율력(律曆)·의약·지리(地理) 등에도 능통했다.
저서에 〈삼탄집〉이 있다. 시호는 문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