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병화 칼럼] 노정객 김종인의 눈물 그 의미

칼럼
[배병화 칼럼] 노정객 김종인의 눈물 그 의미
참회인가, 거짓인가 .. 법과 제도 실천이 판가름
  • 입력 : 2020. 08.20(목) 00:35
  • 배병화 기자
프레스존 발행인
‘노정객’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대위원장이 광주에서 눈물을 흘렸다. 19일 5·18국립묘지를 참배하며 흘린 참회의 눈물이다.

이를 두고 가식적인 악어의 눈물인지, 아닌지 정치권 안팎에선 논란이 인다. 40년 전 광주 학살의 장본인, 전두환 정권 때 국보위원으로 활동한 전력 탓이기도 하다.

한 명의 비대위원장 자격을 넘어 당 차원의 진정성이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로까지 비화하는 모양이다. 김종인이 흘린 눈물. 물론 그 의미는 본인만이 알 일이다.

악어의 눈물은 위정자를 빗대 쓰는 통속어다. 악어가 먹이를 씹으며 먹히는 동물의 죽음을 애도해 눈물을 흘린다는 이야기에서 전래했다. 위정자가 패배한 정적 앞에서 흘리는 위선적 눈물을 가리킬 때 쓰인다.

실제로 악어는 그렇지 않은데도 말이다. 악어는 장기간 물 밖에 나와 있을 때 눈이 건조해져 상하지 않도록 눈물을 흘린다. 눈물샘을 관장하는 신경과 턱의 저작행위를 관장하는 신경이 동일하기에 먹이를 씹어 삼킬 때에도 눈물을 흘린다. 눈물을 흘려서 체내의 염분 농도를 조절하기도 한다.

악어의 눈물이란 개념은 14세기 초 존 맬더빌이 여행기에서 처음 소개했다. 영국의 세익스피어도 그 개념을 자주 썼다. 희극 오셀로 제4막 1장에서도 여인의 눈물, 악어의 눈물이 등장한다.

김종인은 눈물이 메마른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5·18묘역 참배단 앞에 여든이 갓 넘은 노구를 이끌고 무릎 꿇고 사죄했다.

성명서를 읽다 눈물까지 흘렸으니 보는 이의 눈을 사로잡고도 남는다. 덩치가 만만치 않은데 몸을 일으키려는 순간 휘청거리다 쓰러질 뻔 했다. 옆에서 누가 부축해서 간신히 넘어지지 않았다.

정치 공학적 관점에서 보기에 따라선 딱하기도 하고 느닷없기도 하다. 하지만 한편으론 그야말로 효과 만점의 스릴 넘치는 장면이었으리라 싶기도 하다

이를 본 민중들 반응은 과연 어떨지? 뜬금없는 그의 동작들에서 참회의 진정성을 느낄 수 있을까, 사뭇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그런 생각이 교차하는 순간, 20일 미래통합당 홈페이지에 실린 카드뉴스가 눈에 들어왔다. 김종인이 5·18 참배단 앞에서 무릎을 꿇고 참회하는 듯한 장면을 담아 이렇게 적고 있다.

역사의 매듭을 풀고 미래로 나아가겠습니다!
“5·18민주화 정신을 받들어 민주주의 발전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5·18민주묘지 방명록-
“호남의 오랜 슬픔과 좌절, 5·18 민주영령과 광주시민 앞에 이렇게 용서를 구합니다.”

김종인은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당의 소극적 대응과 일부 정치인의 막말에 대해서도 사죄했다. 그는 방명록에 앞의 글을 적은 뒤 자신이 직접 작성한 사과문을 낭독했다.

"광주에서 비극적 사건이 일어났음에도 그것을 부정하고 5월 정신을 훼손하는 일부 사람들의 어긋난 발언과 행동에 저희 당이 엄중한 회초리를 들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잘못된 언행에 당을 책임진 사람으로서 진실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과거 신군부가 설치한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국보위)에 재무분과 위원으로 참여했던 것에 대해서도 말문을 열었다.

