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선 칼럼] 세계질서 변화와 해양 안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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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선 칼럼] 세계질서 변화와 해양 안보
  • 입력 : 2024. 02.29(목) 17:31
  • 배진희 기자
유일선 한국해양대 교수
세계질서가 요동치고 있다. 제국주의 전쟁인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UN 설립과 ‘브레튼우즈 체제’를 주도하며 냉전에서 승리를 거두고, 1980년대 이후 세계화를 통해 구축한 자유주의 세계질서 체계가 심각한 도전을 받고 있다. 현재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벌써 3년째 접어들고 있고, EU 중심의 서방 진영과 러시아 간 정치·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동시에 지난 10월부터 시작된 하마스-이스라엘 전쟁과 더불어 예맨의 후티 반군이 홍해 지역의 운항 선박을 공격하고, 미국이 이에 대응하면서 이 전쟁은 확전 양상을 보인다. 동아시아 지역은 지정학적 이유로 남북한과 중국-대만 간 정치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디지털 기술 기반인 인공 지능(AI), 사물 인터넷(IoT)과 모바일 등 정보통신기술이 적극 활용된 자동화와 네트워크를 통해 군사전략이 기존의 경제, 산업과 사회 전반에 융합되는 새로운 양태를 보여주고 있다. 경제 부문에서도 미국은 중국에 대해 ‘안보상의 위험’ 등의 이유로 반도체와 정보통신 장비 등 주요 산업에 대해 엄격히 통제·관리하고 있다. 중국도 미국 농산물 수입 금지 등으로 대응함으로써 미중 간 ‘무역전쟁’이 진행 중이다. 또한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으로 탄소세 등 다양한 형태의 무역장벽이 등장하면서 전반적으로 대결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이제 세계질서는 민간기업이 주도하던 경제 중심의 ‘시장경쟁’에서 안보를 앞세운 정부 주도의 ‘힘의 경쟁’으로 바뀌는 국제정치 시대로 접어들었다.

이러한 세계질서 변화 과정에서 해양 안보는 어떻게 정립되어야 하는가? 전통적으로 해양 안보는 해양 활동이 해수면에서 이루어진다는 전제하에 항만 및 항로를 포함하여 선박을 보호하는 것이 주목적이었다. 따라서 해적이나 테러 등으로 인한 항해의 자유와 항로에 대한 위협, 불법 어업과 무단 폐기물 방출 등으로 초래된 해양환경 파괴와 경제적 피해는 해양 안보의 주요 이슈가 됐다. 디지털 기술 발전으로 사회 전반에 융합적 시스템이 구축되고 세계질서가 대결 국면으로 치닫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코펜하겐 대학의 부에거(C. Bueger) 교수는 해양 안보의 공간을 해수면뿐만 아니라 해양상공, 해중영역과 해저면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해양상공은 공중영역과 지구 저궤도로 구분할 수 있다. 먼저 공중영역은 항공기와 헬기를 이용하여 선박, 해양시설과 도서 지역에 용이하게 접근할 수 있다. 이때 무선통신, 로켓 추진체와 드론 등으로 무장한 특정 집단이 항공기와 헬기를 이용하여 선박을 납치 또는 폭파할 수 있기에 해양 안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지구 저궤도는 해수면에서 1,000km 이하의 우주공간으로 정의된다. 저궤도 위성 시설이 가능하고 별도의 국제법적 체계가 적용된다는 점에서 공중영역과 구분된다. 대형선박은 선박자동식별장치(AIS) 정착이 의무화되어 있어 위성과 연계하여 선단 관리, 항법과 통신 문제를 해결하고 위성감시를 통해 전반적인 해양 영역 인식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어 해양과 연계성이 점증하고 있다.

해중영역은 해수면에서 해저면까지 공간으로 정의한다. 이 공간은 기술적 요구와 경제적 비용의 제약으로 민간인 접근성이 용이하지 않아, 잠수함 등 군사적 측면의 해전과 해양전략 등이 주요 이슈였다. 그러나 최근 장거리 및 심해 잠수 장비와 잠수정 등의 생산비가 낮아지면서, 이른바 ‘나르코 잠수함’을 통한 마약밀수가 급증하고 특정 무장세력들이 기뢰나 수중 드론을 통해 해양 안보를 위협할 가능성이 증가하고 있다.

해저면은 다이아몬드, 석유와 가스 등 광물 채굴장이며 글로벌 통신에 필수적인 광섬유 케이블, 석유와 가스 시추 플랫폼과 풍력 및 태양광 발전 플랫폼 등과 같은 중요한 인프라의 설치 장소이다. 최근 노르트스트림 폭발 사건은 이러한 해저 인프라 보호가 해양 안보의 일부로 인식하게 했다.

이제 해양 안보는 해수면의 단일한 공간 중심에서 벗어나 다양한 공간영역의 통합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우리의 분산해 있는 해양안보 관련기관을 통합하고 민간 부문도 포함하는 연계 체계를 구축하고, 일관성 있는 해양 안보 정책을 수립해 세계질서 변화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
배진희 기자 news@presszon.kr     배진희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