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웅인 / 삼성한의원 원장

詠茶
영차

茶를 노래하다

-유호인(兪好仁, 1445 ~ 1494)


白袴晴牕五沸鳴
백고청창오비명

맑은 창가 하얀 고의
오비 소리 들으니

可憐閑味靜中聲
가련한미정중성

고요함 속 물 끓는 소리
한가한 맛 참 좋구나.

枯腸剩沷三千卷
고장잉발삼천권

삼천 권 책 보듯
마른 창자에 들이키니

遊宦從今入夢淸
유환종금입몽청

떠도는 벼슬살이
맑은 꿈으로 빠져드네.


晴 : 갤 청, 맑을 청
牕 : 窓과 같은 글자

五沸 : 찻물이 끓는 다섯 가지 단계

일비(一沸) - 게눈(蟹眼)
이비(二沸) - 새우눈(鰕眼)
삼비(三沸) - 물고기 눈(魚眼)
사비(四沸) - 용천연주(涌泉連珠)
샘 속에서 구슬이 솟아오르는 모습
오비(五沸) - 등파고랑(騰波鼓浪)
물이 팔팔 끓어오르고 파도가 일며 물방울이 튀기는 상태

剩 : 남을 잉, 더군다나 잉
沷 : 물 댈 발, 물 흘러들어갈 발

枯腸剩沷三千卷 : 노동의 다가에 나오는 “세번째 잔은 메마른 창자를 헤쳐주어 뱃속에는 문자 오천 권만 남았다.”는 문장의 인용

宦 : 벼슬 환

출전 : 『뇌계집』 권 2

[감상평]

유호인(兪好仁, 1445 ~ 1494)

본관은 고령(高靈). 자는 극기(克己), 호는 임계(林溪)·뇌계(㵢溪).
유음(兪蔭)의 아들이며, 김종직(金宗直)의 문인. 문장으로 이름이 높았다.
1462년(세조 8)에 생원이 되고, 1474년(성종 5)에 식년문과에 병과로 급제.
봉상시부봉사(奉常寺副奉事)를 거쳐, 1478년 사가독서(賜暇讀書)한 뒤 1480년에 거창현감으로 부임.
그 뒤 공조좌랑을 지내고, 1486년에 검토관(檢討官)을 거쳐 이듬 해『동국여지승람』의 편찬에 참여.
홍문관교리로 있다가 1488년 의성현령으로 나갔다.
1490년『유호인시고(兪好仁詩藁)』를 편찬하여 왕으로부터 표리(表裏)를 하사받았다.
본래 글을 좋아하는 성종의 지극한 총애를 받았다.
1494년 장령을 거쳐 합천군수로 재직 중 병사.
장수의 창계서원(蒼溪書院), 함양의 남계서원(藍溪書院)에 제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