그동안 여러 번 용서를 구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상심에 빠진 광주시민과 군사정권에 반대한 국민에게는 용납할 수 없는 것이었다. 다시 한 번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도 했다. 발언 도중 감정이 북받친 듯 울먹였으며, 원고를 든 손이 떨리는 모습도 보였다.

김종인은 정말 비대위원장의 자격으로 잘못을 뉘우친 듯하다. 그의 말대로 사죄의 진정성을 받아들여도 좋을성싶다.

문제는 그런다 한들 그의 행동이 당과 당원에게 얼마나 영향을 미칠 수 있을 지는 의문이 앞선다. 이념과 지역주의에 사로잡힌 당의 이념과 정책, 당원, 지지자들에까지 그 정신이 녹아들 것이라 기대하기조차 못할 터다.

사실은 비대위원장이래야 시한부 책임자일 뿐이다. 불과 8개월 운영을 맡은 당의 얼굴마담, 곁가지, 일 잘하는 머슴에 지나지 않을 따름이다.

미래통합당의 골간을 이룬 이들은 과연 40년 동안 어땠나?
단기간의 성과를 얻으려 이벤트만 벌였다.
결론적으로 이명박도 박근혜도 한 치의 다름이 없었다.
중원의 표심을 끌어오려 광주를 이용할 뿐, 광주를 보듬으려는 진정성이 없었다.

가혹하게 말해 이는 진리에 가깝다. 그 뚜렷한 족적이 엄연한데, 하물며 머슴이 잠시 사죄의 포즈를 취한들 주인이 조금이나마 동하기나 할까? 보수 골수분자, 그들의 추종자들은 지금도 광주를 호남을 조롱해댄다.

결론적으로 반성은 혼자 하는 게 아니다. 반성은 받아주는 쪽의 반향이 따라야 진정성을 인정받는다. 그러한 진정성이 있다면 개인이 아닌 당이, 당원이 나서라. 정책으로 보여주라. 실천으로 말하라.

누군들 진정으로 반성한다면 광주를, 호남을 우롱한 장본인을 제대로 정리해야 옳다. 지난 4·15총선 직전, 마지못해 한둘을 징계한다고 했어도 솜방망이 처벌 불과했다.

국민들은 안다. 그 학습효과를 또렷이 기억하고 있으리라. 진정성은 뒷전이요 중원 공략의 수단일 따름이었단 사실을 잊지 않았을 터다. 단지 공학적 셈법에만 몰두했다는 이벤트로 여겼다는 것을 말이다.

이벤트 몇 번 해놓고 광주를 안은 척하면 될 일이 아니다. 중도층이 쉽게 따라 움직인다는 계산만을 따라 기획했다면 이는 오판으로 귀착할 게 뻔하다. 우에서 좌로 좀 클릭 하면 중원을 확장하고 지지율이 오를 것이라는 속셈이라면 금세 결딴난다.

김종인의 5·18민주묘지 참배가 광주를 기만하는 ‘계획된 쇼’가 아닌 진실한 발걸음이 되려면 반드시 이래야 한다.

5·18관련법 개정과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의 역할과 권한 확대에 동참해야 한다. 5·18역사왜곡처벌법 제정 문제가 반드시 21대 국회에서 처리되도록 협조할 일이다. 
5·18광주민주화운동을 헌법 전문에 수록해 누구도 훼손하거나 부정할 수 없는 담대한 장정에 합류해야 마땅하다.

주호영 원내대표 역시 말만 앞설 게 아니라 실천해야 한다. 그가  지난 5월 5·18의 제대로 된 역사적 평가를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한 약속 역시 지켜야 그 진정성이 인정받음은 명확하다. 두 눈 크게 뜨고 지켜 볼 일이다.
배병화 기자 news@presszon.kr     배병화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